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총무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총무

2009년 개봉한 <파이어프루프(fireproof)>는 갈등하는 부부의 회복을 다룬 영화다. 결혼 7년차인 주인공은 책임감 넘치는 소방대장이다. 위기의 구조 현장에서 동료를 지키거나 불타는 집에서 소녀를 탈출시키는 모습은 가히 그를 영웅이라 불릴 만하게 한다. 멋진 영웅은 귀가 후 생사를 가르던 긴장감에서 해방되어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 포르노 속 여인들에게 눈길을 주게 된다. 남편에게 소외감을 느낀 아내는 직장 동료의 친절함에 마음이 흔들리며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주인공의 나쁜 습관이 그의 결혼 생활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포르노는 이와 같이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기분전환용으로 잠깐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곧 습관이 되어버린다. 포르노를 보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면 뇌는 중독의 싸이클로 접어든다. 중독의 길에 들어서면 남은 인생의 성(性)생활은 전부 파멸로 끝난다. 포르노의 해악은 사람들의 태도를 정상에서 이탈시킨다. 결국 반사회적 범죄행위를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

안티포르노 그룹인 <이너프 이즈 이너프(Enough Is Enough)>의 보고에 따르면 포르노 중독은 1) 남자들에게 강간을 해도 좋다는 신화를 만들어 주고 2) 성추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게 한다. 그리고 3) 혼전 또는 혼외정사를 점점 더 수용하게 하고 4)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든다. 포르노 중독은 쾌락에 대해 반응하는 뇌를 손상시켜 인지능력을 훼손하고 그에 따라 인간관계를 망가뜨린다. 중독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포르노를 따라 더러운 행위를 실제로 실행하게 된다.

왜 포르노가 끊기 어려운 것일까?

첫 번째는 은밀성에 있다. 술이나 약물 등의 중독과는 달리 일상에서 알아채기 쉽지 않다. 평범하거나 또는 모범적으로 보이는 이들이 포르노를 보고 있을 거라고 상상이 잘 안 된다. 추잡한 성범죄에 연루된 후에야 비로소 그들이 포르노에 빠져있었음을 알게 된다. 두 번째로 포르노는 '잠깐만'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다. 돈도 들지 않고 따로 먼 곳을 갈 필요가 없이 바로 쾌락을 누릴 수 있다. 보고 나서 후회할 것을 알지만 아주 잠깐만 볼 것이라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늘 앞선다. 우리가 포르노를 끊어야하는 이유는 하나님 앞에 죄이기 때문이다. 포르노 제작자들은 하나님께서 창조한 거룩한 몸을 욕망의 도구로 타락시켰다. 포르노를 보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비인격화시키는 죄악'에 동참하는 것이다.

어떻게 포르노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방법은 공개하는 것이다. '은밀한 죄악'은 공개되면 그 힘을 잃는다. 포르노의 유혹에 시달리는 남편들은 아내에게 이 고통을 고백하고 도움을 요청하라. 청소년들은 신앙 상담자에게 도움을 구하라. 두 번째 방법은 '잠깐만'의 유혹의 자리를 피하여 벗어나는 것이다. 다윗은 지붕 위에서 목욕하는 여인을 잠깐만 훔쳐보려했지만 자리를 못 피하고 결국 유부녀와 간음하는 죄를 범했다. 반면 요셉은 상관의 아내가 유혹할 때 자리를 피하여 범죄의 현장에서 벗어났다. 영화 <파이어프루프>의 주인공도 포르노의 유혹을 피해 벗어나기로 결단한다. 화재 현장에서 탈출을 위해 사용하던 도끼로 포르노를 보던 컴퓨터를 부숴버린다. 불타 없어질 뻔한 그의 결혼 생활을 탈출시키는 장면이다.

기억할 점은 나쁜 습관은 빈도를 줄인다고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잔불을 남겨 놓는 것 같아서 완전히 소멸시키지 않으면 다시 타오르게 된다. 우리는 넘어진 곳에서 또다시 넘어지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포르노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려면 하나님 계신 곳으로 탈출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진정한 기쁨과 만족을 누려야만 거짓 만족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부탁드리고 뛰쳐나가라. 하나님께서 탈출을 완성시켜주실 것이다.

문지호(한국성과학연구협회 팀장, 온누리교회 안수집사, 이비인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