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브룩우드 하이스쿨 11학년에 재학중인 한인 여학생이 2명의 친구들과 시작한 비영리단체 ‘라 룬(La Lune)’이 ‘월경 불평등(Menstrual Inequity)’이라는 문제로 지역사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18년 펜실베니아대학에서 열린 잭 켄트 쿡 재단(Jack Kent Cooke Foundation) 섬머 캠프에서 만난 세 명의 친구, 스텔라 권, 사라 왕 그리고 카밀라 페레즈는 미국 내에서도 현저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언급조차 꺼려지는 ‘월경 불평등’에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것이 ‘라 룬’의 시작이다.

왜 굳이 세 명의 십대 소녀들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하지만 수면 아래 감춰진 ‘월경’을 끄집어 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밤잠 설치며 고민하게 됐을까? 이메일을 통해 창립멤버이자 현재 대표인 스텔라 권 양을 인터뷰했다.

“월경 불평등 혹은 빈곤, 적절한 월경 교육의 부족 그리고 적합한 생리 용품에 대한 접근성 저하는 직접적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와 교육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섬머 캠프에서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조사를 해본 결과 생리용품과 인식 부족, 관련된 교육의 불평등은 학교 결석의 주요한 원인이었어요”라고 시작의 동기를 밝힌 스텔라는 “’라 룬’은 월경 불평등을 인식시키고 끝내기 위한 목표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월경 건강 교육에 관한 동등한 접근성을 제공하고 질 높은 생리용품과 이와 관련된 여성용품을 제공하는데 노력하고 있어요. 그거 아세요? 이런 불평등은 한 개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데, 대부분 흑인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라 룬'에서 커버넌트 하우스에 전달한 키트
(Photo : 기독일보) '라 룬'에서 커버넌트 하우스에 전달한 키트

‘라 룬’의 창립멤버들은 프로젝트로만 끝내지 않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곧바로 문제인식을 실천으로 옮겼다. 창립된 지 2년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791개의 케어 페키지(1,000개의 생리용품)를 나눴고, 그 중 300여 개는 이번 달에 전해졌다. 단순히 필요한 용품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월경 기간 기초적인 건강관리와 생리용품 사용법을 담은 브로셔를 함께 배포한다.

더 나아가 실질적인 변화와 올바른 인식를 이끌기 위해 조지아 STOMP와 함께 생리용품에 붙는 4%의 텍스를 없애는 노력을 하고 있다. 조지아 하원의원들에게 생리용품은 단순히 미용용품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라는 ‘라 룬’의 주장을 전달하고 이에 대해 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해주고, 법안을 추진해 주길 독려하는 일이다.

이외에도 지역 초등학교의 4, 5학년 학생들에게 어떤 질문이나 토의도 가능한 열린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중요한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UGA, 에모리, 콜롬비아 대학 연구팀과 함께 하고 있으며, 디바 케어스, 살트 등의 여성용품 관련 기관과 연계해 전문성과 현실성을 더했다. 이런 뜻에 동감해 현재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 뿐 아니라 미국 내 6개 지역에서 같은 뜻을 같고 활동하는 제법 규모 있는 단체로 성장했다.

‘라 룬’은 지속적인 월경 불평등을 겪는 흑인 사회, 라티노 사회, 홈리스와 교정시설, 쉘터의 여성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있지만, 결국엔 특정 인종이나 환경을 넘어 어떤 사람이라도 월경 불평등을 겪는 이들을 위해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 최근에는 난민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스텔라는 “우리 팀은 나아가 단순히 월경 불평등을 넘어서 우리 사회 안에 뿌리깊은 인종차별 등의 문제도 다루게 됩니다. 우리는 모든 개인을 위한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위해 싸울 생각입니다. 생리용품과 여성용품에 대한 접근성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라 룬’이 미국에서 월경 기간동안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를 침해 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그 경제적인 격차를 잇는 다리가 되고 싶습니다”라며 사려 깊은 리더십을 보여줬다.

‘라 룬’을 위해 멤버들은 학업과 학교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 홈페이지를 만들고, 지역 대형 그로서리에 연락해 생리용품을 도네이션 받고, 다양한 그랜트를 신청하는 등 발로 뛰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단순한 섬머 캠프 프로젝트로 시작한 일이지만 3명의 십대 소녀들이 자신들도 겪었을 문제를 자신들 안에 가두거나 포기하지 않고 의문를 제기하고, 타부시되던 것을 인식시키고, 개선하고자 밤낮없이 뛰게 할 수 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

스텔라는 “저는 개인적으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마태복음 5장 16절 말씀 ‘이 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말씀을 들으며 자랐어요. 현재 캄보디아 선교사이신 부모님은 항상 저의 행동과 말을 통해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저의 근본이나 동기는 하나님으로부터 왔다고 믿어요. 그래서 ‘라 룬’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하나님의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시작은 단순히 월경 불균형을 해결하자는 뜻이었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깊이 내재된 차별과 불평등을 보게 됐어요. 어린 소녀들과 생리를 겪는 모든 여성들이 생리용품이 부족해 걱정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학교에 가고 일터로 가는 것을 꿈꿉니다”라는 마음 따뜻해 지는 소망을 나눴다.,

마지막으로 ‘라 룬’의 뜻과 홈페이지 https://lalunenonprofit.wixsite.com/hereforyou 에 그려진 로고에 대해 물었다. 라 룬은 불어로 ‘달’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로고와 상징도 28일을 주기로 돌아가는 달과 월경을 동시에 상징한다. 여기에 더해 세상 모든 지역에서 달의 변화를 볼 수 있듯, 다름을 넘어 월경을 경험하는 모든 여성들이 공감하고 연대하며 함께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라 룬’의 방향을 담았다. 홈페이지와 로고는 스텔라 양이 직접 기획하고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11학년인 창립멤버들은 학업으로 인해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오히려 이 시기가 지나면 더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이를 함께 할 인턴도 뽑고 있다. ‘라 룬’에 관심이 있거나 도네이션을 하고 싶다면 홈페이지에서 도네이션을 클릭하거나Zelle 을 통해 Bank of America - lalunenonprofit@gmail.com으로 동참할 수 있다. 문의는 lalunenonprofit@gmail.com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