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가 9일 오후 인천 카리스호텔에서 제90회 정기세미나 및 6·25전쟁 70주년 기념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명수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서울신학대학교 명예)가 ‘거시적인 측면에서 본 6·25전쟁과 한국사회’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우리가 6·25전쟁을 언급할 때 항상 덧붙여 사용하는 용어가 바로 ‘동족상잔의 전쟁’이라는 표현”이라며 “같은 민족끼리 싸우지 말아야 할 전쟁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급하는 것이 6·25를 통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헤어지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80년대 KBS를 통하여 전개된 이산가족 찾기 운동은 6·25가 남긴 비극이 얼마나 큰가를 상상하게 만들어 준다”며 “무엇보다도 6·25는 한반도의 분단을 더욱 고착화시켰다는 점에서 한 민족의 역사에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한반도의 통일이 독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한반도에는 전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 기독교의 입장에서도 6·25는 잊을 수 없는 전쟁이다. 6·25전쟁 동안에 한국 기독교는 막대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며 “해방 이후부터 시작된 북한 기독교인들의 월남은 6·25를 통하여 절정을 이루었고, 한국 기독교의 중심이었던 북한 땅은 세계에서 가장 핍박받는 지역이 됐다”고 했다.

그는 “6·25전쟁 당시 미국으로부터 무시무시한 폭격을 당했던 북한은 강력한 반미 국가가 되었고, 이것은 반기독교 운동으로 이어졌다”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기독교가 핍박을 받는 지역이 북한”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6·25는 전통적인 평가를 넘어서 좀 더 포괄적으로 6·25를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며 “분명 6·25는 한국민족의 가장 큰 아픔이지만 한국인들은 이런 6·25를 딛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6·25전쟁의 가장 큰 결과는 38선이 휴전선이 되어 한반도를 완전히 둘로 나누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전의 38선도 한반도를 둘로 나누는 분단선이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곧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6·25전쟁을 통해서 38선은 휴전선으로 변했다”고 했다.

이어 “38선은 미국과 소련의 군사전문가들이 작전을 위해서 지도상에 그어 놓은 것이지만 휴전선은 공산군과 연합군, 북한과 남한이 서로 싸워 전쟁 가운데 만들어진 국경선”이라며 “이 휴전선은 미·소 양 진영이 서로 싸우고, 여기에 우리 민족이 참여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며, 전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인 동시에 앞으로 전쟁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휴전선은 이전의 38선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제 한반도는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져 있고, 북한은 북방공산주의라는 세계의 일부분으로서, 남한은 남방 자유민주세계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분명하게 만들기 시작했다”며 “우선 6·25전쟁으로 인한 국제정세의 변화를 말하려고 한다. 사실 세계사적으로 볼 때 6·25전쟁은 미·소 양 진영을 중심으로 냉전체제가 확립된 것이다. 이제 세계는 공산권과 서방권으로 나뉘게 됐다”고 했다.

박명수 교수(가운데)가 정기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Photo :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박명수 교수(가운데)가 정기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이런 국제적인 변화는 한반도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며 “먼저, 세계사적인 측면에서 6·25 이후 한국 사회는 분명하게 자유세계의 일원이 되었고, 둘째 한국정치의 측면에서 남한 사람들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셋째,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쟁 이후 한국사회는 세계적인 시장경제 체재에 편입하게 되었고, 넷째, 한국교회사적인 측면에서 새로 들어온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의 새로운 동력으로 등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6·25 전쟁은 국민들에게 심각한 과제를 안겨 주었다”며 “그것은 어떻게 분단된 한반도를 다시금 하나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6·25전쟁이 한반도의 통일 운동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우리는 6·25전쟁이 남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6·25전쟁은 양측이 다 같이 자신들의 체제가 보다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여 전개된 전쟁이다. 북한은 인민 해방을 외쳤고, 남한은 자유통일을 주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6·25전쟁이 끝난 70주년을 맞이하여 누구의 주장이 과연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며 “이것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6·25전쟁이 남긴 과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답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아직도 6·25전쟁이 만들어 놓은 구도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휴전선은 여전히 튼튼하고, 남북에는 체제가 다른 두 국가가 존재하며, 이것은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와 종교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는 6·25 전쟁과 연속성 안에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나 “깊이 살펴보면 지금 우리는 그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상황에 도달했다”며 “그것은 공산주의가 붕괴되고, 냉전은 종식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냉전 체재가 끝났고, 이제 사회주의는 그 능력을 상실했다”고 했다.

이어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과제를 제시한다. 먼저는 한반도는 언젠가는 자유민주적인 질서 위에서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공산주의가 실패로 끝나고, 자유가 온 세계에 퍼지고 있는 이런 상황 가운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자유민주주적인 질서에 기초한 통일에 대한 꿈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또 “두 번째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대륙에 이런 자유민주적인 질서가 확장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아직도 한반도 주변에는 자유민주주의적인 국제질서를 외면하고, 여전히 사회주의 체재를 유지하려고 하는 세력이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오랫동안 한반도는 아시아의 교차로에 서 있어 왔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국가가 됐다.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와 손을 잡고, 아시아 대륙, 특히 중국 대륙에 진정한 자유와 평화가 올 수 있도록, 중국의 민주화에 기여해서 다 같이 아시아 대륙에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