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에게 하늘과 땅은 하나다. 둘이 아니다. 하지만 로마 가톨릭이 우리에게 전한 기독교는 하늘과 땅을 완전히 분리한다.

이탈리아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 같은 이는 ‘하늘은 땅과 섞일 수 없다. 인간이 도달하지 못하는 게 하늘이고 인간은 하나님에게 복속돼야 하는 존재’라고 가르쳤다. 예수가 말하지 않은, 그런 구약적 질서가 한국에서 계속 널리 퍼진 것이다.

교회로서는 권위를 내세워야 구원이라는 명목 하에 사람을 복종시킬 수 있다. 새로운 종교 운동이 태동해야 한다.”

이는 도올이 최근 한겨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폼을 잡으며 떠든 말이다.

도올을 비롯하여 동양 종교에 뿌리를 박고 있는 비기독교 계열 사람들이나 뉴에이저들은 기독교를 성과 속의 단순 피상적인 차원에서 이원론적인 시각으로 보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물질적 현상계인 천지만물의 창조자이시고 영적인 하늘 성소의 주가 되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존재와 성품을 모르는 저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인지도 모른다.

성육신이 되어 오셔야 했던 인간에 대한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을 결코 깨달을 수 없는 자에게 있어, 구약의 하나님은 너무 무섭고 어렵고 이상하고 밉기만 한지 모르겠다.

하나님의 피조물인 인간이 자신의 영적 아버지를 알지 못하여 자신의 존재의 뿌리가 잘려져 나간 채 세상을 배회하다가, 어느 날 갑자가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근원과 모종의 연관성을 갖고 있을 것 같은 피조 세계(천지)에 이끌려 자신과 동일시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태초 에덴동산에서부터 접근하여 하나님처럼 만들어 주겠다고 미혹함으로 인류 최초의 부부를 넘어뜨린 자가, 고아의 영성으로 방황하는 자에게 다가와선 “너(人)는 바로 저 천지(天地)와 같은 데서 나온 신(神)이다”라고 속삭였다.

이때부터 빈 하늘을 우러르며 허공에 ‘필’이 꽂힌 인간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상계 너머의 하늘의 영역, 타락한 천사들이 정사와 권세로 다스리는 그 곳을 절대계라 칭하며 자신이 초점을 맞춘 허공에 천지인 3요소를 갖춰놓고 “우주만물의 뿌리”니 “참나”니 “하느님”이니 “무극”이니 하고 칭하게 되었다.

본시 창조주와 피조물의 구분이 없는 저들의 하늘이란 개념엔 자연스레 현상계와 절대계가 구분 없이 혼재되어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저들은 절대계를 움직여 현상계로 나아가는 원리적 작용을 창조라고 이름 지으면서, 그 과정에 그럴듯한 수(數) 이론을 세워놓았다.

이들 결과물인 천부경의 ‘인중천지일’이란 내 안에 천지가 하나가 된다는 것이며, 천도교의 ‘인내천’이란 내가 하느님이란 것이고, 중용의 ‘천하지대본’은 천지만물이 다 내 마음의 뿌리에서 나왔다는 이론이다.

도올이 종교적인 색채가 하나도 없다며 순수한 인류 최고의 역작이라 칭찬해마지 않는 중용 또한 천(중)지(용)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천부경이나 천도교의 천지인의 사상과 같은 것이다.

중용에선 인간이 자신 안에 위대한 형상 즉 우주적 포부를 품고 천하를 횡행함으로써 큰 선비나 대사, 보살이 된다는 것이니, 결국 내가 하느님이란 주장과 매한가지다.

이런 맥락에서 도올이 마태오 리치의 하늘과 땅 즉 창조주와 피조물과의 관계에 대한 가르침을 예수가 말하지 않은 구약적 질서에 대한 주장이라며, 마치 예수가 천지인 종교의 교주나 되는 것처럼 거짓 선전을 하는 데는 그의 이와 같은 사상적 배경이 깔려있다.

과거 예수회 소속 조지 코인 신부가 뉴에이저들의 주장과 같이 기독교를 뉴턴식의 3차원 기계적 결정론으로 규정짓는 오류를 범한 사례가 있듯이, 기독교는 도올의 몰이해에서 나온 이원론이나 저들이 추종하는 일원론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

요컨대 기독교는 하늘의 있는 것이나(천) 땅에 있는 것이(지),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기 위함인 것이다(엡 1:10). 말하자면 ‘인중천지일’이 아니라 ‘예수중천지일’이다.

기독교의 정수는 생명이나 죽음이나 천사들이나 세계나 현재나 장래 일이나 다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롬 8:38) 하나로 연합되어,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이의 충만함에 거하는 것이다.

이 고난주간에 특별히 주님께서 흘리신 십자가의 피로 평화의 길을 여시어, 천지인 모든 우주만물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화해하게 하신(골1:20) 평강의 하나님의 신비로운 은혜와 사랑을 깊이 묵상해 본다.

모쪼록 주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일으키신 하나님의 생명의 능력이 전 세계적으로 역병의 환난 가운데 신음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원한 안위와 생명의 부활로 맺혀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박현숙 목사
박현숙 목사

박현숙 목사
인터넷 선교 사역자
리빙지저스, 박현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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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료 후 뉴욕 나약신학교와 미주 장신대원을 졸업했다. 미주에서 크리스천 한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다.
시집으로 <너의 밤은 나에게 낯설지 않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