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다수, 대통령의 정책 발언 믿지 않아
오로지 정권 유지·연장해 보려는 욕심 때문
잘못된 진보 정부는 남기는 바 없이 끝날 것

김형석 교수.
김형석 교수.

100세를 넘긴 기독교인 철학자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형석 교수(연세대 명예교수)가 '문재인 정권, 무엇을 남기려고 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14일 동아일보에 게재했다.

김형석 교수는 "문재인 정권 출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앞으로 30년간 집권하겠다고 말했다. 그 뜻은 가능하면 야당이 설 자리가 없는 정권이 소망스럽다는 의도였을 것"이라며 "거기에는 우리는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정권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무의식적 저의가 깔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작년 11월 청와대 책임자가 '지금까지 가장 잘한 업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협 제거'라고 답했다. 잘못한 것을 묻는 물음에는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국민들은 역시 운동권 출신의 거만스러운 자세라고 느꼈다. 지금 많은 국민이 진보 정치는 사라지고 좌파 정권으로 기울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국민이 직접 선출한 문 대통령은 믿고 싶었다. 촛불 혁명의 뜻을 따라 나라다운 나라를 약속했고, 국민의 복지와 안정은 물론 분열됐던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는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선언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임기 절반이 지난 지금, 생각 있는 국민 대다수는 대통령의 정책 발언을 믿지 않는다.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내용들과 상반되는 정치를 해 왔고, 앞으로도 내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석 교수는 "이는 자유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의 요청보다, 정권을 유지·연장하려는 정권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을 위한 정부는 남긴 바가 있어 성공했으나, 정권 유지를 위한 정부는 실패는 물론이고 역사의 불행과 적폐를 남겼다는 엄연한 진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통령에게 늦기 전에 정치 방향을 시정하든가, 주변 추종자들을 사회지도층으로 교체하기 바랐던 이유"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지금 유례가 없는 국론과 국민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적폐 청산도 지금까지의 결과로 보면 네 편과 내 편을 가르는 사회 지도층의 대립을 가중시켰다"며 "이 분열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애국적 목적을 위한 대화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은 싸워서 이기면 그것이 정의라는 투쟁논리를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원전 문제나 이명박 정부 때의 4대강 보에 관해 누구도 진실을 모른다. 노사는 싸움의 도장이 아니다. 협력해서 국가경제에 기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노조 없이 성장한 기업체가 있다면, 노사 투쟁 없는 기업체의 수가 많아져야 한다"며 "기업인을 적대시하는 폐습은 바른 길도 아니고, 생산적이지도 못하다. 국제 운동선수를 키우듯 우수 기업을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회 문제에 관해선 "정권 이념에 맞추기 위한 법을 제정하고, 정치 권력이 개입하면 과거 군정이나 권력 국가로 되돌아간다. 공산 중국의 선택과 같아진다"며 "각계 전문가들의 자율적 선택과 노력에 의한 선한 질서가 창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법치 정책을 권력구조에 맞추기 위해, 윤리 가치와 질서를 배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간단하다. 더 많은 국민이 인간다운 삶과 선한 사회를 지향할 수 있도록 자유와 인간애의 길을 보장하는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이 폐쇄적인 진보보다 열린 보수를 원하는 것은 현 정권의 잘못된 선택과 정책에 실망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은 미국에 'NO'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에 'NO'라고 말한 것은 듣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또 "북한 동포를 위하며 통일을 원한다면, 김정은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 신념도 있어야 한다. 이는 인간 모두의 존엄성을 위한 지도자의 의무"라며 "국가 100년 대계를 위한 교육정책은 어떻게 하겠다는 방향과 신념은 들어 본 기억이 없을 정도"라고 한탄했다.

김형석 교수는 "임기 5년 동안 주어진 과업은 제한적이겠으나, 대한민국 헌법의 이념과 방향을 바꾼다면 그 폐해는 너무 심각해진다"며 "국민들의 애국심을 멀리하고 남은 임기까지 정권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노무현 정권이 그러했듯 잘못된 진보 정부는 남기는 바 없이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