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 아름다운교회 이기범 목사
아름다운교회 이기범 목사

이철환형제가 지은 <연탄길>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녁 무렵 한 여자아이가 동생들을 데리고 음식점에 들어갔습니다.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묻더니 자장면 두 그릇을 시켰습니다. 
동생들이 묻습니다. "근데, 언니는 왜 안 먹어?" "응, 점심 먹은 게 체했나 봐. 아무것도 못 먹겠어."  
"누나, 그래도 먹어. 얼마나 맛있는데." 
"누나는 지금 배가 아파서 못 먹어.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맛있게 먹어."  
삼남매는 건너편 테이블에서 엄마 아빠랑 저녁을 먹고 있는 제 또래의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언니....... 우리도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같이 저녁도 먹구." 

조그만 주방에서 이들의 대화를 듣던 영선이는 주방에서 나왔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참 동안 아이들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너 혹시 인혜 아니니? 인혜 맞지?"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엄마 친구야. 나 모르겠니? 영선이 아줌마....... 한 동네 살았었는데 네가 어릴 때라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모양이구나. 그나저나 엄마 아빠 없이 어떻게들 사니? 인정이도 이제 많이 컸구나. 
옛날엔 걸음마도 잘 못하더니......." 
영선은 서둘러 주방에 들어가서 자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를 내왔습니다. 
아이들이 먹는 동안 그녀는 내내 흐뭇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떠난 후 남편은 묻습니다. "누구네 집 애들이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는데......." 
"사실은 나도 모르는 애들이에요.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음식을 그냥 주면 
아이들이 상처받을지도 모르잖아요. 엄마 친구라고 하면 아이들이 또 올 수도 있고 해서......."  
"그랬군. 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주방 바로 앞이라 안에까지 다 들리던데요." 

가난으로 주눅든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했던 아내를 보며 영철은 많은 생각을 했다.
그날 저녁의 감동은 기억 저편에서 아스라이 풍금 소리처럼 지금도 그의 마음속 깊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리 없이 아픔을 감싸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성경은 말씀합니다. 
- "마지막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부탁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한 형제처럼 사랑하며, 
   한마음으로 서로 따뜻이 대하며, 겸손하십시오."(벧전3:8)  
- "자선을 베풀 때에는 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아무도 너의 구제함을 모르게 하여라. 
   그러면 숨어서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네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6:3-4. 아가페쉬운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