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 강대진 역 | 민음사 | 387쪽 | 11,000원

도시 국가 테바이에서 원인 모를 전염병
선왕 라이오스 살인범 사형시켜야 해결
오이디푸스가 찾던 살인범은 바로 자신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 테바이. 지금 이곳에는 신음과 탄식 소리가 가득하다. 원인 모를 전염병 때문이다. 이때 테바이를 다스리는 왕은 오이디푸스다. 그는 백성들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처남 크레온을 델포이 신전으로 보낸다. 신에게 해결책을 묻기 위해서다.

크레온이 델포이 신전에서 답을 가지고 왔다. "선왕 라이오스를 죽인 자를 찾아 사형시키든지 추방하라." 라이오스는 오이디푸스가 테바이의 왕이 되기 전, 테바이를 다스리던 왕이다.

15년 전, 라이오스가 테바이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때 테바이에 스핑크스라는 괴물이 나타난다. 그 괴물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는 사람들을 죽였다. 라이오스는 스핑크스를 물리칠 방법을 찾기 위해 델포이 신전으로 떠났지만 돌아오지 못한다.

그 즈음 오이디푸스는 고린도를 떠나 테바이로 오고 있었다. 테바이에 도착한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괴물을 물리친다. 이로 인해 라이오스 다음 왕으로 추대된다. 그 후 오이디푸스는 선왕의 왕비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해서 2남 2녀를 낳는다.

그렇게 라이오스 왕이 죽은 지 15년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그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신탁이 내려진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범인을 잡기 위해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부른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정확하게 예언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왕이 라이오스의 살인범이 누구인지 질문하자 눈먼 예언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오이디푸스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대답하지 않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당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오." 분명히 범인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말하지 않는 예언자. 그 모습을 본 오이디푸스는 화를 내며 말한다.

"당신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나는 당신이 범인이라고 말했을 거요. 그렇지 않다면 범인을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소!"

자신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왕. 그 왕을 보며 눈먼 예언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답을 알려 주겠소. 당신이 찾고 있는 범인은 바로 당신이오!"

선왕을 죽인 적이 없는 오이디푸스. 그는 이 모든 것이 신탁을 가져온 크레온의 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내가 된 이오카스테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다.

"크레온이 예언자를 통해 내가 라이오스를 죽였다고 주장하고 있소." 그 말을 들은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를 안심시켜 주기 위해 한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예언을 무서워하지 마세요. 이전에 저와 라이오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라이오스를 살해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어요. 하지만 정작 라이오스는 강도들에게 죽임을 당했어요. 마차가 다니는 삼거리에서 강도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오이디푸스는 깜짝 놀라 그 삼거리의 위치를 정확히 물어보고, 또 라이오스의 외모에 대해 물어본다. 그 말을 다들은 오이디푸스는 왕비 이오카스테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의 아버지는 고린도의 왕이오. 내가 고린도에 있을 때 제가 왕의 아들이 아니라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오. 그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델포이 신전에 갔소.

그런데 거기서 저주와 같은 말만 듣게 되었소. 내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를 취하게 될 거라는 예언이오. 그런 예언을 듣고 그 길로 고린도를 떠나기로 결심했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멀어지기 위해서지."

"그렇게 길을 가던 중. 당신이 말한 그 삼거리에 도착했소. 그곳에서 마차를 만났는데 서로 먼저 가겠다고 싸우다가, 그 마차를 탄 사람과 함께 있던 사람들을 죽였소. 그때 내가 죽인 사람이 라이오스 왕이라면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어디 있겠소."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소. 분명 라이오스 왕을 죽인 사람은 강도들이라고 했으니 말이오. 나는 그때 혼자였소. 그때 도망친 목격자 한 사람이 있다고 하니, 그 사람을 찾아주시오. 라이오스 왕을 죽인 사람이 진짜 강도들이었는지, 한 사람이었는지 꼭 확인해야겠소."

왕비가 그 사람을 수소문해서 찾는 동안, 고린도에서 사신이 도착한다. 사신은 고린도 왕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함께 그 후계자로 오이디푸스가 왕으로 세워졌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지 않게 된 것에 안심하지만, 한편으로 살아계신 어머니 때문에 고린도로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사신이 이렇게 말한다.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은 고린도 왕의 혈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아기였던 당신을 제가 고린도 왕에게 드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라이오스 왕의 하인에게서 당신을 넘겨 받았습니다."

그 후 라이오스의 하인을 만나 모든 사실이 밝혀진다.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는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것이다"는 신탁을 받는다. 그 신탁이 두려워 태어난 남자 아이를 하인을 시켜 죽이도록 한다.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샤를 프랑수아 잘라베르의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1842)>.

아이를 받은 하인은 차마 죽이지 못한다. 대신 자신이 알고 지내던 고린도 사람에게 아이를 넘겨준다. 다른 지역에서 살게 되면 신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고린도 왕의 손에서 자란 오이디푸스다.

한편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취하게 될 것이라는 신탁이 두려워 고린도를 떠난다. 그리고 길에서 만난 자신의 친부인 라이오스 왕을 죽이고 만다. 이후 테바이의 왕이 되어 친모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한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이오카스테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오이디푸스는 진실을 보지 못한 자신의 두 눈을 찌르고, 테바이를 떠난다.

문제가 해결됐다고 확신했지만
버린 아이가 결국은 신탁대로...
앞 못 보던 예언자의 말이 사실

소포클레스가 기원전 400년경에 쓴 비극 <오이디푸스 왕>이다. 소포클레스는 123편의 작품을 썼다고 알려져 있고, 그 중 7편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방금 이야기 한 <오이디푸스 왕>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다." 이 신탁 때문에 아이를 버리고, 이 신탁 때문에 부모를 떠난 이야기.

아이를 버린 라이오스 부부는 이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확신했다.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떠난 오이디푸스는 문제를 잘 피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확신은 틀렸다.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를 죽인 범인을 찾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살인자가 누구이든, 이 땅에서 배척할 것이오. 누구도 그를 받아들여 접대하지 않고, 말을 걸지 않도록. 모두가 집에서 쫓아내라 명하겠소. 그 사악한 자가 불행하게 되어 비참한 삶을 마치기를 기원하겠소"

라이오스를 죽인 범인이 자신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는 오이디푸스. 그의 잘못된 확신은 진실에 눈멀게 만든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예언을 인정하지 않는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진실을 보고 있는 테이레시아스. 두 눈이 멀쩡하지만 잘못된 확신에 눈 멀어 진실을 보지 못한 오이디푸스. 진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테이레시아스가 아니라 오이디푸스다.

잘못된 확신은 나라도 망하게 한다. 기원전 500년경에 소아시아를 지배했던 리디아.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페르시아와 전쟁을 앞두고 델포이 신전에 전쟁의 결과를 묻는다.

신탁의 결과는 "당신이 전쟁을 하면 큰 나라를 멸망시킬 것이다." 크로이소스 왕은 신탁을 듣고 전쟁에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시작한 전쟁. 결론은 리디아의 패배. 신탁에서 말한 '큰 나라'는 페르시아가 아닌 리디아였다. 잘못된 확신 때문에 700년을 이어온 나라가 멸망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곤경에 빠지는 이유는 '뭔가를 잘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확신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확신을 자기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라이오스 왕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야기가 점점 진행될수록, 그의 확신은 의혹으로 바뀐다. 그는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만나게 된다.

잘못된 확신 속에서 다른 사람을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진실 앞에서 자신이 범인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진실을 보지 못한 자신의 두 눈을 찔러 버린다.

신앙은 '누가 범인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물으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이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맹인이 되었더라면 죄가 없으려니와 본다고 하니 너희 죄가 그대로 있느니라."

예수님을 눈 앞에서 보고도 알아보지 못한 바리새인들. 그들의 눈은 예수님을 보지 않고 사람들만 보았다. 자신을 보지 못했다. '나는 의롭다.'는 확신 속에 사람들을 정죄하기 바빴다.

신앙이 바로 세워지면 말씀의 거울 앞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반대로 신앙이 변질되면 잘못된 확신 속에 다른 사람을 정죄하게 된다.

신앙생활은 확신이 아니라 점검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며 말씀 앞에 서는 것. 그것이 바른 신앙이다.

박명수 목사
사랑의침례교회 담임
저서 《하나님 대답을 듣고 싶어요》, 《하나님 순종이 어려워요》.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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