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기 시작하자, '하나님의 심판'을 말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말처럼, 정말로 전염병이 가져온 어두운 양상들은 '하나님의 뜻'일까?

최근 개정 출간된 레슬리 웨더헤드(Leslie Weatherhead, 1893~1976)의 '하나님의 뜻'(원제 'The Will of God)은 어떤 사건을 두고 '하나님의 뜻'이라고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건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그때 저자는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은 한 여성이, 아들의 죽음을 두고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겠다'고 하는 말을 듣곤, "그의 죽음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밝힌다. "그것은 적군, 히틀러의 뜻이었으며, 우리가 싸우는 악한 세력의 뜻이었다."

그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이 너무 아무 데나 쓰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것을 두고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서도, 죽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던 것을 하나님의 뜻을 어긴 것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또 만일 죽지 않고 회복됐다면 그 또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 것이라 이야기했을 거라고. 이런 식의 남용은 혼동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그는 하나님의 뜻을 세 가지로 나누어 - 하나님의 의도적인 뜻, 상황적인 뜻, 궁극적인 뜻 - 제시하고, 예수님의 십자가를 가지고 설명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처형당한 것은 "하나님의 의도적인 뜻이 분명히 아니었"다. 많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르게 되는 것이 하나님의 의도적인 뜻이었다. 그러나 유다의 배반으로 인해 예수님은 도망치거나 십자가에 처형당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십자가는 하나님의 뜻이었다. 이에 예수님은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셨다. 또 십자가에 대한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은 "인간 구원"이다.

이런 설명은 하나님의 갖가지 뜻이 '선하다'는 이해를 제시한다. 또 여러 악한 상황들은 하나님의 뜻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죄 때문에 일어난다는, 의미 있는 의견을 제시한다.

레슬리 웨더헤드
레슬리 웨더헤드

혹자는 하나님의 뜻이 인간에 의해 어떻게 제한될 수 있느냐, 그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지 모른다. 그러나 웨더헤드에 따르면,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완벽한 자유의지를 선사 받은 존재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이 인간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

만약 '하나님의 전능하심'이 하나님이 자신의 뜻을 불가항력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환상이 되고, 인간의 도덕적 발달은 불가능하게 된다"고 피력한다. '하나님의 전능하심'이란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최종적으로' 패배시킬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라고 전한다.

반대로 하나님의 뜻은 인간에 의해 성취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인간의 죄가 초래한 악한 상황 속에서도 어떤 의인은 자발적으로 하나님의 뜻에 협조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나가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그러했는데, 예수님은 무력한 복종으로서 십자가를 지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그 길을 선택하여 가신 것이었다.

웨더헤드는 "모든 일을 하나님이 의도하셨다는 의미에서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하나님의 의도적인 뜻은 '얼마 동안' 인간의 뜻에 의해 무너질 수 있다"며,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와 사용할 수 없을 때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돈독하여 하나님의 뜻을 잘 헤아릴 수 있어야 하고, 양심의 소리, 상식의 표지, 전문가 견해, 친구의 충고, 역사와 고전의 교훈, 교회의 목소리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젊은이들이 전쟁터에서 죽었을 때가 아니라, 전쟁이 끝나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이 굶어 죽을 때가 아니라, 배고픈 어린이들이 배부르게 먹고 햇볕 아래서 행복하게 뛰놀 때 '하나님의 뜻'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전한다.

레슬리 웨더헤드는 영국 감리교 신학자였으며, 런던의 시티 템플에서 24년 동안 담임하면서 옥스퍼드 그룹의 지도자로 활동했다. '불멸의 바다', '심리학, 종교, 치유' 등 5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하나님의 뜻 ㅣ 레슬리 웨더헤드 저, 김준우 역 ㅣ 한국기독교연구소 ㅣ 1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