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 태동 명분 중 하나였던 '7.7 정관'
전광훈 목사 전향적 태도에 통합 급물살
시국 우려도 작용... '교권 싸움'은 없어야

지난해 초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왼쪽)와 한교연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가 통합 합의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던 모습. ©한교연
지난해 초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왼쪽)와 한교연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가 통합 합의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던 모습. ©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한교연)의 기구 통합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빠르면 이달 내 통합이 성사될 수도 있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달 30일 한기총 총회에서 대표회장 연임이 확정된 후 "한 달 안에 한교연과의 완전한 통합을 이뤄낼 것"이라고 했었다. 이후 한교연 측도 "약간의 우려가 없지 않지만 (통합에) 긍정적 분위기"라며 전 목사의 주장을 부정하지 않았다.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선 "실제 한 달 이내에 가능할 수도 있다"며 한 발 더 나아갔다.

한교연은 지난 2012년 초 예장 통합을 중심으로 한 교단들이 한기총에서 나와 만든 연합기구다. 그 전해 한기총은, 법원이 변호사를 대표회장 직무대행으로 파송하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었는데, 그 봉합 과정에서 나온 것이 대표회장 후보의 '교단별 순번제'를 골자로 한 이른바 '7.7 정관'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기총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나온 정관"이라며 이 순번제를 없애는 등 정관을 다시 고쳤다. 여기에 일부 교단들이 "연합 정신에 어긋난다"며 반발했고, 이것이 한교연 태동의 결정적 명분 중 하나로 작용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취임하는 과정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하나 돼야 한다. 그 중심에는 7·7 정관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자, 두 기관의 통합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전 목사는 취임 직후 곧바로 한교연 권태진 대표회장을 만났고, "상반기 내 통합"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통합은 실현되지 않았다.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 문제가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그해 3월 임원회에서 변 목사에게 이단성이 없다고 보고, 그의 교단 가입을 허락했다. 이후 한교연은 다시 통합에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다만 권태진 대표회장은 당시에도 "한 사람(변승우 목사) 때문에 대의(통합)를 그르칠 순 없다"고는 했었다. 결국 현 시국에 대한 두 기관의 공통된 우려 등이 변 목사 문제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우선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그 동안 한교연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큰 틀에서, 어느 정도 전 목사의 주장에 동의해 왔다.

두 기관의 통합이 빠른 시일 내 성사되면, 한국교회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금까지 분열 양상으로 치닫던 분위기에 '연합'이라는 전환점을 찍게 된다. 그럼 다른 기관으로의 '통합 연쇄반응'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정부 등에 대한 '대외 영향력' 응집도 그 효과 중 하나다.

문제는 통합 과정에서 혹시 있을 지 모를 '교권 싸움'이다. 한국교회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다. 교계 한 관계자는 "두 기관의 통합이 시너지를 내려면 무엇보다 소위 '밥그릇 싸움'을 경계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안팎에서 위기에 처한 이때, 이번 만큼은 각 기관들이 명실상부 교회를 대표하는 기관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