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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와 쥐에 대한 이야기

기독일보

입력 Feb 06, 2020 11:38 A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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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식 한동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의 인도소식]

박쥐나 쥐는 수많은 세균의 온상이다. ©unsplash

박쥐나 쥐는 수많은 세균의 온상이다. ©unsplash (포토 : )

이번에 중국에서 발발한 우한폐렴, 또는 코로나바이러스는 폐를 감염시키는 호흡기 질환을 통해서 급속하게 전파되는 강한 전염병입니다. 이병을 전염시킨 것으로 알려진 박쥐는 밤에도 잘 다녀서 '눈이 밝은 쥐'라는 의미에서 생긴 이름인데요. 그래서 박쥐를 먹으면 눈에 좋다는 잘못된 근거 때문에 건강식으로 많이 잡아먹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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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쥐나 박쥐는 어둡고 음습한 곳에서 지내기 때문에 세균들의 집하소와도 같은데요. 미국에서 광견병의 최대발병 원인은 박쥐로 알려져 있고, 기생충 외에 바이러스를 통한 인수공통 감염병의 매개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경의 레위기에서는 박쥐를 새로 분류하고 있지만, 학술적인 측면에서는 쥐와 같은 부류로서 포유류에 속해 있습니다. 그래서 박쥐가 새인가 쥐인가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박쥐 같은 놈'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박쥐나 쥐가 수많은 세균 덩어리를 가지고 있지만, 자기들은 정작 영향을 받지 않는 놈들이기도 합니다. 사무엘상 5장에 블레셋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저주로 나타난 독종은 페스트로 추측을 하는데요. 6장에서 속건제의 제물로 금독종 다섯과 금쥐 다섯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쥐와 관련해서 중세유럽에서 흑사병(黑死病, Black Death)이라고 불렸던 페스트는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악의 전염병들 중 하나입니다.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의 혈액을 먹은 벼룩이 사람의 피를 빨면서 병을 전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1347년 역사상 처음으로 흑사병이 시작해서 1346년부터 1353년 사이에 절정에 달해서 유라시아 지역에서 최소 7,500만 명, 최고 2억 명에 이르는 사람이 죽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흑사병의 원인은 중세시대 때에 알려진 바가 없어서 거지 떼나 유랑민들이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의학이 발달한 이후에 DNA 조사를 통해서 이 병원균은 페스트균으로 밝혀졌는데요. 유럽에 전파된 흑사병은 중앙아시아나 인도에서 발원하여 중앙아시아의 건조한 평원지대를 지나서 비단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해 1343년경 크림 반도에 닿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곳에 정박해 있던 화물선에 들끓던 검은 쥐들에게 기생하던 쥐벼룩을 기주로 해서 지중해 해운망을 따라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가장 최근인 1994년에 흑사병으로 알려진 페스트가 유행하였습니다. 8월 26일부터 10월 18일 사이에 693명의 의심환자가 생기고 수도인 뉴델리를 비롯한 5개 주에서 56명의 환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해 8월 첫째 주에 페스트가 발발한 구자라트 주에서는 특이하게 많은 집쥐가 죽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연이어 주택가에서 한 명의 환자가 폐를 통한 페스트로 죽었다는 것이 발표되었습니다. 같은 날 10명의 환자가 동일 증상으로 사망하고 50명이 비슷한 증세로 병원에 입원함으로써 본격적인 페스트의 공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집중호우가 발생하여 하수구가 막히는 바람에 특별히 수많은 쥐 떼들과 야생동물의 사체가 그대로 방치되면서 페스트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인도는 독립 이후에 인도 내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이주가 이뤄졌는데요. 페스트의 소식이 알려진 뒤 이틀 만에 30만 명이 다른 도시로 이주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인도 사람들이 느리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민첩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에 인도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취소되고, 전 세계적인 공포를 일으키면서 수출과 관광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그 당시 몇 안 되는 교민을 위해서 전세기를 띄울 계획을 가지고 대사관에서 심각한 토론을 갖기도 하였지만, 결국 전세기는 뜨지 않고 사태는 종결이 되었습니다.

페스트의 근원지였던 '수라트'라는 도시는 쥐를 섬기는 신전이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페스트 때문에 이 신전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온 신전이 쥐들로 들끓는 것을 보면 힘든 지역이지만, 그곳을 방문한 힌두교인들이 쥐들에게 음식을 봉양하는 모습은 일상적인 제사 장면이었습니다. 쥐가 과학적으로는 세균 덩어리이지만 신화적으로는 행운과 문제해결의 신 가네쉬의 몸종으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쥐가 온 집안의 구석구석을 다니는 것처럼 치밀한 지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무지도 문제이지만 잘못된 지식도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된 지식으로 박쥐를 잡아먹어 건강 대신 전염병을 얻었던 것처럼 잘못된 신앙 때문에 인생을 망친다면 더 슬픈 일이 될 것입니다. 바른 지식과 바른 신앙을 가지고 어려움을 대처하는 슬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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