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윤 박사
(Photo : ) 강지윤 박사

한 해가 저물고 또 한 해가 오고, 햇살 환한 날이 오고 흐리고 비 오고 눈오는 날이 지나가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온 몸에 고통을 안고 나와 울음을 터뜨린다고 한다. 고통 속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동안 늘 격려받고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자란 사람은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커질 것이다. 회복탄력성도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 울고 있을 때마다 울지말라는 짜증스러운 핀잔을 듣고 자라면 고통을 견딜 힘이 약해지고 고통의 정도를 더 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고통 속에서 상처를 받기만 하고 살아가다보면 분노도 커지게 된다.

고통없이 산 사람은 없지만 고통을 넘고 극복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잘 가는 사람도 많다. 사는 동안 어떤 종류의 고통이던 누구나 다 고통을 짊어지고 산다.

누군가와 비교하며 완벽한 행복을 꿈꾸면 좌절감도 커지게 된다. 미디어에 비쳐지는 누군가가 아주 행복해보인다해도 그것은 그들의 삶의 단편적인 부분일 뿐이다. 나만 왜 고통스럽냐고 절규하기보다는 고통 속에서도 살아온 자신을 격려해주고 기뻐해주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고통 속에서 아무도 자기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마다 사람에게는 분노가 생긴다. 지난 칼럼에서 분노받이에 대해 말했었다. 분노를 풀어내기 위해 분노받이 대상을 찾는 심리는 엉뚱한 곳에 분풀이를 하고 복수하려는 심리다.

고통을 넘어서지 못하면 분노를 넘어서지도 못한다. 분노는 사람의 감정 중에 가장 나약하고 미성숙한 어린 감정이다. 우리 모두는 어리석고 미성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서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살아가고 또 살아가는 동안에 조금씩 여물어가야 하는 것이다.

여물어가고 성숙해가고 온유해져 가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 목표 중의 중요한 한부분이여야 한다. 자신의 성장이 타인을 다치게 하지않고 오히려 도와주게 된다. 성장과 극복은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위대한 힘이 된다.

지식이 더해간다고 해서 어리석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성숙해져갈 때 생기는 지혜가 커질수록 자신의 어리석음이 점차 사라져가게 될 것이다. 어리석음 중에 가장 큰 어리석음이 분노하는 것이다.

헌 달력이 새 달력으로 바뀌고 익숙하던 태양이 익숙한 세상 위에 계속해서 뜨고 지고, 익숙하던 감정 속에서 행복과 불행을 느끼며 새로운 시간 속을 걷고 있다. 이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통 속에 있는 나와 당신은 위대하다.

지난 해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못이겨 스스로 생의 걸음을 멈춰버렸다. 거기서 역사는 끝나 버렸다. 못 넘어갈 고통은 없다. 다만 그렇게 느낄 뿐이다. 고통이 있다고 걸음을 멈추면 안 된다. 스스로 멈춰버리면 더 이상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씩 넘어서는 동안에 고통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해도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점점 커지게 된다. 견고하고 사랑이 많고 품이 넓은 사람이 되어가게 된다.

세월이 가면서 해묵은 상처가 쌓여갈수록 고통은 커질 것이다. 그러나 그 고통을 넘어서고 분노를 넘어서면 그 상처는 위대하게 쓰인다. 마음의 고통이 너무 커서 상담자를 찾아갔을 때 상처가 깊었던 상담자에게서 더욱 깊은 공감을 얻는 느낌이 들지 않던가. 그러므로 우리모두는 '상처입은 치유자'가 될 수 있다. 아니 되어야 한다.

자신에게 분노받이가 되었던 사람에게 사죄하고, 상처입고 고통이 컸으나 치유되고 난 후 누군가의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어주는 것이 산 자의 사명이다. 서로에게 주는 상처를 멈추고 치유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

고통이 있어도 우리는 사랑할 수 있고, 고통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고통이 있는 한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만이 고통 속에 있는 것 같은 억울함을 버려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다양한 고통을 겪고 있기에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긍휼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나만 고통을 겪고 있다는 비뜷어진 생각이 사이코패스를 만들고 소시오패스를 만들기도 한다. 살인을 하고 사기를 치고 상처를 주면서도 가책을 느끼지 않는 자들은 이미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들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다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주님은 매일 매순간 우리를 불쌍히 여기며 우리를 돌봐 주신다. 서로를 긍휼히 여기라고 말씀하신다.

새로운 시간이 오고 또 오는 동안,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 동안, 뾰죽한 얼음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이 들어도 우리는 고통을 넘어서고 분노를 넘어서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하여 또다시 한 해를 다 살아낸 후, 다시 돌아보며, 지금보다는 좀더 성숙해지고 행복해지고 견고해져 있는 모습을 거울에 비쳐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