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국제위원회는 14일 터키 정부가 이스탄불 성소피아박물관을 모스크로 전환한 것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주한 터키대사관에 이를 전달했다.

NCCK는 이날 성명에서 “성소피아가 1934년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개조된 이후 86년간 종교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이 하나가 되는 일치의 상징적 장소가 되어 왔다”며 “이곳을 모스크로 전환하는 것은 역사적 퇴보이자 성소피아의 상징적 의미와 존재 이유를 상실케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NCCK는 터키 정부의 이번 결정에 앞서 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뮤 1세 세계총대주교가 “성소피아는 인류에 속한다”고 선언한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NCCK는 “한국 기독교인들은 터키 정부의 결정에 크게 실망했다”며 “이들 대부분은 순례자로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기독교 성소를 보고 영감을 받았으나 이제 더는 성소피아를 방문할 수 없다는 사실에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이 성당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1934년 내각의 결정과 관련, “성소피아는 그 성격이 모스크로 규정됐고, 그 외 사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규정한 1934년 내각 결정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소피아성당은 인류 공동 문화 유산으로서의 성격을 보존하며 건물을 모스크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 건물을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지는 터키의 자치권이며 이 결정을 존중해 달라”고 밝혀 세계 기독교계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성소피아대성당은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새로운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건설하면서 건립되었으며,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재건됐다. 15세기에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되기 전까지 약 1천 년간 동방정교회의 본산이었다.

이후 1453년 오스만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황실 모스크로 개조됐다. 세계 1차대전으로 오스만제국이 멸망한 후,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 아타튀르크는 1934년 강력한 세속주의를 앞세워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