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 아름다운교회 이기범 목사
아름다운교회 이기범 목사

한국 남성이 세계 1위를 차지하는게 몇가지 있습니다. 40대 남성 사망률 세계 1위. 여자의 3배. 4~50대 남성의 자살률도 여자의 3.3배로 남녀 비교치 세계 1위. 남성 노동자 노동시간 OECD 가입국가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남성들은 경제위기속에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경제력 상실이 능력상실로, 능력상실이 삶의 의미 상실로 이어져 결국 벼랑으로 내몰리는 현실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의 손길이 절박합니다. 

 

이철환씨가 쓴 <연탄길2>에 보면 아빠의 편지라는 짧은 글이 있습니다. 아빠의 부재라는 시대속에서 어깨를 늘어뜨리고 걸어가는 아버지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소개합니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삽니다. 

남편의 방으로 들어가기 전, 지혜는 방문 앞에 멈춰섰다. 그림을 좋아했고 아이처럼 살다간 남편 영민이 어두컴컴한 방안에 앉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에 안겨있던 아이가 뒤척였다. 지혜는 떨리는 손으로 방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지혜는 영민이 사용하던 책상으로 느릿느릿 다가갔다. 의자에 앉아 방안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화구며 캔버스에서 영민의 숨결이 느껴졌다. 가슴 아팠다. 영민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지혜야, 미안해. 너하고 아기만 남겨놓고 나 먼저 떠나가서. 아기 첫돌이 되는 날, 내 책상 첫번째 서랍을 열어봐. 그곳에 노란봉투가 있을거야. 그걸 아기에게 선물해 줘." 지혜는 영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랍열쇠를 꺼내들었다. 열쇠를 꽂는 순간 지혜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서랍 속에 있는 커다란 봉투를 꺼냈다. 지혜는 아이를 보며 말했다. "아가야, 아빠가 너한테 주는 선물이야. 너의 첫번째 생일날 주라고 하셨거든." 지혜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봉투를 열었다. 남편이 그린 그림이 있었다. 그림 오른쪽엔 남편 영민이 앉아있었다. 그림 왼쪽엔 지혜가 앉아있었고, 그들 사이에 아기가 백일홍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영민이 아기 손을 꼭 쥐고 있었다. 그림속 아기 얼굴은 영민을 닮아 있었다. 그림과 함께 예쁜 강아지 인형과 돌반지, 분홍색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다.

"아가야, 오늘이 네가 세상에 태어나 맞이하는 첫번째 생일이야. 아빠는 얼마나 기쁜지 몰라. 너와 함께 있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아빠가 곁에 있었으면 동물원에도 데려가고 예쁜 사진도 찍어줬을텐데. 하지만 아빠는 언제까지나 너의 손을 꼭잡고 있을거야. 네가 눈물을 흘리면 맑은 바람이 되어 너의 눈물을 씻어줄거고, 네가 지쳐 쓰러지면 네 등을 쓰다듬는 따스한 바람이 되어줄께. 너를 보살피는 엄마의 힘겨운 걸음걸음마다 아빠는 늘 함께 할거야. 아가야,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야 돼. 아빠는 별빛으로, 바람으로, 때로는 따스한 햇살로, 영원히 너와 함께 있을거야. 아가야, 안녕. 

-하늘나라에서 너를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