"민주당 원로인 너희들, 민주화 전통 짓밟는데 왜 가만히 있나"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가 너희들에게 계급장 떼고 반말을 하려고 한다. 서경석이가 70이 넘어 치매에 걸려 그렇다고 생각하고 나의 무례를 용서해 주렴.

내가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번에 전단살포금지법을 제정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젊음을 송두리째 민주화운동에 바쳤는데 나의 젊은 시절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 같았다.

우리가 청춘을 바쳐 민주화운동을 해서 대한민국이 군사독재에서 벗어나지 않았냐? 그래서 이제 "자유" "민주"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고 대한민국의 정체성 아니냐? 그렇다면 탈북자가 북한도 민주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바깥사회의 진실을 알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우리가 한 민주화운동과 조금도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리고 탈북자들이 북한에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는 행동은 우리가 지켜주어야 할 그들의 절대권리 아니냐? 그런데 민주화운동을 계승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이 탈북자들로부터 이 권리를 빼앗겠다니 말이 되냐? 북한주민은 민주사회에서 살면 안 된다는 것인가? 과거 김대중, 노무현정부도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違憲)법률이어서 이법을 만들지 않은 것을 너희도 잘 알지 않느냐? 그런데 왜 가만히 있니?

이 법이 만들어지면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 전통은 전부 무너진다. 우리가 간절히 염원했던 것은 자유민주주의였지, 김정은 절대존엄 체제는 아니지 않은가? 너희는 좌파(左派)고 나는 우파(右派)지만 우리가 평생을 같이 살고 이제 70을 넘었으니 서로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니? 3대세습, 정치범수용소가 있는 공산통일을 너희가 지지할 리 없지 않니? 그렇다면 북을 변화시키려는 탈북자들이 있어야 자유통일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길 것 아니냐?

무엇보다 이 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뭉갠 법이다. 전 세계가 북한의 혹독한 인권유린과 외부세계로부터의 차단을 개탄하는데 이법은 북한주민은 영원히 그 상태에서 살라는 법이다. 이 법이 있는 채로 어떻게 창피해서 외국사람들을 만나냐? 그런데 너희는 더불어민주당의 원로들 아니냐? 민주화운동을 계승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이 이 법을 제정해서 민주화운동의 전통을 여지없이 짓밟는데 너희는 왜 가만히 있냐?

끝내 이 법이 제정되면 우리부터 북에 풍선 날리고 제일 먼저 잡혀가야 하지 않냐? 그것이 젊은 시절을 민주화운동에 바친 70늙은이들의 조국을 위한 마지막 봉사 아니니?

2020년 12월7일
서경석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