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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90] 사랑… ‘기대의 법칙’을 넘어라!

기독일보

입력 Dec 10, 2019 01:57 P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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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만나는 거래처 공무원들과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먼저 나간 한 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쿠!"

거긴 별다른 위험요소가 없었는데 무슨 일인가 하고 나가 보니, 식당 문 앞의 15cm도 안 되는 턱을 내려가다가 발을 삐끗한 것이었다. 덩치도 산 만한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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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인 줄 알고 가다가 뭐가 훅 내려가니까 엄청 밑으로 빠지는 거 같구먼... 큰일 날 뻔했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평소에 소주는 달다고 하면서 잘 마시면서도, 맹물인 줄 알고 마셨는데 소주면 엄청 쓰거든요. 대비를 못하면 이런다니까."

자기가 당한 일에 대한 적절한 예시였다. 이것이 바로 '기대의 법칙'이다. 세상에서 제일 맥빠지고 힘든 때가, 에스컬레이터 앞에 섰는데 고장이라 걸어 올라가야 할 때이다. 이런 경우는 심지어 내려가는 것도 힘이 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고치겠습니다.'

솔직해서 더 짜증나는 안내 문구를 째려보며 보통 계단보다 한 칸 크기가 훨씬 높은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사람들 표정은 세상 억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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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이 당연한 법칙이 연애와 결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 가끔 연애와 결혼관 코칭 강의를 하면 젊은이들에게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여러분, 죽고 못 사는 열애를 하다가 결혼한 사람들이랑, 소개팅이나 중매로 만난 사람들 중에 누가 더 잘 살까요?"

너무나 당연히 사랑한 커플일 것 같은데.... '굳이 묻는 걸 보니 아닌가 보네?' 하는 표정들.

그렇다. 정답은 중매나 소개팅 등 선을 봐서 만난 사람들이다. 여기서 '잘 산다'라는 의미는 더 뜨겁게 사랑하며 산다는 뜻이 아니다.

그 흔한 '성격 차이'로 크게 싸우거나 갈등하는 일이 적고, 큰 소리를 덜 내며 평탄하게 산다는 뜻이다. 물론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왜 그런가? 바로 '기대의 법칙' 때문이다. 열정적으로 사랑한 사람들은 더 올라갈 곳이 없다. 이미 꼭대기에서 시작한 결혼이다. 알콩달콩 살 줄 알았는데 더 나아갈 곳이 없고, 더 뜨거워질 수 없다.

처음 사랑은 회복이 안 되고, 내려가는 일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운명적 만남에 어울리는 진한 무언가가 더 있어야 하지만, 이른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오는 일만 남았다.

반면에 선을 봐서 조건과 필요에 따라 서로 양해하고 결혼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지향점이 맞으면 이제 사랑과 신뢰를 쌓아가기만 하면 된다.

마치 열애 커플은 고장난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들 같고, 중매 커플은 계단인 줄 알았는데 에스컬레이터를 만난 사람들과 비슷하다. 꼭 그런 법칙이 적용된다기보다, 마음가짐에 따른 상대성이 이끌어내는 효과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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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의 법칙에는 개인의 문제도 있다. 결혼으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는 사람이나,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는 등 너무 큰 환상을 가졌던 사람은 힘이 든다. 내 아내와 어머니는 고부 갈등 따위는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한 남편은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다.

선거 전 남발한 공약은 정치인을 힘들게 한다. 유권자들이 걸었던 기대가 상대적으로 그를 저평가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끔 혜성처럼 나타난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금방 사라지는 이유도 그가 특별히 능력 미달이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기대치에 미달되기 때문이다.

온갖 장밋빛 환상을 심어준 남자는 괴롭다. "같이 고생하자" 했던 남자에 비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주마" 했던 남자는 여자 손에 물이 닿을 때마다 대역죄인이 된다.

호감을 얻고자 처음부터 큰 선물이나 '뻑적지근한' 이벤트를 선사했던 사람일수록, 잡은 고기는 방치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어떻게 이벤트를 무한 업그레이드할 수 있겠나.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배신이 큰 것도 '기대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무언가 약속을 했거나 장담을 했다면, 보통 때보다 훨씬 더 큰 각오와 성실함으로 임해야 평타라도 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부담 때문에 약속 자체를 안 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지만, 남녀 간에도 가능하면 호언장담보다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 정도로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약속을 지키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의 연약함 때문이며, 기대만큼 못 미쳤을 때 상대방이 실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사실 결혼을 하면 남자나 여자나 뭔가 더 보여줄 것이 없다. 말과 행동에서 연애할 때보다 더 나은 것을 제시할 수 없는 법이다. 현실의 삶은 즐겁지 않은 일들의 반복이고,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 투성이인 실전이다.

결혼과 남녀상열지사(?)에 관한 환상은 적당히 주고받는 것이 좋다. 뜨겁게 사랑할 때 하는 말은 새겨 들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도 그렇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도 큰 기대는 금물이다. 특히 남자들은 사랑의 슈퍼맨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만능감에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바라지만 손에 잡히지 않고 잡을 수 없을 때 갈망은 커진다. 이것은 '목마름의 법칙'이다. 기대의 법칙에 현실을 자각하고, 이어지는 목마름의 법칙에 괴로워하는 결혼생활은 불행이다.

그러나 기대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본전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들이 남편을 향해, "행복하게 해준다더니 고작 이거냐"라고 평생 볼멘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고 사랑에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꿈과 바람을 가지고 행복한 미래를 설계한다. 하지만 인생에는 언제나 오르내림이 있고, 좋은 일과 나쁜 일, 기쁨과 슬픔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작은 것에 만족하고 인간의 한계를 서로 인정하면서, 새옹지마의 정신으로 담담하게 임하는 것 좋다.

기대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고린도전서 13장 7절에도 '모든 것을 바라며'라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을 노래로 만든 가사에도 '바라고, 믿고, 참아내며'가 나오듯이 그 앞뒤로 인내가 강조된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전 13:7)".

주님이 신부인 우리 성도들에게 대단한 기대를 품고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신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주님을 매 순간 실망시킬 텐데, 그때마다 그분이 사랑을 거두신다면 어떻겠는가. 그리고 정혼한 관계를 깨신다면 어떻겠는가....

다행히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그분의 완전한 사랑만이 정혼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대를 늘 저버리는 인간들 사이에서도 사랑만이 사랑을 온전케 한다. 믿고 기대하고 의지하기 전에 인내와 사랑을 준비하라. 그것만이 '실망'과 한 짝인 '기대의 법칙'을 넉넉히 넘어서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www.woogy6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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