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경전 넘어 인류 정신 장악한 고전 되기까지
신학자, 문헌연구가, 고고학자의 균형 있는 설명
서구 세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 자료 평가

성서, 인류의 영원한 고전

아네테 그로스본가르트, 요하네스 잘츠베델 엮음 | 이승희 역 | 21세기북스 | 364쪽 

"성서에 다가가면 영원한 베스트셀러, 인류 역사의 유일무이한 문서 모음집, 유일신 신앙 개념들의 매우 복잡한 저장소와 같은 과장과 극찬에 곧 압도되어 버린다. 그러나 이는 단지 성서의 몇몇 측면일 뿐이다. 성서 읽기는 이미 하나의 도전이다. 극소수의 사람만이 이 빽빽하게 인쇄된 두꺼운 책을 완전히 읽는 데 성공한다."

<성서, 인류의 영원한 고전>은 독일의 권위 있는 잡지 <슈피겔> 특별판을 엮은 '슈피겔 시리즈' 중 《1517 종교개혁》, <만들어진 제국, 로마>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수식어 이면에 있는 성경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특히 '고고학으로 파헤친 성서의 역사'를 중심으로, '성서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 책이 되었는지' 살피고 있다. 성경에 대한 총론적 소개와 성서학자 에른스트 악셀 크나우프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1부), 구약(2부)과 신약(3부)을 거쳐, 2천년 교회사 속 성서의 역사와 그 위치(4부)를 들여다본다.

각 저자들은 신·구약 속 주요 부분에 대해 성경과 고고학적 자료들을 망라, 일반적인 내용과 함께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구약 속 복잡한 음식 규정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복음서 속 비유적 표현들을 분석하기도 한다.

일례로 '하나님의 증언자' 모세에 대해 "하나님과 이스라엘 민족 사이를 연결해 주는 중재자로서 여전히 파악하기 힘든 신비에 머물러 있지만, 이 예언자는 인간적 약점을 가진 철저한 지상의 인물"이라며 "모세는 반신도 신의 아들도 왕도 아니다. 단지 은총을 받은 한 인간일 뿐"이라고 쓰고 있다.

'고고학'을 내세운 만큼 '성서 비평학'도 빠질 수는 없다. 성서 비평의 본고장 독일에서 나온 서적이기도 하다. 이 부분(5부)은 기독교인들이 지피지기(知彼知己) 차원에서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의 독서를 해도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은 성서의 땅이자 분쟁의 땅이기도 한 팔레스타인과 중동,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이슬람교와의 화해자, 가교로 '아브라함'을 제안한다. 세 종교의 존경을 동시에 받고 있는 흔치 않은 인물이기 때문.

"수천 년 동안 종교들이 갖고 다루었던 이 한 명의 아브라함에게 세상은 얼마나 많은 희망을 걸 수 있을까? 이렇게 독점되던 인물이 새로운 이해를 위한 간판스타가 될 수 있을까? ...

종교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오용되는 근동 지역에서도 다양한 교파의 신앙인들이 공동의 시조라는 이름 아래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다. 최소한 상징적으로라도 말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아브라함 재단'이 유대인, 그리스도인, 무슬림의 평화로운 공존을 장려하려고 노력한다. 정치적으로 그렇게 뜨거운 헤브론조차도 시조의 이름 아래 진행되는 화해 프로젝트에 포함되었다."

조친어 성경을 들고 기뻐하는 데이비드 훙 목사. ⓒ성서공회
조친어 성경을 들고 기뻐하는 데이비드 훙 목사. ⓒ성서공회

잡지에 실렸던 글답게 가독성이 좋고 대중적이다. 성경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각 글마다 붙어있는 제목과 부제목을 통해, 수준 있는 잡지의 슬로건 뽑는 법(?)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성서는 전 세계에서 존중받고 연구되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본 경전이며, 가장 빈번하게 여러 판본을 서로 비교하면서 읽는 책이다."

출판사 측은 "성서는 서구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자료이자 과학적 영역 너머, 인류 탄생의 모호한 신비를 전해주는 유일한 문서"라며 "성서가 오늘날 여러 고고학적인 논쟁에도 최고의 고전이라 평가받는 이유는 이미 인류의 정신세계가 성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데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