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트 박사. ⓒ릴리저스뉴스서비스
(Photo : ) 톰 라이트 박사. ⓒ릴리저스뉴스서비스

세계적인 신약학자 톰 라이트(N. T. Wright)의 '바울 평전'(원제 'Paul: A Biography')이 국내 발간됐다. 2018년 첫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의 책이다.

기독교의 사상적 기틀을 놓았다고 평가 받는 사도 바울의 전기를 700페이지에 담았다. '위대한 신학자'로서의 바울이 아닌, '인간 바울'에 대한 탐구를 시도하는 것.

이에 바울이 호흡했던 당대 세계를 정성스럽게 스케치한다. 그리스-로마 문화가 지배하는 가운데 유대교를 하나의 종교가 아닌 삶의 중심으로 여겼던 이스라엘 사회 속에서, 누구보다 뜨겁게 유대교를 신봉했던 바리새인 바울을 입체적으로 그리면서 막을 연다. 또 구약의 위대한 약속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유대인,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를 만남으로써 극적인 변화를 보인 사람,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복음 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전도자로서의 바울의 면면을 제시한다.

박해자에서 사도로의 변화는, 라이트를 따라가면서 살펴볼 때 급작스럽기만 한 일은 아니다. 구약에 충실했던 바울에게 있어서, 구약의 그 모든 약속이 예수 안에서 성취되었다는 깨달음과 확신은 이제껏 살아온 유대교의 삶을 버리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많은 신학자와 목회자가 바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남긴 서신을 파고들었지만, 그들이 정작 놓친 것은 인간 바울임을 라이트는 넌지시 지적한다. 한 인간이자 유대인이며 기독교인인 그의 다면적인 모습을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그가 예수를 이해하기 위해 제시한 틀과 신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바울의 인생을 지리적인 궤적을 쫓아 그린다. 1부 '시작'은 다메섹, 아라비아와 다소, 안디옥에서의 신앙의 출발을, 2부 '왕의 사자'는 키프로스와 갈라디아, 안디옥과 예루살렘, 아테네, 고린도, 에베소 등지에서의 선교를, 3부 '바다, 바다'에서는 로마에까지 복음의 지경을 확장하고자 했던 바울의 쉼 없는 열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무엇보다도 뜨겁고 순수했던 바울이라는 한 신앙인의 모습을 현대 신앙인들에게 제시한다. "그는 거듭거듭 그 기도로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 한 분 하나님, 한 주를 선포한다. '한'이라는 말을 힘주어 강조한다. 그가 평생에 걸쳐 한 일은 하나님나라 그리고 주이신 예수를 누구에게나드러내 놓고 거침없이 증언하는 것이었다. 그는 처형자가 그 칼을 뽑은 지금도 기도하며 그 일을 한다."

톰 라이트는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맥길 대학교에서 신약성서학을 가르쳤다. '역사적 예수 연구'와 '바울에 대한 새로운 관점' 등 현대 신약학계의 뜨거운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는 저술을 발표해 이 분야의 논쟁을 주도하는 학자 중 한 명이다. 저서로는 '톰 라이트가 묻고 예수가 답하다', '톰 라이트와 함께하는 기독교 여행' 등이 있다.

바울 평전 ㅣ 톰 라이트 저, 박규태 역 ㅣ 비아토르 ㅣ 740쪽 ㅣ 3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