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탈북 선원 2명을 5일 만에 북한으로 강제 추방한 사건 이후 논란이 쉽게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탈북자 사역과 북한 사역을 감당해 온 조요셉 선교통일한국협의회 상임대표(숭실통일아카데미 원장, 물댄동산교회 목사)와 박해 및 전쟁을 피해 피난한 국제 난민과 북한 난민을 지원해 온 이호택 피난처 대표(전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는 최근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법적 절차 없이 탈북민을 북송한 것은 두 사람의 인권 문제인 동시에, 국내 3만4천 탈북민의 생존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통일 과정에서도 나쁜 사례가 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두 대표는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20년 이상 활동하며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탈북 선원 두 명은 지난 10월 31일 오징어잡이 배를 타고 NLL(북방한계선)을 넘었다 해군에 쫓겨 북으로 올라갔다. 이들은 이튿날 새벽 다시 남한으로 내려왔고, 해군의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에도 남한으로 내려와 결국 2일 나포됐다. 군 관계자는 이 기간 범죄 혐의가 있는 북한 주민이 어선을 타고 남하할 것을 미리 알고 동해상 경계를 강화했다고 밝혔으며, 정부는 이들을 합동심문조사를 벌인 후 '선상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용히 북송했다.

묻힐뻔 했던 '탈북자 북송' 사건은 우연히 언론사 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대통령비서실 관계자의 문자메시지 때문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자해 위험이 있어 경찰이 호송한 두 탈북자는 포승줄에 결박된 채 재갈을 물리고 안대를 씌워 판문점으로 이송됐으며, 북송 직전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안대를 풀어주자 한 탈북자는 털썩 주저앉았다고 한다.

이호택 대표는 "지난 2월까지 2년 임기의 북한인권법 제정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정부가 북한 인권에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계속 지켜봐 왔다"며 "우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번 사건에 대한 사실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가린 것에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탈북 선원들이 흉악범이라 송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국민에게 알렸는데, 이를 옹호한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며 "정확한 사실이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7일 북송된 선원들이 탔던 북한 오징어잡이 배. ⓒ통일부
지난 7일 북송된 선원들이 탔던 북한 오징어잡이 배. ⓒ통일부

이호택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에 의해 이번 탈북 선원들도 우리 국민이고, 북한의 주민도 사실 우리 국민"이라며 "우리가 북한인권법을 만드는 근거는 북한이 우리 국민이므로, 우리가 우리 국민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북한 주민은 우리의 실효적 지배에 있지 않고, 우리 국민으로 보호하고자 해도 보호할 수 없는 실질적 한계가 있어 어쩔 수 없다"며 "그런데도 우리의 실효 안에 들어온 우리 국민을 북한에 강제 송환 하는 것은 분명 법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 인권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탈한 북한 주민이 우리나라에 보호 요청을 하는 경우 보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북한 주민이 우리 국민이라는 측면에서 사법관할권을 적절히 행사했어야 하는데, 이를 행사하지 않고 (북으로) 보냈고, 탈출한 북한 주민의 보호정착지원 법률에 의해 보호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요셉 목사도 "북한에 돌아가겠다고 했는지, 분명한 귀순 의사가 있었는지 정확한 사실을 알 수가 없다"며 "하지만 헌법 3조에 따라 북한에서 이탈해 오는 사람도 우리 국민이고 우리 형법을 따라 수사하고 처벌해야 하는데, 5일 만에 포승줄을 묶고 눈을 가리고 이송해 북송한 것은 굉장히 비인도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항공기 납치, 마약 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북한이탈주민보호법 9조를 근거로 승선원들을 살해한 탈북 선원들을 '흉악범죄자'로 규정하고,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으니 북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보호법 32조에서는 탈북자가 보호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으면 당사자가 9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고, 국내에서 사법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이호택 대표는 "난민 문제로 볼 때도 (본국에) 돌아가면 박해받는 사람이 탈출해 우리나라에 보호 요청을 하는 경우, 무조건 접수해서 심사해야 한다"며 "공해나 북한 영토 등 보호를 요청한 나라 경계 밖에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 심사도 하지 않고 국경에서 보호하면 안 되고 일단 접수해 심사해야 하고, 대한민국으로 귀순하고자 한다면 난민 인정 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이호택 피난처 대표, 조요셉 선교통일한국협의회 상임대표가 탈북 선원 북송 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왼쪽부터 이호택 피난처 대표, 조요셉 선교통일한국협의회 상임대표가 탈북 선원 북송 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탈북 주민 강제 송환은 고문 위험 국가로 추방, 송환, 인도를 금지하는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북한에서 온 사람은 사실 난민이 아니라 국민이지만, 난민법에 의해 박해받을 우려가 있으면 강제 송환하면 안 된다"며 "우리나라에서 범죄에 비례하는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하는데, 합당한 절차 없이 고문받고 죽임당할 북한에 보내는 것은 고문방지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5년 김문수 의원이 처음 북한인권을 위한 북한인권법을 발의한 후 11년 만인 2016년 겨우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이 대표는 "야당 시절부터 이 정부는 북한인권법을 발목 잡고 너무 관심이 없었다고 본다.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에도 이 법의 핵심적 내용인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시행하지 않고 사문화시켰다"며 "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고,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도 각 정당에서 추천하는데 아직도 추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요셉 목사는 "정부의 이번 처리 방식은 3만4천 명의 국내 탈북 주민을 굉장히 불안하게 한다"며 "북송된 탈북 선원들이 흉악범인지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탈북민을 우리 주민이라 생각하지 않고 오자마자 5일 만에 돌려보내면 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또 "앞으로 통일 과정에서 탈북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이 많을 것이다. 남한에 잘못 가면 (북으로) 올려보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조요셉 목사는 "북한선교, 통일선교를 할 때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는 것이 통일로 가는 큰 자산이 되는데, 이 사건은 탈북민의 생존권과 통일 과정에서도 나쁜 사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정부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납북된 우리 국민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고현철, 김원호, 함진우'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갖지 않고, 남하한 우리 주민(탈북 선원)도 잡아서 (북에) 보내고 누구의 정부인가"라며 "살인자도 법에 따라 형을 받고 감옥에서 살다 일정 기한이 지나면 내보내는데, 흉악범이라 북송했다는 정부의 옹색한 변명을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요셉 목사는 "탈북자 모자 아사 사건 등 탈북 주민 문제가 계속 일어나는데, 우리 교회는 한 영혼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탈북 주민을 품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 정착하도록 제도적, 법적 조치를 취해 북한 주민이 마음 놓고 들어와 형제 자매로 같이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독일과 같은 후유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목사는 "지난 주 독일에 갔던 교수님을 통해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동독 사람들이 굉장히 위축돼 있고, 동독의 많은 사람이 사회주의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정부 관료 중 상당수가 서독 사람이고, 통일 전에는 동구권에서 제일 잘 살았는데 통일 이후 비교 대상이 서독으로 옮겨가면서 열등감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통일역량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부족하더라도 북한 주민을 품어나가는 정책과 사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방대 출신을 차별 없이 공기업에 채용하는 것처럼, 탈북민도 공기업에 취업할 기회를 주어야 통일이 됐을 때 통일 일꾼으로 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