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낮 12시부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양측 사이의 통신연락선, 군부 사이의 동·서해 통신연락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서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연락선 등을 완전히 차단·폐기한다고 밝혔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했다고도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 4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발표 후 통일부는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특히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이미 검토 중”이라고 했었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두고 남북 뿐만 아니라 우리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대체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내용을 비판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법률로 막는 것은 북한 주민의 알권리 및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남북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평화 기조 유지를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교계 주요 지도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외부 정보 있는 그대로 알려야… 정부, 상호주의 입각했으면”

먼저 김영한 박사(샬롬나비 상임대표, 기독교학술원장)는 정보 전달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는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북한은 닫힌 사회다. 그런 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외부의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어떤 외교적 수사나 당국자들의 만남보다 통일을 위한 더 실질적인 조치”라며 “탈북자인 태영호·지성호 씨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절망에 빠진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외교의 기본인 상호주의에 입각했으면 좋겠다. 우리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심지어 우리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담기 힘든 막말을 쏟아냈던 북한을 향해 그에 합당한 비판과 항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만 문제 삼는다면, 그것은 합리적인 처사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권태진 목사(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도 “대북전단 살포는 언론의 자유로 기본권에 속한다. 북한 주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이기에 그들의 알권리도 보장해 주어야 한다”며 “진짜 평화는 그런 자유가 위협받지 않는 세상이다. 대북전단 살포로 위협을 느끼는 것은 북한 주민이 아닌 그곳 정권일 것이다. 진실을 알려 북한 주민들을 자유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평화를 위한 길”이라고 했다.

“대북전단, 내용에 따라 달라… 법으로 아예 막는 건 안 돼”

한편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전 한복협 회장)는 대북전단의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대북전단을 보낸다 해도 그 내용이 남북 사이의 평화를 해치는 과격한 것이라면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그렇지 않고 남북의 화해를 추구하고 평화를 고양하는 내용이라면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성경을 보내는 것도 좋다고 했다. 따라서 “아예 법으로 대북전단 자체를 보내지 못하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위원장 허원배 목사)는 최근 논평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판문점 선언과 평양선언, 군사합의서 등 그동안 남북 정상과 당국자들이 합의해온 공동의 노력을 무(無)로 돌리며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는 반평화적이며, 시대착오적인 행위로 근절되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