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서 4일 오후 대형 폭발 참사가 발생해 현재 사상자가 4천여 명을 넘어섰다. 전표돈 목사는 “현장에서 8km 떨어져 있었으나, 폭발 충격을 느꼈고 몇 시간 동안 귀가 아픈 현상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전표돈 목사
레바논에서 발생한 폭발 당시의 사진. ©전표돈 목사

이달 초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로 200여 명이 사망, 6000명이 부상 당한 가운데, 인근의 기독교인들이 사는 지역의 인구 통계를 바꿀 만큼의 위협이 되고 있다고 크리스천포스트가 17일 보도했다.

이번 사고로 현지는 30만 가구가 집을 잃었으며, 주인 잃은 땅을 불법으로 점유하려는 세력들도 늘고 있다.

지역 카톨릭 자선단체의 몬시뇰 부 하디르(Monsignor Bou-Hadir) 목사는 “이번 재난으로 이익을 취하려 하고 기독교인으로부터 땅과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부 하디르에 따르면, 재산상의 위협으로 인해 피해 주민들은 집에 여전히 남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그는 “많은 노인들과 젊은이들, 심지어 부상을 당한 사람들도 집에 머물러 있다” 고 덧붙였다.

마로나이트 청년부 대주교위원장인 그는 “다른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존중하지만, 우리는 기독교인의 집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인구 통계(demography)를 바꾸고 싶지 않다”며 “그 땅은 물질적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존엄이 있고, 우리의 뿌리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베이루트는 크게 기독교인과 무슬림 거주 지역으로 나뉘며, 도시의 동쪽은 대부분 기독교인이 살고, 서쪽은 무슬림들이 정착해 있다. 그러나 이번 폭발로 인해 기독교인 거주 지역은 절반 가까이가 파괴됐다.

CP에 따르면, 교회 지도자들은 기독교인 거주 지역 내에서 주택 매매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치권과 협상 중에 있다. 최근에는 폭발로 훼손된 마로나이트 대성당에서 밤샘 철야 기도를 위해 연설한 폴 압델 사터(Paul Abdel Sater) 대주교는 기독교인들이 이 도시에서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 것을 촉구했다.

크리스천 방송 네트워크(CBN)도 지역 기독교 청년들이 피해지역 재건을 돕는 소식을 전하며, 아랍권 기독교 방송사 SAT-7도 희망을 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AT-7 아카데미 브랜드 매니저 줄리아나 스페르(Juliana Sfeir)는 페이스북 글에서 “레바논이 내전 15년 동안에도 이런 폭발을 겪은 적은 없었다”며 또 다른 내전이나 급증하는 이민들로부터 보호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그녀는 “우리의 많은 젊은이들이 지금 떠나고 싶어할 것”이라며 “이곳 SAT-7에서 우리가 치유하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4일 베이루트 항구에 적재된 2천7549톤의 질산암모늄의 폭발로 발생했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폭발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되며, 마이클 아운(Michel Aoun) 레바논 대통령은 폭발 원인을 단순 과실이거나 미사일 혹은 폭탄으로 인한 외부 공격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했다.

월드비전 레바논 지사는 앞서 CP와의 인터뷰에서 베이루트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이 느껴졌으며,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난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현지 단체 지국장인 샴마(Shamma)에 따르면, 인근 병원 네 곳은 폭발 사고로 크게 파손되고, 다른 병원도 코로나 19 감염 환자들도 넘쳐나, 수용력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고 밝혔다. 월드비전은 현지에 식량과 물, 피난처 등 기본적인 욕구가 집중되어 있지만, 레바논 어린이들을 위한 심리적 건강 관리도 진행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