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창조와 섭리 활동 혼동
아담과 하와 인류의 조상임 부인
창조와 죽음과 타락 관계 허물어
다음세대 구원 이끄는 데 어려움

김병훈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병훈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14일 열린 제3회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 학술심포지엄에서는 임번삼 박사(전 고려대 객원교수)에 이어 김병훈 교수(합동신대)가 '진화론이 기독교 신학에 미친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병훈 교수는 "기독교 신학자들 사이에 '유신진화론(진화창조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까닭은, 이들이 믿기에 유신진화론이야말로 오히려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창조신앙을 잘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기독교인이라면 당연히 의아해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태초에 천지를 만드셨다는 고백과 함께, 진화론이란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는 주장임이 일반적 이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데니스 라무르(Denis O. Lamoureux)가 주장한 진화론적 창조에 따르면, "하나님은 명령에 의해 정해졌으며, 보존이 되고 있고, 설계를 반영하는 진화의 과정을 통해 우주와 생명을 창조하셨다. 진화론적 창조는 창조주가 목적론적 진화를 포함하는 자연법칙을 세우고 유지한다."

김 교수는 "이처럼 유신진화론은 세 가지를 말한다. ①하나님은 물질을 창조하셨고 ②생명체는 그 물질의 순전한 자연과정을 통해 진화해 출현했으며 ③하나님께서 이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으신다는 것"이라며 "이는 하나님의 창조활동을 섭리활동과 동일시하는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 유신진화론자인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도 "우주는 약 140억년 전 無에서 창조됐으며, 확률적으로 희박하지만 우주의 여러 특성은 생명이 존재하기에 정확하게 조율돼 있었고, 일단 생명이 일어난 후에는 진화와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생물학적 다양성과 복잡성의 발전을 허용했다. 진화가 일단 진행된 후에는 어떤 특별한 초자연적 간섭이 필요하지 않았고, 사람은 이러한 과정의 부분으로 유인원들과 공통 조상을 함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성경이 교훈하는 창조에 대한 전통적 이해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충돌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신학적 비평을 받아야 한다"며 "이러한 결과들은 교회가 믿어온 성경의 가르침을 훼손하고, 결국 그리스도와 복음을 믿는 일에 커다란 장애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성경적 창조론에 대한 전통적 이해가 진화론과 충돌하는 가장 근본적인 지점은 '계획'과 '우연'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성경적 창조론은 성경이 교훈하는 창조는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에 의해 이뤄진 것임을 믿는다. 반면 진화론은 자연이 스스로 방향을 지시받지 않는 무작위적이고 우연적인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해의 차이는 성경적 창조론과 진화론이 원리적으로 함께할 수 없는 것임을 말해주는 것으로 인정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신진화론자들은 '오랜 지구론, 계획된 진화, 그리고 인도된 진화'가 복음주의에서 수용 가능하다고 말한다. 진화의 방식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확률을 가진 일이 일어나도록 섭리하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진화란 무작위적 무방향의 변이와 자연선택에 따른 자연 과정의 전개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계획된 진화와 인도된 진화'란 지극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병훈 교수는 "신학적 사색의 측면에서 반박하자면,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원하시는 바를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다. 또 그것을 이루시는 방법에 있어 제1원인이신 하나님이 직접 개입하시는 기적의 방식이든 제2원인들을 사용하시든, 지극히 자유로우시다"며 "그러나 이는 섭리에 대한 설명이지, 창조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직접 행하셨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인도된·계획된 진화'는 창조와 섭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왜곡하는 잘못된 판단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실제적 창조의 측면으로 봐도, 성경적 창조론은 하나님께서 제2원인을 매개로 간접적으로 창조하신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흙이라는 질료를 사용하셨지만, 흙은 어떤 의미에서도 창조의 기원성을 갖지 못한다. 즉 흙은 제2원인이 아니다"며 "그러나 유신진화론은 하나님의 창조가 오직 자연적 인과관계에 의해, 곧 제2원인들에 의해 이뤄진다고 말하면서, 하나님의 초자연적 개입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러한 방식대로면, 하나님은 지금도 계속 창조하고 계신 것이 된다. 즉 진화가 계속되는 한, 유신진화론의 창조는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것이 된다. 성경에서 말하는 창조가 과연 그러한가"라며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창조적 활동을 하셨다는 것이고, 창조된 것의 '새로움(newness)'에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에는 성경적 창조론과 유신진화론의 차이점을 살폈다. 먼저 '창세기 1-3장은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다'에 대해 그는 "전통적 창조론은 창세기 1-3장이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록한 역사적 사실로 믿으나, 유신진화론은 이를 부인한다"며 "창세기 1-3장의 역사적 성질을 제거한다면, 나머지 성경이 근거하는 역사적 토대를 제거하게 된다. 창세기 1-3장을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술로 읽지 않는다면, 그것은 본문 자체가 그러하기 때문이 아니라 진화론적 틀에 따라 그렇게 읽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둘째로 '하나님께서는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만물을 직접 창조하셨다'에 대해 "유신진화론은 '하나님이 물질을 창조하셨고, 그 물질이 자체에 담긴 속성에 따라 생명체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곧 하나님께서 생명체를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진화의 방식으로 생명체를 발전해내는 물질을 창조하신 것이 된다. 하나님은 '간접적 창조주'이시다"며 "반면 성경적 창조론은 하나님이 '직접적으로' 창조하셨음을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신진화론은 '성경이 하나님께서 우주에 창조의 기능을 부여한 사실을 말할 뿐이고, 창조된 실체를 직접 창조했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창세기 1-3장이 '기능적 창조'이고, 이것이 본래 이스라엘과 고대 근동 지역의 창조 개념이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고대 근동의 창조 신화들에는 여러 물체들의 기원도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다. 아울러 창세기 1장은 매우 분명하게 '혼돈하고 공허한 땅(2절)'에 '빛(3절), 바다·땅(9절), 식물(11절), 광명체(14절), 동물(24절), 사람(26절)' 등 실체들의 기원을 말하고 있다"고도 했다.

셋째로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께서 직접 창조하신 최초의 사람이며 인류의 조상이다'에 관해 "유신진화론은 '아담과 하와 전에 이들을 낳았던 생물학적 부모가 있었다'며 아담과 하와를 진화론적 인류의 조상이라고 하는 '진화론적 인류일조설', 하나님께서 선행인류들 중 특정 그룹으로 아담·하와를 선택하셨다는 '특정시점 인류다조설', 점진적으로 진화가 나타났고 역사적 아담·하와는 없다는 '점진적 인류다조설' 등을 주장한다"며 "그러나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경적 창조론을 통해 아담과 하와가 창조되기 전에 어떤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가르친다"고 전했다.

넷째로 '아담의 죄의 결과로 사람의 죽음이 시작됐다'는 성경적 창조론에 대해, 유신진화론은 '아담과 하와는 무죄한 사람인 적이 없었고, 그 이전의 선행인류들은 악한 일을 행해왔으며, 사람의 죽음은 아담 전부터 있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아담이 범죄하기 전에 자연적 죽음이 있었다는 것은, 율법에 의해 정죄받지 않는 죽음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성경에 어긋난다. 죽음은 죄의 삯이고, 죽음의 근거는 죄를 처벌하는 율법의 법적 권세 외에 다른 데 있지 않다는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며 "교회는 전통적으로 아담의 범죄로 인해 죽음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등에서 확실한 신앙고백으로 제시한다"고 했다.

진화론자들이 인류의 조상으로 꼽는 유인원. ⓒ픽사베이
 진화론자들이 인류의 조상으로 꼽는 유인원. ⓒ픽사베이

김병훈 교수는 "유신진화론은 성경의 해석은 신학으로, 자연의 해석은 과학으로 한다면서, 과학이 진화론을 말하면 이것을 토대로 성경의 교훈을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유신진화론이 믿는 창조의 주체는 하나님이 아니라 자연이다. 자연이 스스로 생명을 조직화한다고 할 때, 하나님은 명목상이고 드러나는 것은 자연의 영광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스스로 생명을 창조하는 자연을 과학의 이름으로 인정할 때, 보이지 않는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것은 실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것을 믿으라고 말하면서, 불신자를 신앙으로 끌어올 수 있겠는가. 자연계시가 진화론을 계시한다는 것은 성경의 증거와 어긋난다. 성경은 신실한 기독교인이 자연에서 하나님의 신성과 위대함을 바로 본다고 말하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자연 안에서 발견하는 모든 것을 직접 창조하셨다는 고백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유신진화론을 고수할 때 기독교 신앙에 미치는 위험은 단순히 기원 논쟁의 범위를 넘어선다"며 "유신론 신학자는 하나님이 '스스로 있는 자'라는 단어에서 진화의 원리를 끌어내는데, '스스로 있는 자'가 영원불변한 우주 에너지를 창조하신 분이 아니라면 전통적 기독교의 하나님과 전혀 다른 신관을 낳는 오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론에서는 "유신진화론은 창조와 복음에 관한 성경의 올바른 전통적 신학을 허물고 복음을 훼손한다. 유신진화론은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 활동을 혼동하고, 인간론에 있어 아담과 하와가 최초의 인간이며 인류의 조상임을 부인함으로써 창조와 죽음, 타락 사이의 관계성을 어그러뜨린다"며 "그 결과는 창세기 1-3장, 6-9장의 사건들을 역사적 사실로 판단하시는 예수님의 지식에 오류가 있다는 결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아담의 죽음과 예수님의 부활의 관계에 대한 바울서신의 교훈을 부인한다. 때문에 교회는 유신진화론을 거부해야 한다"며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2천년간 교회가 지켜온 창조와 구속에 대한 표준교리를 부인하는 것이 되고 만다. 결론적으로 유신진화론은 복음을 훼손하므로, 다음 세대를 구원으로 이끌기에 많은 어려움을 줄 것이다. 그러므로 경계하고 배격해야 한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