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출연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신상털기'
일부 성직자들 때문에 종교계 전체가 조롱거리
기독교 교역자들과 신앙인들에게도 '타산지석'

최근 실언과 부적절한 행각으로 신상털기의 표적이 된 불교 승려 혜민. ⓒtvN
최근 실언과 부적절한 행각으로 신상털기의 표적이 된 불교 승려 혜민. ⓒtvN

◈성직자와 미디어: 미디어 출연에 뒤따르는 신상털기

종파나 교단을 막론하고, 성직자에게는 높은 도덕적 품성이 요구된다. 대중이 그들에게 갖는 도덕적 기대치는 정치인과 연예인에 대한 기대치에 비교해볼 때 훨씬 높다.

그리고 이런 기대치는 특정 성직자가 미디어에 출연하는 경우 배증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출연한 프로그램 혹은 채널 영상에서 약간의 흠집이라도 발견되면 즉시 온라인-모바일 상에서 비난이 쏟아짐과 동시에 신상털기의 표적이 되고 만다.

이 신상털기는 자주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미디어 상에서 오랜 시간 쌓은 좋은 이미지가 한순간에 위선과 가식으로 밝혀지는 일이 숱하게 벌어진다.

콘텐츠의 자유도가 높고, 애초 일반인 자격으로 활동해 그 도덕적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은 일부 유명 유튜버들조차 실언이나 방송사고 때문에 제기되는 의혹, 그리고 그에 따른 신상털기로 유튜브 활동뿐 아니라 아예 사회생활 자체가 어렵게 되는 사례들이 부지기수이다.

최근 유투버 쯔양의 뒷광고 의혹이나 '가짜 사나이'로 유명해진 한 출연자의 부적절한 과거 행적에 대한 폭로 사태만 보더라도, 미디어 출연자들에 대한 대중의 날선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성직자가 적극적인 미디어 출연을 감행하는 경우, 이보다 몇 배는 더 엄정한 검증 기준 앞에 서게 된다. 최근 논란이 된 혜민 스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출중한 학력, 준수한 외모, 흡입력 있는 저술활동으로 세간에 불교 가치관에 따른 비움의 삶을 실천하는 승려이자 유능한 청년 멘토로 널리 알려져 왔지만, 2016년부터 본격화된 방송 출연 이후 여러 차례 대중의 기대감을 배신하는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최근에는 건물주 논란을 두고 네티즌의 신상털기가 이루어지면서 좋지 않은 방향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 사찰에서 수행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서울 삼청동 소재, 남산이 정면에 내다보이는 자신 소유의 건물에서 경제적으로 상당히 윤택한 삶을 영위하며, 남는 공간으로 임대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입으로만 불교적 실천의 삶을 가르치는 위선자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덕분에 신조어도 생겨났다. '무(無)소유'가 아니라 '풀(full)소유'의 삶을 살고 있다는 조롱섞인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에서 여러 차례 물질적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행복을 가르쳐온 터라,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표리부동한 성직자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입장에 처해 있다.

혜민 승려
▲'무(無)소유'가 아닌 '풀(full)소유'라는 신조어를 낳은 승려 혜민 논란을 다룬 콘텐츠. ⓒ유튜브

만약 그가 종교 저술가가 아니라 일반 작가였다면, 이와 같은 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저술활동 및 여타 사업을 통해 성공한 작가라는 평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만물의 공(空)함에 대한 깨달음을 삶의 실천의 대전제로 삼는 선(禪)불교 승려이다. 성직자라는 특별한 신분이 그가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그에게 불교적 실천의 삶을 기대해 왔다. 그것은 특히 청년 세대에게 하나의 간절한 바람과도 같았다.

물질의 소유 정도로 삶의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어 버리는 한국의 각박한 자본주의 현실에서 종교적인 수행과 사고전환을 통해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은, 그것이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간에, 많은 이들의 마음에 위로를 전해주었다.

그러나 그런 위로를 전해준 당사자 역시 물욕에 젖어 사는 듯한 현실이 관측되면서 기대감은 배신감으로 돌변했고, 결국 신상털기가 시도되면서 전국적인 비난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성직자와 신상털기: 해당 종파 전체를 조롱하는 신상털기

한국에서 신상털기가 사회문제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온라인 세상이 펼쳐지면서부터이다. 대상 인물에 대한 대중의 근거없는 오해와 감정적 적대감을 증폭시켜, 결국 마녀사냥으로 귀결되는 일들이 빈발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신상털기의 주된 목적이 타인에 대한 적개심과 조롱을 즐기는 악의적 유희에 있다는 점이다.

신상털기에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순기능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신상털기의 대상이 되는 이들의 숨겨진 과오와 문제점을 들춰냄으로써, 미디어 출연자들의 자격요건을 검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이후 미디어에 출연하는 이들의 도덕적 경각심은 이전 시대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신상털기가 대개 악의적인 의도로 시작되며, 이에 따라 신상털기의 대상이 되는 이들에 대한 과도한 편견을 고착화시킨다는 문제점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2018년 4월,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이성식 교수는 신상털기의 유희적 성격을 분석하는 연구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형사정책 제30권 1호, '신상털기의 실증연구에서 원인 및 기회증폭과 통제요인들의 통합작용 모색').양적 연구 방법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 연구자는 신상털기의 주된 원인이 호기심과 재미, 집단적인 응징에서 얻어지는 쾌감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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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모바일 세상이 도래하면서 공개된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이 한없이 용이해짐에 따라, 신상털기의 폐해가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픽사베이

이러한 연구결과는 미디어 출연을 고민하는 이들, 특히 성직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하고 있다. 개신교든 천주교든 불교든 여타 종교든 상관없이, 대부분의 성직자들은 세속적 가치와 욕망보다 고결하고 영속적인 초월을 지향하는 삶을 살 것을 요구받는다. 대중의 요구 이전에 각 종교의 가르침 자체가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그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삶을 사는 이들이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시킨다면, 즉각적으로 악의적 유희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 공산이 크다. 그리고 그 여파는 성직자 개인 차원에 그치지 않고, 통상 그가 속한 종파나 교단 전체에 대한 실망섞인 조롱으로 확대되기 마련이다.

특정 종교의 가르침이 아무리 고결하고 숭고해도 그것을 현실적으로 실천하는 인물이 없다면, 그 가르침의 신빙성과 가치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또한 해당 종파의 얼굴과 같은 역할을 할 인물을 미디어에 출연시키면서 최소한의 자체적인 검증조차 하지 못하는 무능함 또한 웃음거리가 된다.

신상털기의 유희적 속성이 적용되면서 특정 종교의 가르침과 실천 자체를 하나의 우스운 놀이대상으로 삼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혜민 승려
▲방송에서 "행복은 소유가 아닌 감상"이라고 가르치던 승려 혜민. ⓒtvN

최근 혜민 스님을 둘러싼 논란은 불교계 전반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과 불신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해당 종교의 가르침 자체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사태를 초래했다. '풀소유'라는 용어 자체가 벌써 이런 조롱의 정서를 대변한다.

그렇지만 이런 일이 비단 불교계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기독교계에도 과거 유사한 사례가 종종 발생한 적 있다.

이번 혜민 스님 사태는 종파를 떠나 한국 종교계 전체에 불행한 일이다. 대중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진지하게 각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많은 성직자와 신앙인들의 열심과 진지함이, 일부 성직자의 부적절한 언행 때문에 졸지에 부정되고 희화화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미디어 출연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인기에 영합해 이익을 얻으려 한 일부 성직자들로 인해 해당 종교계 전체가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이번 사태는, 기독교 교역자들과 신앙인들에게도 하나의 귀중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례라 여겨진다. <계속>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