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교회의 바람직한 리더십 계승을 위한 해법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합니다. 그동안 성공적인 목회 리더십 교체에 따른 미담 사례도 있었지만, 준비 없이 맞이한 교회 리더십 교체는 교계에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고, 그로 인해 교회와 성도들은 진통을 앓아야 했습니다. 이에 본지는 차세대 목회자들을 통해 앞으로 미주 한인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하고 성공적인 교회 리더십 교체에 필요한 성경적 방안을 모색합니다. -편집자 주-

김우준 목사는 토렌스 조은교회 부임 이후 교회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하나님의 은혜, 고 김바울 목사의 리더십, 모든 성도들의 전폭적인 헌신을 꼽았다.
(Photo : 기독일보) 김우준 목사는 토렌스 조은교회 부임 이후 교회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하나님의 은혜, 고 김바울 목사의 리더십, 모든 성도들의 전폭적인 헌신을 꼽았다.

토렌스 조은교회 담임 목사 취임 3년, '매일 웃으며 교회로 향한다'는 김우준 목사(43)를 만났다. 김우준 목사는 사업을 했던 부모님을 따라 9살 때부터 중남미 과테말라에서 성장했다. 중남미 학교에 입학한 첫 한인 학생이었을 정도로 한인들이 없는 선교지에서 18살까지 지내며 다양한 선교 활동에 참여하게 됐고, 복음 전파와 제자 양육을 향한 꿈을 심게 됐다.

제자도와 선교를 말할때는 복음 전파를 향한 불같은 열정을 쏟아내면서도 '사역은 100미터 전력질주가 아닌 마라톤 이기에 "천천히 더 천천히"를 되뇐다'는 그에게서 젊은 목회자의 겸손과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UC 버클리에서와 스탠퍼드를 졸업하고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대학교에서 신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신학교 입학 전 스탠퍼드 대학 퍼블릭 스피킹 강사, 스탠퍼드 교육 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달라스 제일 장로교회 중고등부 전도사, 열린 지구촌교회 영어부 목사, 워싱턴 지구촌교회 부목사를 역임했다. 이하는 일문 일답.

-부임 후 3년이 지났다. 목회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이양됐다고 평가받는다.

고 김바울 목사님의 탁월한 리더십과 훈련으로 조은교회가 크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 조은교회에 부임한 후 첫 설교에서 '거인의 발자국 한가운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담임 목회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분의 목회를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많았다. 너무 걱정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편안해지면서 하나님께서 이런 마음을 주셨다.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정말 주님 앞에 엎드려서 주님만 붙들자." 내가 무엇하나라도 신뢰할 만한 것이 있었다면 그것을 붙들었겠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주님만 붙들고 사역한다.

-조은교회를 이끌어가는 목회 철학과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설교시간에도, 리더 훈련에서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이 '모두가 제자 되어, 모두를 제자 삼는 것'이다. '내가 제자가 되어, 제자를 삼는다'는 비전은 나의 목회 철학이자 조은 교회의 구심점이고 핵심 가치다."

-토렌스 조은교회의 제자 양육 과정을 소개한다면?

"제자양육은 성경공부가 아니다. 또 제자훈련 과정을 이수하거나 성경 공부를 마쳤다고 제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성경공부는 당연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는 매일의 삶 속에서 예수님을 닮아가고 예수님의 거룩한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다.

만약 내가 목자라면 목자로서 해야 할 일은 한 명의 부목자를 제자 삼는 것이다. 사역의 팀장이라면 한 명의 사역팀 멤버를 제자 삼는 것이다. 또 그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함께 사역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목자가 목원한테 '전도합시다!'라고 구호만 외치지 않고 '이번 주 노방전도 나가는데 함께 갑시다!'라고 먼저 사역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사역을 공유하면서 섬김으로 제자 훈련의 길을 함께 걸어간다. 성경공부만으로는 지식의 확장만 일어날 뿐이다. 섬김과 사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제자는 또 다른 제자를 키우기 위한 모델이 되어야 하고, 훈련과 방향을 제시하는 코치와 감독의 역할도 해야 한다. 제자 양육의 과정이 먼 것 같지만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게 된다."

그는 투명함과 진심함을 바탕으로 함께 소통하는 목회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Photo : 기독일보) 그는 투명함과 진심함을 바탕으로 함께 소통하는 목회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목회자로서 가진 소원이나 꿈이 있다면?

"성도들께 늘 강조하는 것이 멤버의 수가 아닌 제자의 수가 많은 교회입니다. 세상 가운데 멤버십으로 승부하는 교회가 아니라 영향력을 승부하는 교회가 되는 것다. 제가 일선 목회에서 은퇴했을 때 '교인 수나 빌딩 수가 늘어났다'는 평가가 아니라, 온성도가 제자가 되어 복음에 깊이 뿌리내리고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면 좋겠다. 성도들이 직장과 사회에서, 그리고 매일의 삶 속에서 복음을 살아내고 복음을 선포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모든 목회자의 소원과 꿈일 것이다."

-전도 '어렵다'고 말한다. 전도 어떻게 시작하고, 왜 해야 하나?

"제일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입술을 열어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겸손하게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삶은 좋아하지만, 입술로 복음을 전파하는 순간 어마어마한 부담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복음을 나눈다'는 것을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전도 훈련을 안 받았는데', '나는 성경 지식이 부족한데'라는 자책감에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전도는 가장 헌신되고 성숙한 극소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도는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하면 된다. 성경에서 처럼 오늘 예수님을 믿은 사람도 전도할 수 있다. 예수님은 우리를 증인으로 부르셨지 변호사로 부르신 것이 아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과 만난 후의 나를 증거 하면 된다.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제자가 되어 복음 전파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며 제자의 삶을 살게 된다. 우리는 복음을 전파하는 삶 가운데 그리스도를 더욱 알게 되고 우리의 삶이 다듬어진다. 복음을 전파하면서 삶을 엉망으로 살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은 교회 노방전도에는 어린아이부터 90대 노인까지 동참하는데, 지상 명령은 누구와도 타협할 수 없는 그리스도인의 최고의 특권이자 영광이다."

-한인 이민교회 내 선교적 교회에 대한 관심이 많다.

"선교적 교회가 되는 것은 모든 교회의 궁극적이고 근본적인 과제다. 선교는 지역 선교, 국내 선교, 해외 선교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선교적 삶이란 선교 여행 다녀왔다고 끝이 아니다. 선교적 교회는 모든 성도가 선교사가 되기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기에 매일의 삶 속에서 가정과 직장에서 선교사답게 복음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선교적 교회는 지역 사회로 나아가야 교회다. 우리끼리 모여서 예배드리고 성경 공부하다가 천국 가는 것이 교회의 목적이 아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도 있다. 한인 교회가 실제로 하기에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세상이 보고자 하는 것은 '교회가 존재함으로 그 지역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더욱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다가가야 한다. 소방서와 경찰서와 같은 지역 관공소를 찾아가 격려할 수 있고, 작더라도 주변 학교에 헌금을 보낼 수 있다. 조은 교회는 근처 해변과 공원에 나가서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작은 몸부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능동적으로 하면 좋겠다. 작은 일이라도 세상은 교회를 주목하고 있다."

2세는 선교지 중에 선교지

다음 세대의 핵심 가치 '하나 됨'

-한인 이민교회가 풀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꼽는다면?

"한인 2세, 3세, 즉 다음 세대다. 전 세계적으로 젊은 층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유년부, 유치부가 사라지고 청소년부도 위기라고 한다. 중고등부 학생까지는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교회에 끌려라도 나오지만 대학교에 진학하면 교회를 떠나고 신앙을 떠난다. 그러다가 30-40대 많은 2세들이 교회로 돌아오기도 했다. 아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아이가 생겨도 교회로 돌아오지 않는다.

2세는 선교지 중에 선교지다. 미국 한인교회 가운데 EM 청소년부를 제외하고 성인 영어부가 있는 교회가 몇 개나 될까? 1세들은 이렇게 많은데 2세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교회마다 차세대에 대한 생각은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투자하고 실천하고 있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차세대 육성의 키워드,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하나 됨이다. 한인교회 내 많은 EM 교회의 추세는 독립이다. 같은 건물을 사용하지만 법적으로나 서류상으로나 무엇보다 심적으로 독립되어 있다. 1년에 한두 번 연합예배를 드릴 수 있지만 법적으로 다른 교회라고 생각한다.

EM이 독립하려는 이유는 언어와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1세들은 2세는 예의 바르지 못하고 헌신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2세들은 1 세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며 평소에는 관심을 갖지 않다가 일만 시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EM이 재정적으로 안정되면 교회 건물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 5년 안에 문을 닫게 된다. 분립과 독립, 폐쇄를 반복한다. 다음 세대를 일으키는 핵심 가치는 '하나 됨'이다. 1세와 2세가 서로 동역하는 교회, 정말로 하나 되는 교회다.

-미주 한인교회의 건강한 부흥,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잘 모여서 뜨겁게 예배하고 잘 흩어져서 복음을 전파하는 교회가 건강하게 부흥하는 교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교회가 자리를 잡고 든든히 세워지기 위해서는 잘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인교회가 그동안 교회가 너무 모이는데만 집중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 가운데 흩어져서 발산되어야 할 에너지가 교회 안에 집중되면 부작용이 일어난다.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부르심을 받아, 세상 가운데 복음의 영향력을 드러낼 때 교회의 성장과 부흥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에서 훈련받은 이후에는 진정한 사역지인 세상에서 복음의 빛을 드러내면 지역 선교와 세계 선교가 잘 이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