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빵과 포도주 나누려면, 한 공동체 모이는 것 마땅
말씀 인치는 은혜의 방편… 온라인 세례 안 되듯 안 돼
예배당 모임 기다리며 성례 ‘사모’하는 것이 더욱 유익

2015년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 성찬식
코로나사태로 인해 온라인예배가 계속되면서 온라인상의 성찬식에 대한 신학적 물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 성찬식

‘온라인(영상) 예배’가 한 달째 계속되고 종려주일과 고난주간, 부활주일도 예배당 모임을 갖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절기 때 주로 이뤄지는 성찬식도 ‘온라인(영상)’으로 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목회자들이 생기고 있다. 실제로 몇몇 목회자는 SNS를 통해 ‘온라인 성찬식 집례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김병훈 교수(합동신대)는 “신학적 관점이나 실천적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예장 합신 내 몇몇 노회에서 실제로 이러한 질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전염병 상황에서 ‘온라인 예배’가 예외적으로 가능하고, 정부의 종교집회 제한명령도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기 위함이 아니다’며 ‘2m 거리 유지’ 등 7대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김병훈 교수는 “우선 성찬은 실제로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먹음으로써 영적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살을 먹는 것이기에, 시간적·공간적으로 한 공동체로 모여서 행해야 마땅하다”며 “‘그런즉 내 형제들아 먹으러 모일 때에 서로 기다리라(고전 11:33)’는 말씀은 판단받을 만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성찬식에 참여하는 자들이 자신을 살펴 합당히 할 것을 권하는 교훈이지만, 성찬식은 ‘모여서’ 하는 것임을 또한 분명히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물론 주일에 모이는 공적 예배도 공간과 시간을 같이 하여 한 자리에 모여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은 모이기 어려운 특수한 상황이기에,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예배의 질서를 따른다는 조건 아래, 온라인을 이용하거나 당회가 배포한 예배문을 읽으며 각 처소에서 드리는 것을 제한적으로 인정할 따름”이라며 “이러한 온라인 예배나 예배문을 읽는 예배를 제한적으로나마 인정하는 까닭은 주일 공적 예배의 중심이 하나님의 말씀의 강설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온라인 영상으로 주일 공예배를 드리면서 세례와 성찬과 같은 성례의 예식을 함께 행하는 것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당연히 성례는 말씀 사역과 함께 시행돼야 하고, 말씀을 인치는 은혜의 방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편은 반드시 한 공간에 함께 하는 공간성의 확보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 없는 수세자에게 물로 세례를 줄 수 없듯, 현장에 없는 수찬자에게 성찬의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줄 수는 없다. 세례는 지금 이곳에 있는 수세자에게 주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성찬은 지금 이곳에 있는 성찬회원들에게 베푸는 것”이라며 “때문에 회중 가운데 참석하지 않은 자에게는 남은 성찬을 나중에 남겨 나누어 주지 않는다(WCF 29.3)4)”고 했다.

김병훈 교수는 “우리가 믿는 신학에 따르면, 성찬요소인 빵과 포도주는 주님의 몸과 피를 상징하며, 성례전적 연합으로 주님의 몸과 피를 영적으로 제시한다”며 “주님께서는 성찬식을 행하는 가운데, 주님의 몸과 피를 제시하는 표지인 빵과 포도주를 통해 성찬에 임하는 자에게 영적으로 임재하신다(WCF 29. 7)”고 전했다.

그러므로 “지금 이곳에서 빵과 포도주를 받을 때, 수찬자는 주님의 몸과 피를 영적으로 먹으며 주님과 인격적으로 연합하고, 주님께서 이루신 구속 사역의 은택들을 누리는 영적인 은혜를 받는다”며 “이것은 성찬이 시행되는 동안 임하는 특별한 은혜이고, 같은 장소에 함께 있음으로써 받는 은혜”라고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성례는 은혜언약의 거룩한 표지이며 인이다(WCF 27.1). 성례의 효력은 제정의 말씀과 성령 하나님의 사역에 달려 있다(WCF 27.3)”며 “말씀과 성령의 사역으로 인하여 성찬은 그리스도의 희생적 죽음을 기억하고, 이 죽음으로 신자에게 베푸시는 은택을 인치며, 신자로 하여금 영적 양식을 공급받아 성장하도록 하고, 주님의 일을 더욱 더 감당하도록 한다(WCF 29.1)”고 했다.

그는 “이처럼 믿음을 강화시키는 성례는 실로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개혁교회는 적어도 3개월마다 성찬을 베풀 것을 권한다”며 “하지만 성찬을 얼마나 자주 할 것인가는 당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당회가 성례를 행할 사정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성례를 행하지 않는 것은 옳은 결정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외에 “각 처소에서 영상으로 성찬예식을 행하고자 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실천적인 문제가 또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처소에서 집례자인 목사를 대신하여 성찬을 나누는 자의 적법성 문제

△처소에서 나누는 빵과 포도주가 영상 예배로 집례하는 빵과 포도주와 동일한 것인지의 문제

△처소에 빵과 포도주를 미리 배분해도, 집례자가 예식에 따라 감사 기도를 올린 후 떼어서 나누어 주는 빵은 감사 기도로 성별된 동일한 빵을 나눈다는 점에서, 성별되기 전에 처소에 미리 배분된 빵을 받는 것이 적절한 가의 문제

△성찬 요소가 남을 경우 처리 문제

△성찬에 참여하지 않아야 할 자들이 임의로 참여하는 일의 가능성과 관련한 문제

김병훈 교수는 “이러한 문제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발생한다면 그것은 성찬예식의 질서를 어그러뜨리는 실로 무례한 일”이라며 “때문에 영상 예배로 성찬식을 행한다는 것은 성찬의 질서를 거룩히 지켜야 하는 당회의 임무를 소홀케 하거나 방기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신학적 이유들과 실천적 문제들을 고려할 때, 영상으로 성찬식을 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말씀의 은혜를 받는 가운데 예배당에서 함께 모여 공적 예배를 드리는 날을 사모하며, 성례식을 사모하며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더욱 유익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성찬식을 모여 행할 수 있는 날을 소망하도록 하는 일은 공예배에서 현장성의 중요성을 잊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혹시라도 흩어져 영상으로 예배하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예배당에 모여야 할 공적 예배의 중요성을 자칫 가볍게 여기는 잘못된 습관이 형성되는 것을 경계하는 인식도 일깨워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