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은 행정적 용어일 뿐, 헌법상 강제 금지 불가능한데...
경기도 측 "예방수칙 안 지킨 교회 '제한'... 교회 참관할 것"
목회자들 "위반 시 행정명령이나 2m 간격 합의한 적 없다"

며칠 전 긴급 간담회를 가진 경기도 목회자들과 이재명 지사. 왼쪽부터 소강석 목사, 이재명 지사, 고명진 목사. ⓒ경기총 제공
며칠 전 긴급 간담회를 가진 경기도 목회자들과 이재명 지사. 왼쪽부터 소강석 목사, 이재명 지사, 고명진 목사. ⓒ경기총 제공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종교집회 전면금지 행정명령"을 운운했다가 엄청난 반발에 부딪히자 이를 철회하고, 대신 "종교시설 집회 제한명령"을 발동하겠다고 밝혀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불씨가 남았다. '제한명령' 또한 궁극적으로는 종교집회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재명 지사는 11일 "종교집회 전면금지 행정명령" 검토 철회를 하기 직전 경기도 목회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①입장 시 체온체크 ②출입 시 손소독 ③예배 시 마스크 착용 ④예배 시 거리 두고 앉기 ⑤예배 전후 방역" 등 '예방수칙 5가지'를 제시한 뒤 "오는 주일에도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는 집합시설이나 집회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행정적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간담회 이후 긴급브리핑에서는 "집회 제한 명령을 내릴 예정"이라며 "나쁜 경우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행정명령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문화종무과 측은 "첫째로 모여서 예배드리는 방식에서 온라인영상예배로 전환하여 성도님들을 코로나 감염위험으로부터 보호하여 달라는 것이고, 둘째로 온라인영상예배로 전환이 어려운 교회에서는 감염병 예방수칙(마스크착용하기, 발열체크, 손소독제비치, 2m 거리두기, 내외부소독하기)를 준수해 집회예배를 드려 달라"며 이 두 가지는 교회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권고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경기도 측은 "상기의 자율적 예방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교회에 대해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감염병의 예방조치)에 따라 집회에 대한 제한조치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3월 15일 도와 시군 공무원이 교회에 참관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본래 '제한'이란 표현은 행정적 용어일 뿐 예배를 강제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종교집회 금지는 불가능하다. 다만 정부 당국은 종교단체들이 예방수칙을 준수하면서 예배와 집회를 하도록 행정 지도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해당 모임은 단지 대화와 소통의 자리였을 뿐이고 '성도 간 2m 거리 두기'라는 표현은 나온 적도 없는데, 경기도 측이 마치 양측이 어떤 구체적 조항들에 대해 합의를 한 것처럼 표현하고 '2m 거리'를 적시한 데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의아함 내지는 불쾌함을 느끼고 있다.

당시 이 지사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담임, 경기총 전 대표회장)도 13일 자신의 SNS에서 "(이재명 지사의 취지는) 집회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보건 위생을 지키겠다는 의미였다. 이것은 예배를 못 드리게 하겠다는 뜻이 아님도 확실히 밝혔다. 다시 말해서 법적인 구속력도 없다고까지 이야기하였던 것"이라며 "이런 일로 더 이상 와전된 소문들이 나지 않기를 바란다. 분명히 이재명 지사님께서도 직접 언급하신 적도 없는데 대변인실에서 이를 구체화시키다 보니 '2m 간격 유지' 등의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 미래목회포럼 대표회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예방수칙을) 잘 지켜 예배를 드리기로 합의한 것이지, 이걸 어겼을 때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경기도 측은 "여기서 2m는 감염의 원인이 되는 비말의 전파를 막기 위한 통상적인 거리이고, 교회에서 집회를 할 때 성도님들 간의 접촉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상식적인 거리"라며 "결코 시군 공무원들이 줄자로 간격을 체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예배 상황에서 접촉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면 아무 문제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교계 일각에서는 이재명 지사 측이 계속해서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은 이 지사의 지나친 대권욕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강력히 대처하는 인상을 심으며 일약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2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런데 기세를 몰아 "종교집회 전면금지 행정명령" 카드까지 꺼냈다가, 예상보다 강한 기독교계에 반발에 물러서는 모양새가 되자 체면을 구기게 될까봐 또 다른 여지를 주는 것이라는 의혹이다.

기독교계에서는 또 경기도 측이 15일 주일예배를 전후해 경기도와 도내 시군 공무원들이 교회 예배에 대해 직간접적인 압박을 가하지는 않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측은 일선 공무원들에게 이 같은 조치는 사찰이 아닌 감염 예방이 목적이라며,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정중한 자세를 취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