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및 국군포로 인권단체인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가 15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최고 통치자 김정은과 북한을 상대로 한 민사 재판이 오는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법원 558호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물망초는 "이 사건은 2016년 10월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의 의뢰를 받아 (사)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위원장 정수한 예비역 장성) 소속 변호사들(김 현 前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구충서 前 부장판사, 이재원 법무법인 을지 대표 겸 물망초인권연구소장, 송수현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겸 물망초열린학교장, 이정엽 법무법인 세창)이 제기한 사건으로, 3년이 지나도록 재판을 하지 않고 있던 법원이 지난해 여름, 준비 기일을 하겠다고 통보해 오면서 본격적인 재판과정에 돌입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에만 4번의 준비 기일을 거치며 김정은의 당사자 적격 문제, 대한민국 사법관할권이 북한 최고 통치자에게 미치는지의 여부, 억류 및 강제노동 등의 입증 여부, 전쟁범죄의 계속성 문제 등에 대한 치밀한 법리와 외국의 판례 등이 판사와 변호인들 간에 집중 논의되는 과정을 거쳐 공개 재판이 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 소송은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후 휴전이 되었음에도 50년 동안 북한에 억류되어 강제노동을 했던 국군포로 두 분이 탈북해 와서, 북한 당국과 김정은에게 노예제를 금지하는 국제법과 포로 및 전쟁범죄에 관한 국제법 등을 위반한 불법행위 책임 중 일부를 청구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물망초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김정은 상대 소송이라 소송가액은 4천 2백만원으로 시작하는 소액사건으로, 선판례(先判例: Leading Case)를 남기겠다는 것이 변호사들과 두 분 탈북 국군포로들의 생각이고 바람"이라고 했다.

또한 "북한을 피고로 한 소송이 우리 법원에 제기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00년 1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되었다가 2001년 평양에서 숨진 고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이, 북한을 상대로 2009년 워싱턴DC에 있는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2015년에 미화 약 3억 3,000만 달러(한화 약 3,800억 원 상당)의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미 한국인에 대한 북한의 손해배상 사건이 해외에서는 인정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난해(2019. 10. 30.)에는 1968년도에 납북됐다 풀려난 푸에블로호 승무원 5명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이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인정해 북한에게 6,580만 달러(한화 약 757억 7천만원 상당)의 배상을 명한 바 있으며, 한국에도 잘 알려진 웜비어사건도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선전물을 훔쳤다고 해서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혼수상태로 석방돼 본국으로 귀국한 직후 사망한 미국의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가 북한을 상대로 2018. 4.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는, 지난해(2019. 12. 24.) 미화 5억 113만 4,683달러(한화 약 5,900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웜비어 사건은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선박 화이트 어니스트호에 대한 위 유족들의 소유권 승인 판결 청구도 인용되어, 북한 선박 화이트 어니스트호가 이미 경매처분되었다. 이어서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과 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강화하는 이른바 '오토 웜비어법' 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돼, 지난해(2019년) 말 미국 상원을 통과하는 등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법원에서 이번에 변론이 개시되는 이 소송의 원고들 청구가 인용되면, 건국 이래 북한공산정권으로부터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피해 보상의 단초가 열리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북한이 자행하고 있거나 과거에 자행된 인권침해 사건 등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직간접적인 제어기제로 작용, 북한의 인권 문제 개선에도 지대한 기여를 하며,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