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방 및 건강 상태를 두고 여러 가지 소문들이 무성한 가운데, 평양에서 사재기가 벌어지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애나 파이필드 WP 베이징 지국장은 "그동안 북한 지도자의 사망설이 가짜로 밝혀진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면서 "북한이 공식 발표를 하거나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그의 상태를 알 수 없다. 이번에 떠도는 루머에서 김 위원장이 심장과 관련 어떤 수술을 받았다는 점만큼은 확실히 자리잡고 있어, 여느 때와 상황이 좀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필드는 "김 위원장이 평양에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엘리트들이 모인 평양에서는 김 위원장이 현재 가망이 없는 상태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다.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 주민들이 세제부터 쌀, 술, 전자제품까지 모든 것을 사재기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수입품 위주이다가 며칠 전부터 생선 통조림과 담배 등 자국 제품도 사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평양에서 헬리콥터들이 저공비행 중이며, 북한 내 열차와 중국 국경 밖 열차 운행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파이필드는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뭔가 잘못됐다'는 추측부터 '코로나19를 피한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며 "한편으로 집권 9년째를 맞은 그가 어느 정도 자신감 속에 자신만의 행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 위원장은 한국, 일본, 중국은 물론 미국, 러시아 등 관련국 지도자들 중 누구보다 오랜 기간 집권을 하고 있다"면서 "김씨 백두혈통으로 3대째 다스려온 북한에서 그가 사망했을 경우 파장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특히 젊은 나이의 김 위원장이 사망한다면 후계자는 누가 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유일하게 확실한 후보이지만,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약점"이라며 "김여정이 어떻게 북한의 지도자가 될지 모르겠으나 그녀가 어떻게 지도자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누군가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