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역을 하다보면, 청년사역자는 청년들의 진로와 비전에 관해 상담을 하거나 지도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청년사역자는 비전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청년들의 미래가 하나님의 손에 붙들리어 아름답게 쓰임받도록 지도해야 한다.

한때 전국 청년, 청소년부 수련회 때는 '비전'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퍼진 적이 있었다. '비전'이란 말이 없으면 사역이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청년이여, 비저너리(visionary)가 되라', '비전으로 날아오르는 젊은이', '비전 캠프' 등, 청년사역은 곧 비전사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비전을 강조할수록 청년들은 더 많은 고민에 휩싸인다. 확실한 비전을 붙잡고 싶은데, 퍽퍽한 현실 속에 잡을 만한 것은 보이지 않고, 하나님은 아직 응답하지 않으시는 것 같기 떄문이다.

전에 청년부를 섬길 때, 수련회 특강시간 비전에 관해 잘 알려진 강사를 모시고 특강을 들었던 적이 있다. 비전 특강을 마련한 것은 청년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비전으로 고민하고 있었고, 무엇인가 뚜렷한 이정표를 제시해 줄 수 있는 강의를 듣고 싶어 했다. 분위기는 진지했고, 집회장소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강의가 끝났을 때, 청년들은 오히려 혼란스러워했다. 강사가 말한 비전이 너무나 원대한 그림이라, 역설적으로 지금 현실 가운데 진로를 모색하거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도리어 좌절감만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강의 내용에는 내가 원대한 비전을 품는 내용만 들어있지, 그 가운데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와 간섭하심이 들어설 여지가 거의 없었다.

말로는 '하나님이 주시는 비전을 품어야 된다'고 했지만, 실제 내용은 '큰 야망을 품고 미친 듯이 달려가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동시에 지금 이 강의를 듣고 있는 청년들에게 그동안 잘못 살아왔다고 질책하는듯 했고, 그들의 무능함을 탓하는 것 같았다.

청년들이 비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이 시대 가운데 명확한 하나님의 뜻을 붙들고 싶은 열망 때문이다.

청년들은 확실한 하나님의 뜻을 붙들면,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일단 이들이 확실한 무엇인가를 붙들고 나면 이들은 그 다음부터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고 평판에 귀 기울이고, 그러다 보면 확신이 흔들리고, 급기야는 '이것은 아니다' 싶어 때려치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청년사역자는 청년들에게 비전에 관해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필자의 책 <내 인생에 비전이 보인다>의 내용을 기초로 몇 가지 제언을 해볼까 한다.

첫째, 청년들의 미래는 확실성이 담보된 길로 갈 것이 아니라, 확실하신 하나님 한 분만을 신뢰하며 불확실성 속으로 용기있게 뛰어드는 것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하나님은 성경에 수없이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고 말씀한다(신 20:3, 31:8, 수 1:9, 8:1, 대상 28:20, 대하 20:15, 32:7, 사 41:10, 51:7, 54:4, 렘 30:10, 46:27, 마 6:25, 34, 10:19, 막 5:36, 13:11, 16:6, 눅 8:50, 빌 4:6).

찬양 가사 중에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라는 구절이 있다. 이 노랫말처럼 우리는 내일 일을 보려고 하지 말고,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이인 전지 전능하신 주님을 바라보아야 한다.

둘째, 하나님은 종종 우리를 종종 보이지 않는(?) 비전, 알 수 없는 길로 인도하심을 주지시켜야 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확실한 곳으로 부르신 것이 아니라,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부르셨다(창 12:1).

네비게이션의 길 안내 지도와 같이 확실하게 보여주신 길이 아니다. "보여줄 땅(the land that I will show you-NIV)"이다!

히브리서 11장 8절은 이를 이렇게 말씀한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

하나님은 우리에게 확실한 '그림'을 보여주지 않으신다. 단, 지금 떠나라는 확실한 '음성'만을 들려주실 뿐이다! 그리고 그 음성에 순종하며 가다보면 또렷한 그림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한다.

셋째, 하나님이 부르시는 부름은 거창한 일로의 부름 이전에, 우리의 일상 현장 가운데 여러 가지 사건과 만남을 통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위해 세상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고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야 한다.

따라서 청년사역자는 청년들에게 삶의 현장을 도피하지 말고, 현장에 두 발을 굳게 서서 버티며 하나님이 세미하게 들려주시는 음성에 귀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 현재에 충실할 때, 이곳에서 역사하시고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더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다.

넷째, 청년들의 비전은 사역자가 제시하는 정답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이 고민하며 진로와 비전을 물을 때, 청년사역자는 자신이 경험한 삶을 바탕으로 정답 혹은 해답을 말해주어서는 안 된다.

도리어 공감하고 아파하고 기뻐하며, 그들의 삶 가운데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해 오셨는지를 스스로 발견하고, 이해하고,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청년사역자는 절대 먼저 자신이 생각하는 해답을 주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기도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비록 불확실성 가운데 놓여있더라도 지금 이곳에 계신 확실하신 주님 한 분 의지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공감하고, 질문하고, 격려하고, 칭찬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것을 '코칭(coaching)'이라 한다. 코칭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사역자는 비전에 대한 성경적인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비전에 대한 성경적인 길을 찾도록 자꾸만 물어야 한다.

▲양형주 목사.
▲양형주 목사.

양형주 목사

대전도안교회, 한국교회 리더십코칭센터 원장
명성교회 교육전도사, 천안중앙교회 청년목사, 동안교회 청년부 디렉터
저서 <청년사역>, <바이블 백신>, <키워드로 풀어가는 청년사역>, <청년리더사역 핵심파일>, <내 인생에 비전이 보인다>, <평신도를 위한 쉬운 로마서>, <평신도를 위한 쉬운 창세기(전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