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신뢰도 하락', '교회 내홍과 분열', '교회의 영적 권위 추락', '차세대 단절'. 미주 한인 교회가 직면한 위기이자 해결해야 할 숙제다. '성장 우선주의', '대형화', '권위주의', '교파 주의' 등 교회 세속화의 문제 앞에 위기 극복을 넘어 미주 한인 교회가 나아가야 할 내일의 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풀러 코리안센터는 지난달 31일, 남가주 지역 목회자들과 "삶의 자리와 선교적 교회"라는 주제로 '선교적 교회'를 소개하고, 이를 실천하는 교회와 선교 기관의 사례를 통해 미주 한인 이민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교적 교회' 지역 사회에 파송받아 하나님 선교에 동참하는 선교 공동체

지역 사회 공동체 일원으로 지역 사회 필요에 헌신하는 교회

이날 주제 강의를 전한 장신대 성석환 교수는 '선교적 교회'는 지역사회에 파송받아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선교 공동체라고 정의했다. 교회는 건물이나 공간에 대한 관심보다는 보냄을 받은 지역 사회의 현장에서 이미 일하시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석환 교수는 "선교적 교회는 지역사회로 파송받은 선교사로서 교회 성장보다는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며 건물에 모이기보다는 지역에서 선한 이웃으로 살아가는 교회"라며 "사회적 문제와 고독감, 소외감 등 미래 사회의 불안 가운데 고통받는 영혼들을 회복시키며 사회의 필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선교 공동체"라고 소개했다.

성 교수는 "교회가 사회 변혁의 '주체'라는 인식에서 '참여'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 참여자로 지역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지역 사회의 필요에 헌신하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회를 세우고 교세 확장을 위한 선교가 성장주의와 번영신학으로 발전해 교회의 분열과 경쟁을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교회는 선교의 목표가 아닌 선교의 결과'로 지역사회에서 공공선을 위한 선한 일에 참여하고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증언하는 '선교적 교회'의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LA 온누리교회, 의의 나무 오병이어 사역 '선교적 교회' 사례 발표

'선교적 교회' 사례를 발제하는 LA 온누리교회 이정엽 목사
(Photo : 기독일보) '선교적 교회' 사례를 발제하는 LA 온누리교회 이정엽 목사

주제 강연에 이어 "공동체의 안전과 선교적 기회 사이"라는 주제로 사례 발제를 한 LA 온누리교회 이정엽 목사는 의료 봉사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커뮤니티 사역을 소개했다.

LA 온누리교회는 한인타운에서 조금 벗어난 히스패닉 상권에 자리하고 있다. 한인타운에 비해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만큼 교회 주위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LA 온누리교회는 교회의 안전보다 교회에 주어진 선교적 명령을 쫓아 지역 사회와 협력해 교회 문을 열고 주변 이웃들을 감싸 안기로 했다. 온누리교회는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과 협력해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한 건강 세미나를 개최하고, 특별히 교회 내 '유두고 미니스트리'를 통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LA 주민들을 위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이정엽 목사는 "교회가 교회만을 위한 사역을 한다면 교회의 정의에 어긋나 있다. 교회와 성도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 사역해야 한다"며 "선교적 교회란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하는 성도들이 교회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나누는 교회"라고 소개했다.

LA 다운타운 아버지 창고와 오병이어 사역을 소개하는 이기영 목사
(Photo : 기독일보) LA 다운타운 아버지 창고와 오병이어 사역을 소개하는 이기영 목사

"LA 다운타운 아버지 창고와 오병이어의 기적"을 주제로 LA 지역 노숙자 사역 사례를 발표한 이기영 목사는 "선교는 우리의 삶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믿음과 헌신의 결단"이라며 "LA에서도 가장 배고픈 사람들 가운데 예수님께서 드러나고 그리스도의 성품이 보여지는 기적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의의 나무 오병이어 사역은 2011년 미국 내 가장 많은 노숙자들이 거주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인 LA 다운타운 스키드 로우(Skid Row) 지역의 한 주차장에서 5천 명 분의 식사를 나누며 시작됐다.

현재는 트레이더 조를 포함한 여러 식료품점에서 음식을 후원받아 분류 과정을 거쳐 도시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또한 의료, 사회보장, 가족과의 연락, 정부혜택 등 주소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2017년 5월부터 6천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무료 우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의의 나무 사역은 멕시코와 브라질, 볼리비아까지 이어져 음식 나눔과 고아 사역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