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대, 병자 돌보며 영적 모델 돼 기독교 확산
루터, 탈출 요청 거부하고 환자들 돌보다 딸 잃어
편리함 포기, 적극적 위생 조치, 사회적 거리 유지
멀리 떨어져 앉아도 한 공동체로서 예배·소통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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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티튜트포패밀리스터디(Institute for Family Studies) 연구원 라이맨 스톤(Layman Stoen) 박사가 최근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기고한 '기독교는 지난 2000년 동안 전염병을 다루어왔다'(Christianity Has Been Handling Epidemics for 2000 Years)라는 제목의 글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한 오늘날 기독교 공동체의 역할을 조명했다.

스톤 박사는 "지금 세계는 오랜 역사를 통해 인류가 직면해 온 실존적인 공포와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갑자기 휩싸이게 됐다"며 "아직 우리에게는 어떤 백신이나 항생제도 없다. 또 이 같은 전염병의 경험이 현대사회 인류에게 있어서 익숙하지 않기에, 심리적·문화적으로도 전 세계적인 유행병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스톤 박사는 "재앙에 대한 기독교인의 반응은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라는 예수님의 가장 유명한 가르침으로 시작한다. 분명히 말하면, 전염병이 가득한 시대 가운데 기독교 윤리는 나의 자신의 생명보다 이웃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스톤 박사에 따르면, 2세기 로마제국 시대에 전염병이 퍼져서 전체 인구의 1/4이 사라져갈 때, 기독교인들은 병자들을 돌보며 영적인 모델이 되어, 이 전염병이 하나님의 분노와 변덕이 아닌 사랑의 하나님 앞에 대적하고 파괴된 창조물의 산물임을 보여주면서 기독교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지난 역사 가운데 유명한 전염병은 키프리안 전염병이다. 키프리안 주교가 설교를 통해 이 병을 이색적으로 설명했다고 해서 병명이 이렇게 붙여졌다. 이 병은 3세기 로마 시대에 위기를 촉발했으나, 역시 기독교의 폭발적 성장을 촉발했다. 키프리안 주교는 자신의 설교를 통해 "천국에 간 희생자들을 위해 슬퍼하지 말고, 살아있는 이들을 돌보는 데 2배의 노력을 기울이자"고 말했고, 그의 동료였던 디오니시우스 주교는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들의 모든 필요를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톤 박사는 "전염병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이러한 대응에 관하여, 한 세기 후 비기독교인이었던 줄리안 황제도 '갈릴리 사람들'이 어떻게 비기독교인 병자들까지 이렇게 헌신적으로 돌봐줄 수 있느냐고 했고, 교회 역사학자 폰티아누스 역시 당시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기독교인들 뿐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선한 일을 했는지에 관해 언급했다. 또 사회학자이자 종교인 인구통계학자인 로드니 스타크는 기독교 공동체가 있는 도시의 사망률이 다른 도시의 절반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인들의 희생은 역사 가운데서도 다시 한 번 드러나는데, 1527년 페스트가 독일의 비텐베르크를 강타했을 때 마틴 루터는 도시를 탈출하라는 요청을 거부하고 남아서 병자들을 대상으로 사역했고, 결국 이 전염병으로 딸 엘리자베스를 잃게 됐다.

스톤 박사는 이에 대해 "마틴 루터는 '기독교인들이 전염병을 피해 도망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공했다. 기독교인 의사들은 자신이 속한 병원을 버릴 수 없고, 기독교인 정치가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구를 버리고 도망갈 수 없고, 목회자들은 자신의 공동체를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전염병은 우리의 의무를 해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이 우리의 십자가가 되고 그 위에서 우리는 죽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쓸 기회도 없는 마스크 더미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섬기다 죽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가 서로를 돌보고 가지고 있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 생필품 등을 공유한다면, 함께 우리의 지체들을 보호한다면 실제로 사망자의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질병의 세균 이론을 알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는 약간 어리석은 소리와 같이 들릴 수 있다.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좋지만, 이는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만큼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전문화된 의료 환경에서 일반인들이 정말 치료의 부담을 떠맡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고 했다.

이에 대해 "루터는 기독교의 가르침을 위해 제5계명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우리의 태만이나 무모함으로 다른 이들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터의 에세이는 성도들이 환자 격리 조치에 따르고, 그들의 집을 소독하며,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위생에 대한 기독교의 동기는 자기보존이 아닌 이웃에 대한 봉사의 윤리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고통받는 이들을 돌보고 싶어하는데, 이는 무엇보다 건강한 이들을 감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질병을 더 퍼뜨리는 태만이 사실은 살인임을 이해하고, 페스트가 퍼질 당시 치료를 제공하는 위생적인 장소로서 병원을 유럽에 최초로 세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 싱가포르, 이란, 홍콩 심지어 워싱턴D.C.의 종교단체들이 코로나19 전염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이 금지령을 기억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웃을 돌보기 위한 기독교인들의 첫번째 희생은, 우리의 편리함을 포기하며 적극적 위생 조치와 사회적 거리 유지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남에 대한 이 같은 겸허한 보살핌은 강력한 힘"이라고 했다.

또 "홍콩에 있는 나의 이웃들이 쓰고 있었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수술용 마스크는 실제로 감염을 예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좋은 위생 관리는 우리 자신의 몸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멈추고 이웃을 사랑하기 시작할 때, 이는 단지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영적인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 예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교회의 예배를 취소하지 않는다. 다른 이들을 돌보기 위한 개인적 희생 또는 감염을 줄이기 위한 모든 규칙들은 공동체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리된 그릇과 컵에서 성찬을 취하고, 악수나 포옹 대신 멀리 떨어져 앉아 있으나 우리는 여전히 한 공동체로서 예배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독교인들은 교회에 너무 집착하기 때문에 전염병이 나타날 위험도 감수할 것'이라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하며 "코로나19 피해자들의 95% 이상이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사실상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을 두렵게 하고, 불안하게 하고, 고립되게 하고, '내가 세상에서 없어진다고 해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같은 사회에서 이는 빠르게 절망의 전염병으로 변할 수 있다. 특히 노인들에게 교회 참석은 사회생활로서의 역할을 한다. 나타나지 않는 이들을 주중에 확인해야 한다. 일, 학교, 공공 모임, 스포츠 또는 외부와의 어떤 연결망이 전혀 없다면 인간의 삶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품위 있는 이들이 되기 위해 모임에 대한 도덕적·정신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매주 열리는 예배의 모임을 지지하는 기독교인들의 선택은 미신적 상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균형을 잡기 위한 분명한 합리적 선택이다. 우리는 다른 활동들을 포기하고, 의미있게 모여서 서로를 격려할 수 있도록, 가능한 깨끗하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모여서 서로를 격려할 수 있는 이 같은 예배에 대한 도덕적 지지가 없다면, 현재 중국 우한 시민들의 삶이 증명하는 것처럼, 또 이탈리아 시민들의 삶과 같이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다. 교회 다니기를 꺼리는 비기독교인들조차 상호 보살핌과 지원을 받는 공동체 속에 모임이라는 하나의 생명줄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목숨을 바치더라도 남을 위해 희생하기를 열망하라', '다른 이들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세심한 위생 절차를 철저히 유지하라', '마음과 영혼을 돌볼 수 있는 의미있는 인간 공동체인 예배 모임이라는 생명줄을 유지하라'는 내용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재앙을 뚫고 기독교인들을 인도해 온 지침서와 같다. 세계가 뒤늦게 전염병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눈을 뜨면서 이같은 고대의 사상은 여전히 현대와도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며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