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간 성접촉에 의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에 감염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 따르면 2019년 보건당국에 새로 신고된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는 총 1,222명(국내 1,005명, 외국인 217명)으로, 1985년 정부 집계 이후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신고기관은 병원이 753건, 보건소가 367건, 기타가 102건이다.

신규 감염자의 성비는 남성 90.9%(1,111명), 여성이 9.1%(111명)이며, 연령별로는 20대 438명(35.8%), 30대 341명(27.9%), 40대 202명(16.5%), 50대 129명(10.6%) 순으로 젊은 연령대로 갈수록 감염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10대 감염자도 31명(내국인 29명, 외국인 2명)을 기록했다.

특히 처음으로 동성 간 성 접촉(52.8%) 감염 비율이 이성 간 성 접촉 감염 비율(46.2%)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의학계 전문가들은 일찍이 HIV 감염 경로에 대해 '남성 동성애자' 사이의 성관계를 주목해 왔다. 그러나 한국 질본은 그간 감염 경로를 파악함에 있어 감염자들이 스스로 밝힌 '본인 응답'에만 의존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다.

앞서 김준명 박사(전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 감염내과 전문의)는 전국 20여개 대학 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연합해 조사한 감염 경로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김 박사는 "주치의와 전문 상담 간호사가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하는 방식을 통해 감염인 1,474명을 조사한 결과,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가장 빈번한 경로임이 밝혀졌다"며 "10대의 경우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93%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김 박사는 "항문은 얇은 단세포로 돼 있기 때문에 물리적 압력이 가해졌을 때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그래서 출혈이 일어나 정액을 타고 에이즈 바이러스가 들어가게 된다"며 "1회 동성 간 성접촉(항문 성교) 시 HIV에 감염될 확률은 이성 간 성접촉 시 감염될 확률보다 17.3~34.5배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젊은이, 특히 청소년에게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알려 주어야 한다"며 "보건 당국은 이제라도 주위의 압력과 잘못된 권고에 개의치 말고, 오직 국민의 건강만을 위해 '동성 간의 성 접촉'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가장 위험한 행위임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학교 보건 교육을 포함한 적극적 예방 및 관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질본은 '2020년 HIV/AIS 관리지침'에서 HIV 감염자를 대상으로 한 Q&A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경로는 성접촉(질 성교 및 구강, 항문성교 등 포함), 혈액을 통한 전파, 출산을 통한 전파 3가지"라면서도 '동성애자 에이즈 예방센터 운영사업'에서는 콘돔, 윤활 젤 등 베포 캠페인을 실시하겠다고 작성했다.

또 HIV예방에서 '성 관계에 의한 감염 예방' 목록에서 "콘돔의 사용이 HIV 감염을 100% 예방해 줄 수는 없다"면서도 콘돔 사용시 HIV 감염률이 얼마나 낮아지는지에 대해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 질본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gay), 남성 양성애자(bisexual man)가 콘돔을 사용했을 때 HIV 감염 가능성은 약 60~70% 낮아질 뿐이며 '남성 동성애자, 남성 양성애자가 미국의 다른 어떤 그룹보다 HIV에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