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 너희 창조주 밝히 보이라!"

베이비복스 출신의 배우 간미연이 마태복음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지저스'에 출연했다. 간미연이 보컬을 담당했던 베이비복스는 'S.E.S'나 '핑클'보다 먼저 데뷔한 1세대 인기 걸그룹이다. '야야야', '겟 업', '인형' 등 다수의 히트곡을 냈고, 중국과 일본 등에서 각각 단독 콘서트를 한 최초의 여성그룹으로 한류문화를 일으켰다. 이후 각각의 멤버가 홀로서기를 시작, 간미연은 솔로 가수로 전향해 활동했고 최근 몇 년 사이 배우와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런 그녀가 대학로 소극장에서 하나님을 노래한다. 일찍이 그녀의 주변에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지인이 많았지만, 30대가 돼서야 교회를 가게 된 그녀는 "주님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이 작품 뮤지컬 '지저스'를 선택했다고 했다. 이제 막 하나님을 알아가기 시작한 그녀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순수하고 열정이 넘치고 아름다워 보였다.

-'지저스'에는 어떻게 출연하시게 된 건가요?

"안무가님의 소개로 왔는데요. 보통 작품을 선택할 때 노래와 캐릭터, 내용을 보고 '하겠다'고 하는데, 이번 공연은 그냥 마태복음 성경구절을 인용한 극이란 것과 제목만 알고 하게 됐어요. 제가 신앙을 가진 지 얼마 안 돼서 주님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잘 안 돼서, 작품을 하면서 한번 친해져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냥 들어왔어요."

-'길머'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캐릭터를 연습하면서 알게 됐는데, 특색과 개성이 없어요. 다들 어둡거나 코믹하거나 귀엽거나 섹시하거나 걸크러시하거나 역할이 있는데, 길머만 아무것도 없어요. 다른 배우를 받쳐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무(無)의 느낌이에요. 간음한 여인 장면에서는 진지하고, 아브라함 같은 경우는 재미있고, 탕자 신에서 또 하인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은 좋아요. 그래서 제 모습이 더 많이 반영되는 느낌이에요."

-연기할 때 어려운 점은 어떤 건가요?

"재밌게 하려고 하고 있긴 한데, 역할이 많아서 소화하기 어려워요. 제가 간음한 여자 역할을 한 후에 감사와 은혜와 눈물이 글썽한 상태에서 노래 끝나고 바로 양의 역할로 변하거든요. 또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께서 날 위해 기도하라'고 하시고 다들 죄송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다가 갑자기 사탄으로 변해야 하는데, 확확 바뀌는 부분에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다른 캐릭터 중에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있나요?

"사실 '로빈' 캐릭터가 탐났어요. 다음에 한다면 '로빈' 아니면 '소냐' 역을 해보고 싶어요. '로빈'은 최강의 귀여움을 자랑해요. '제가 언제 또 그런 걸 해보겠냐'는 마음으로 40이 되기 전에 해보고 싶었어요. '소냐'는 대표님이 저를 부르실 때 제가 섹시 댄스 가수 콘셉트를 많이 했으니까 '소냐' 캐릭터가 어떠냐고 하셨는데, 저랑 친한 안무 감독님이 '절대 섹시는 1도 없다'고 차단을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웃음)"

뮤지컬 ‘지저스’ 공연 장면 中. ⓒ김신의 기자
뮤지컬 ‘지저스’ 공연 장면 中. ⓒ김신의 기자

-공연을 진행해 오면서 더 깨닫는 바가 있나요?

"공연이 사실 성경의 말씀들이잖아요. 처음에는 그냥 흘러갔던 말씀들이 어느 날은 엄청 와 닿아 눈물이 날 때도 있고, 매번 다르게 느껴져요. 다른 공연도 사실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감정이 있지만, 이 공연은 특히나 그런 것 같아요. 최후의 만찬 때 포도주와 떡을 아무렇지 않게 먹었는데, 어느 날은 이 포도주가 나의 죄를 사해준 피라는 게 생각되면서 너무 죄송하게 느껴지고. 정말 (주님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공연에서 나오는 성경구절 중 가장 어려웠던 말씀과 와 닿았던 말씀은 어떤 건가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이요. 그건 정말 쉽지 않은 거 같아요. 만약 그게 된다면 그때는 주님을 만날 날이 가까워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와 닿았던 건 율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말씀인데, 공연 때마다 굉장히 뜨끔하거든요. 또 씨 뿌리는 비유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어떤 밭일까?' 생각을 하거든요. 길가에 뿌려진 씨는 아니어도 아직 자갈밭 정도 되지 않았나 싶기는 한데,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백 배의 수확을 얻게 되잖아요. 그런 좋은 땅에 떨어진 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저스'를 지인에게 소개한다면.

"주변에서 '신앙'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친구들이 있는데, 어찌 되었든 공연이고, 너무나 쉽고, 중고등학생 친구들이 보면 너무 깔깔거리며 재밌게 봐요. 어른보다도 더 깔깔거리면서 말이에요. 그 목소리가 딱 귀에 들리는데 저도 너무 기분이 좋아요. 지인분들은 '제가 나오니까 보러 와 달라'고 하는데, 사실 춤도 많고 몸이 약간 혹사당하는 공연이긴 하거든요. 그렇게 농담으로 보라고 하긴 하는데, 너무 유명한 성경구절들이라서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아무나 쉽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이 공연을 통해서 더 주님을 알고 가까워지고,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