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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어떤 기도문

기독일보

입력 Jan 13, 2020 02:04 P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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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박사
김형태 박사

기도(창 20:7, 시 5:2, 막 6:46)는 하나님과의 상호 교통을 행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기도는 중간 매개자 없이 직접 하나님께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방편이 되었다(마 27:5, 막 15:38, 히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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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도는 청원, 간언, 고백, 감사, 회상, 찬양, 숭배, 명상, 교제, 회개 등의 의미를 포괄할 수 있다. 성경에서 기도의 자세는 주로 서서 하거나 무릎을 꿇고 하며, 두 손을 들고 하기도 했다.

예수님도 습관을 좇아 감람산에서 기도하셨고, 베드로와 요한도 따로 기도시간을 정해서 했다. 유대인들은 주로 회당에서 기도했으나 어떤 이는 길거리에서 소리내어 기도하기도 했다.

"참 좋으신 하나님, 가을 가뭄 덕에 단풍은 여전히 곱습니다. 봄여름을 지나며 엽록소를 만드느라 분주했던 나무들이 문득 활동을 멈추더니, 이제는 저마다의 빛깔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도 잠깐, 오랜 시간 비바람에 뒤채이면서도 안간힘을 다해 붙잡고 있던 줄기를 미련 없이 놓아버리는 낙엽의 자유낙하를 바라보며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버릴 것 버리지 못해, 떠나야 할 곳 떠나지 못해, 누추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 삶이 반추되기 때문입니다.

건드리면 '쨍' 소리라도 날 것 같은 저 짙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가 그만 눈길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던 시인의 명징한 마음이, 오욕에 찌든 마음과 대비되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 가을, 주님의 현존을 깊이 느끼며, 내면의 뜰에서 조용히 거닐고 있습니다. 저물녘, 정적이 깃든 저 가을 강물 위를 스치듯 나는 새들처럼, 주님의 마음을 향해 그렇듯 날고 싶습니다.

덧없는 희망을, 분심으로 어지럽혀진 마음을, 모호하고 위험스런 생각을, 허망한 열정을, 가쁜 숨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바람처럼 불어와, 죽은 생명 살리는 그 큰 숨결로 새롭게 빚어주실 새 생명을 기다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님,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습니다. 가슴 휑한 이웃들은 여전히 울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꿈을 지필 나무 한 토막 얻지 못한 이들은, 풍년이 들어도 기뻐할 수만은 없는 농민들은 새벽 인력 시장에 나와 서성이는 이들은 자식들에게 사교육은 언감생심, 자격지심에 지청구나 늘어놓는 부모들은, 문안과 문밖,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떨고 있는 문풍지처럼, 피 울음으로 이 가을을 건너가고 있습니다.

저들에게 다가올 겨울은 더욱 큰 절망입니다. 저들의 시린 마음을 덮어줄 이불이 되고 싶습니다.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이들이 사랑에 무능한 사람들이 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주님, 유다는 입 맞추며 주님을 팔았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대심문관도 입 맞추어 주님을 추방했습니다. 카잔차키스의 예수님은 지금도 머무실 곳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계십니다.

이 땅의 교회는 말구유의 예수님을 잊은 듯합니다. 하늘을 버리고 땅으로 내려오신 주님의 마음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고백 속에만 있을 뿐, 그 고단한 길을 걷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교회당이 화려해질수록 정신의 빈곤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교권을 잡으려는 이들이 벌이는 이런 투구는 차마 보아줄 수 없을 지경입니다. 염치도 부끄러움도 없는 벌건 욕망만이 사투를 벌이는 이 난장을 보며, 주님, 얼마나 절통하십니까?

사데 교회를 향해 주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너는 살아있다는 이름은 있으나 실상은 죽은 것이다. 깨어나라." 주님, 매를 들어서라도 이 땅의 교회가 빠져있는 춘곤한 잠에서 우리를 깨워 주십시오.

주님, 이 어둠 속에서 흐느껴 울며, 샛별이 찾아오는 새벽이 오기를, 한사코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아멘)."

'일상, 길, 순례'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길 위의 목회자 김기석 목사의 기도문이다. 그의 글에는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순례자로서의 자기인식과 강요하지 않는 사상, 게으름 피우지 않으려는 믿음을 지켜가고 있는, 경계선 없는 폭넓은 책 읽기와 온종일 되뇌는 묵상, 섬세하고 또렷한 글쓰기는 이미 지성인 목회자로의 탄탄한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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