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성 목사
(Photo : 기독일보) 박창성 목사

이 거룩한 싸움을 하는 중에서도, 바탕에는 사랑이 있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화해와 평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시종일관 저주와 증오가 가득한 말을 쏟아내며 투쟁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나은 것이 무엇입니까? 크리스천으로서 나타내야 할 성령의 열매(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오히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악한 사람들이라는 지탄을 받게 된 것을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교회는 분열되어 갈등하는 인간 사회를 예수님의 사랑으로 화해시키고 치유해서, 평화를 회복하는 일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교회는 정치보다 높은 차원의 절대적 진리와 보편적 가치를 위 한 일을 해야 한다.

정치는 우리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분야입니다. 따라서 크리스천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세상을 다스리려는 청지기의 사명을 가지고, 개인적으로 가진 능력에 따라 정치 분야에서 적극 활동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교회 조직을 이용하여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고 세속화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주님께서 모든 인류를 위해 세워주셨으므로, 정부나 정치권이 하기 어려운 인류의 구원, 구제, 평화, 자유, 정의와 같은 절대적 진리와 보편적 가치를 위한, 차원 높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 일을 할 때, 국민들은 교회를 존경하고, 교회가 전하는 복음의 메시지를 경청하게 됩니다.

그에 비해서, 현실정치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경쟁이 치열한 인간 사회의 집단과 정당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대적인 문제들을 주로 다루게 됩니다. 그 속에서 교회가 어느 편에 서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교회의 조직을 이용하여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고, 심지어 정당을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이것은 목적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교회를 본질에서 벗어난 낮은 차원으로 끌어내린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모든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할 교회가, 극심하게 분쟁하는 정치 소용돌이의 한 부분이 되어, 견해가 다른 국민들과 대립하고 경쟁하는 관계가 되고 말았습니다.

교회가 하는 일은 좋은 목적뿐만 아니라, 올바른 방법이 중요하다.

순수한 애국과 반공산주의 운동이라면,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또 정부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정치를 하는 것이 명백하다면, 교회도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민주국가에서 정부가 잘못했을 때,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는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너무 지나치게 극단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간첩이고, 공산주의 국가를 만들어 북한에 바치려 하기 때문에,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순국결사대까지 조직했습니다.

과연 이 주장이 사실입니까? 현재 우리나라가 혁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다르게 보는 견해들이 있습니다. 현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이거나, 의문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와 같이 과격한 주장에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만약 현재의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합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헌법에 따라 탄핵을 하거나, 국민을 설득해서 다음 선거를 통해 다른 지도자를 선택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주장을 무리하게 관철하려는 것은, 현정부를 선택한 국민을 무시하고,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입니다.

만약 그 주장대로 현정권을 끌어내려서 다른 정부가 들어섰을 경우, 장차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겠습니까? 애국운동이라는 명분과는 달리, 반정부 시위와 혁명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매우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합법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입니다. 독재타도와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법을 지키지 않고 국민의 뜻을 무시하면, 결코 호응을 얻을 수 없습니다. 교회가 하는 일은 좋은 목적뿐만 아니라, 올바른 방법이 중요합니다. 세상은 쉽고 빠른 길을 가려고 할지라도, 교회는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합니다.

교회는 인품을 갖추고 존경 받는 인물을 지도자로 세워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앞에 나선 교회 지도자를 보고 기독교의 수준을 판단합니다. 거칠고 저돌적인 언행이 어떤 분들에게는 아주 시원하고 용감하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지도자의 부적절하고 비 성경적인 언행으로 인해서 한국교회가 치르고 있는 대가는 너무나 크고 아픕니다. 기독교가 국민들로부터 저급한 종교라고 외면당하고,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한국 기독교의 역사에서 교회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장 많이 남긴 사건의 하나로 기록될 것입니다. 오랜 세월 수많은 목회자와 교인들이 헌신하여 쌓아 올린 공로와 평판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뜻있는 많은 성도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크리스천으로서의 인품을 갖추고, 존경 받는 인물을 지도자로 세워야 합니다. 복음은 복음을 전하는 사람의 인품과 함께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복음도 교회의 평판이 나쁘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는 선교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한국교회의 미래가 심각하게 염려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다함께 회개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서 발생한 세계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위기 속에서 교회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국민들은 경제적 고통으로 신음하며, '코로나'가 하루속히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모든 교회가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일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선행을 베풂으로써,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다시 존경 받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박창성 목사

* 세계창조선교회 회장

* (전) 명지대학, 아세아연합신학대학 객원교수

* 선교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