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청두시의 이른비언약교회 왕 이(Wang Yi) 목사는 ‘국가 권력전복 선동’ 혐의로 지난해 9년 징역형을 받았다. 올해 초, 중국 당국은 구체적으로 언제라는 말없이 가족들이 왕 이 목사를 면회하도록 허락했다. 그 후 지난 3월 25일 수요일, 감옥에 갇힌 왕이 목사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처음으로 인터넷에 올라왔다. 사진의 출처는 명시되지 않았다.

한국 VOM(Voice of the Martyrs Korea)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왕이 목사의 사진이 틀림없다”면서, “왕 이 목사가 투옥되기 전보다 많이 말랐지만 영적으로는 더 예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 폴리 대표는 중국 공안요원들이 왕 이 목사의 아내 지앙 롱(Jiang Rong) 사모 뿐 아니라 왕 이 목사의 부모까지 여전히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다는 정보를 한국 VOM이 입수했다고 9일 밝혔다.

현숙 폴리 대표는 이 사진에 대해 “왕 이 목사님이 2018년 말에 체포된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사진이다. 목사님은 밤색 긴팔 셔츠에 노란색 조끼를 입고 수갑을 차고 있는데 좀 수척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왕 이 목사 ‘기독교 신앙을 위한 선언서( A Declaration for the Sake of the Christian Faith)’ 초안 작성을 주도했다. 중국 목회자 439명이 이 선언서에 최종적으로 서명했는데, 이 선언서에서 그들은 2018년에 제정된 중국의 새로운 종교규제법을 따를 수 없는 이유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익명을 요구한 이른비언약교회 교인 한 사람이 그 사진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폴리 대표는 “그 사람은 목사님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목사님 근황을 알려주고 싶어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전했다. 원래는 이른비 언약교회 교인들끼리만 공유하고 싶었는데 인터넷에 올린 것”이라고 전했다. 왕 이 목사는 1월 말에 청두시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이감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이감이 계속 연기되었다고 한다.

한국 VOM에 따르면 2018년 12월 9일, 청두시 공안 요원들은 이른비언약교회를 폐쇄하고 왕 이 목사와 교회 지도자들을 경찰서에 잡아뒀다. 이어진 조사에서 교인 100명 가량이 소환됐고 몇 사람은 형사 구금됐다. 2019년 12월 30일, 청두시 법원은 ‘국가 권력전복 선동’과 ‘불법 사업 운영’ 혐의로 왕 이 목사에게 9년 징역형을 선고하는 동시에 3년간 정치적 권리를 박탈했다. 다음 날, 이른비언약교회는 왕이 목사가 결백하며, 당국의 판결이 중국의 가정교회를 향한 부당한 박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올해 46세인 왕 이 목사는 쓰촨 대학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4년에는 중국의 ‘써던 피플 위클리매거진(Southern People Weekly Magazine)’에서 선정한 ‘영향력 있는 유명 지식인들’ 중 한 명으로 선정됐고, 2005년에는 기독교로 회심했다. 그런 뒤에 왕 이 목사는 지앙 롱사모와 함께 기독교 친교모임을 주최하기 시작했다.

폴리 대표는 “당국자들이 몇 년 동안 왕 이 목사님의 활동을 제약하고, 가정교회를 해산하거나 삼자교회에 들어오라고 여러 번 경고했지만 목사님은 거절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2018년 2월, 기독교 탄압의 파도가 중국 전역에 몰아치기 시작한 이후, 많은 목회자가 심문과 강압을 당하고 투옥됐다. 왕 이 목사는 그러한 목회자 가운데 한명일 뿐”이라며 “2018년 9월, 439명의 중국 목회자가 왕 이 목사님이 작성한 신앙 선언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그 중에 많은 분이 박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그 신앙 선언서를 한국어, 러시아어, 영어로 번역해서 www.chinadeclaration.com에 중국어 원문과 함께 우리 단체의 웹사이트에 올렸다. 우리는 이 선언서에 원래 서명한 중국 목회자 439명의 이름 옆에 같이 서명하자고 한국과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촉구해왔다. 그렇게 해서 그 중국 목사님들을 지지할 수 있고, 그분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그리스도의 한 몸에서 단절되지 않게끔 할 수 있고, 전 세계 교회가 중국의 형제자매를 계속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 정부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여름, 한국 VOM에서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한 때부터 현재까지 서명한 사람은 4,157명이다. 목표는 4,390명의 서명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선언서에 원래 서명한 목회자 439명 한사람 당 10명의 지지서명을 받자는 취지다. 한국 VOM은 서명결과를 서울 주재 중국대사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현숙 폴리 대표는 “서명하는 분들의 정보를 다 전달하지 않는다. 서명자의 성, 서명 날짜, 서명만을 제출하여 가짜가 아니라는 증거로 중국 대사관에 전달할 것”이라며 “이 선언서에 함께 서명하는 것은 왕 이 목사님을 비롯한 중국의 핍박받는 기독교인들과 연대할 뿐 아니라 전 세계 교회가 왕 이 목사님이나 중국의 핍박받는 형제자매를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공산당 정부에게 확실히 알려줄 수 있는 안전하고,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