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준 목사
권 준 목사

저는 이번 연휴 기간에 장로교 한인교회 소속 청년들의 연합수련회의 강사로 섬겼습니다. 시카고에서 열렸는데 주로 이 지역에 속한 유학생들이 참석하여 함께 은혜를 나누고 감사를 나누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강사로 섬겨 달라는 부탁을 받았었는데 연휴 기간이라 항공료도 만만치 않고 그 기간에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섬기게 되었습니다. 

감사절 당일 비행기를 타고 시카고로 오면서, 제가 대학생 때 집을 떠나 맞았던 감사절을 떠 올렸습니다. 시애틀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3학년 때 LA로 전학을 가서 차 없이 맞았던 감사절은 정말 황당했었습니다.  기숙사 룸메이트들이 자기 집에 가면서 먹을 것을 사 놓아야 하지 않느냐고 걱정을 했는데, 괜찮다고 잘 지낼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텅 빈 기숙사에 남게 되었는데, 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어야 문을 연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목요일을 맞아 주변에 문을 연 곳도 없고 어찌어찌 햄버거 식당인 버거킹이 문을 열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에 2마일을 걸어가서 햄버거를 하나 사 먹고 지냈던 시절이 떠 올랐습니다.

또 하나의 기억은 한국에 가족들과 함께 가서 맞는 첫 추석이었습니다. 고 하 목사님께서 우리 가족과 외국에서 온 또 한 가족을 부페 식당에 부르셔서 밥을 사 주셨습니다. 추석에 전 국민이 고향에 간다고 움직이는 시절, 모든 부목사님도 고향 간다고 서울이 텅 비어 있는 때, 갈 곳 없는 저와 그 다른 목사님이 서울을 지키며 새벽기도를 담당하였었습니다. 갈 곳 없는 두 목사 식구들 위로하신다고 밥을 사주시며 격려해 주셨던 모습이 참 감사했고, 다시 기억에 떠 오르니 또 감사했습니다.

명절은 많은 사람을 들뜨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마음에 설레게 하지만, 상대적으로 갈 곳이 없고,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외로움이 한층 더 깊어지는 시기입니다. 그 시기에 이렇게 유학생들을 위한 집회를 열고, 집을 열어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초대해 밥을 먹이는 일은 정말 귀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곳에 온 청년들에게 더 마음이 쏟아지고, 그들의 갈급함과 외로움이 말씀으로 채워지고, 성령으로 채워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곧 성탄절이 다가옵니다. 이 시기에도 우리는 나와 내 울타리를 넘어, 내 이웃과 소외된 자들, 어딘가에서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며 그들에게 사랑의 메시지,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게 되는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마음을 품으며 감사절 연휴를 보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