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이정익 목사)가 8일 성락성결교회에서 '한국교회 목회자 자존감 회복 방향'이라는 주제로 11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1부에서는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샬롬나비 대표, 숭실대 명예교수)가 '오직 여호와를 즐거워하며-목회자의 자존감'이라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목회자의 자존감은 교회의 성장에 달려있지 않다 
하나님과 인격적 관계로 자존감 형성

김 박사는 하박국 3장 17~19절을 언급하며 "구약의 하박국 선지자의 신앙고백은, 물신(物神)주의가 지배하는 오늘날 목회자의 자존감이 되어야 한다"며 "하박국 선지자는 세상적 궁핍과 결핍에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공의와 그의 백성 이스라엘의 궁극적인 구원을 확신하므로 하나님를 자신의 구원의 주님으로 찬양하고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이어 "물신주의는 가나안의 풍요신 숭배의 현대판 우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목회자는 한국교회 내 들어온 세속주의, 성공과 번영주의에서 돌이켜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교회는 사회정의가 무너지는 문제에 대해 '아니요'라고 할 수 있을만큼 자존감과 더불어 세상적으로 윤리적 신뢰를 부여받는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며 "하박국 선지자의 자존감은 하나님의 내면적, 인격적 관계에 있었고 하나님은 그에게 힘이었다. 이로 하여금 하박국 선지자는 도덕적으로도 높은 삶을 살았다. 자존감은 오로지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의 대표적 청교도 목회자 '리차드 백스터(Rechard Baxter, 1615-1691)'에 대해 언급하며 "그의 사역을 통한 '키더민스터 부흥'은 영국 역사에 회자되는 유명하고 진정한 부흥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헌신과 사랑 그리고 목회자로서의 부르심을 받고 철저한 회개와 건전한 신학 노선을 걸어가는 목회자를 향해 '개혁 목자자'라고 불렀고 그의 사역은 하박국의 자존감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한국교회 목회자는 성공지향적이면서 권의주의적인 리더십, 세습주의, 성장주의, 물질주의 등 외면적 문제를 벗어나야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훌륭한 인성과 자존감을 가진 목회자의 설교를 듣고 자라는 젊은 세대들은 위대한 인격과 자존감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한국사회의 미래 세대를 향하여 우리 목회자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그러한 삶을 보여주는 것이 요청된다"고 했다.

이후 이윤희 목사(전 한국군종목사단장)와 한정국 선교사(한복협 선교위원장, 전세계한인선교기구연대)가 각각 '한국교회 목회의 건강성'과 '분열된 한국사회와 교회의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2부 발표회가 진행됐다.

이정익 목사(한복협 회장, 희망나눔재단 이사장, 신촌성결교회 원로)는 '목회자의 자존감 회복 방향'이라는 이번 주제에 대해 "큰 교회는 큰 교회 대로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 대로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어려운 시절을 보내는 분이 계시다. 특히 작은 교회 목회자 분들이 기댈 언덕도 없이 목회에 고군분투하다 회의감이 찾아오고 자존감도 잃고 정신, 육체적인 압박 속에 계신 분들을 본다. 이는 우리가 모르던 이야기는 아니지만 관심 밖이었던 현실이 있다"며 "작은 교회에 대한 관심과 초점을 분명히 하고 방안도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기존 교회의 인적, 재정적 도움 큰 힘
후배 목사 향한 격려 등 영적 지원도

이정기 목사(인천 예드림교회 담임)가 발표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이정기 목사(인천 예드림교회 담임)가 발표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소형교회 목회 이렇게 어렵다'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정기 목사는 지난 3월 교회 개척을 시작한 고신 교단의 인천 예드림교회 담임이다. 그는 "개척교회 어려움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개척교회가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해 △개척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섬길 사람의 부족함 △재정적 어려움을 꼽았다.

이 목사는 "가장 먼저 부딪힌 어려움은 개척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었다. 개척교회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성도와 불신자뿐 아니라 목회자도 가지고 있었다"며 "부정적인 시각과 반응은 개척교회의 인적, 물적 지원을 연약하게하는 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를 개척하고자 할 때 자발적으로 저를 따라오겠다고 한 사람이 없었을뿐 아니라 담임목사님의 허락 하에 몇몇 사람을 개척 멤버로 사역할 것을 이야기해 보았지만 두 명만 동의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서 거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한 번은 이전 교회 전도특공대원 6명이 와서 함께 주중 전도를 도와 훨씬 힘이 나고 열매가 있었다"며 "10여명 정도의 전도와 예배 사역팀 파송 등의 지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이 목사는 '예배 장소', '목회자의 영성관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제한된 재정 속에서 예배의 장소를 찾다보니 지하나 작은 공간에서 교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저를 지원해 주신 원로 목사님은 진흙길 위에 천막으로 교회를 세우고 45년 전 교회를 시작하셨다. 후배 목사가 더 헌신하고 깨어있고 더 일어나야 하리라 생각한다. 선배 목사님의 따끔한 충고와 지도의 말씀을 많이 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아울러 따뜻한 밥 한 끼와 격려의 말씀, 영적, 실질적 지원도 아낌없이 함께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나는 소형교회 목회의 어려움을 이렇게 극복했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이윤호 목사는 지난 2015년 8월 안양에서 한아름교회를 시작했다. 이 목사는 △자신의 정체성과 △경제적 문제 △일꾼이 없는 문제 △예배 공간의 열악함 △주변 사람의 관심과 시선 △아내와 자녀에 대한 미안함 등을 목회의 어려움으로 꼽고 "하나의 어려움을 극복하면 또 하나의 어려움이 온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 하나 하나님의 은혜로 이겨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평신도 사역전문가가 △뚜렷한 목회 전략 없이 개척 △주님보다 사람에 의지하는 타성 △교만한 일꾼 세움 △헌금의 사유화 △능력을 과신함 △말로 상처를 줌 △변질된 목회 동기 △잘못된 친교 △수평 전도 △설교를 잘한다는 착각을 교회가 실패하는 원인이라고 지목한 것을 보면서 '왜 목사가 됐는지', '목사가 누구인지', '목회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정체성의 문제를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윤호 목사(안양 한아름교회 담임)가 발표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이윤호 목사(안양 한아름교회 담임)가 발표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실버세대는 천국 가는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는 영혼들입니다. 이 마지막 버스를 놓치면 그들은 영원히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 생의 절박함이 있습니다. 죽기 전에 예수님을 만나게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리 모두의 절체절명의 사역입니다."

이 목사는 '오직 영혼 구원'이라는 목사의 정체성을 갖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버 세대를 대상으로 개척교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별히 교회와 노회의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한 그는 자녀 4명을 포함한 6명의 가족 부양과 교회 사역을 동시에 감당해야했다.

그는 "개척교회 목사의 입장에서 교회의 상황과 처지에 대해 자꾸만 묻는 분들을 만나면 곤혹스러웠다. 특히 실버처치를 한다고 했을 때 돈으로 연결하는 모습에 심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고령화 시대에 실버처치 참 좋다고 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냉랭했다"며 "아내는 산후조리를 못한 채 아이를 업고 저와 성도를 섬기고 교회를 돕기 위해 화장품 판매도 겸하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도 몸이 아파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그가 처음 찾았던 일은 시각장장애인을 위해 매주 월요일 차량 운행 일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40만원 월급을 받은 그는 "주일 헌금과 십일조를 드릴 수 있어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꾸준히 사역을 해나가자 노회와 몇몇 교회의 후원으로 교회 임대료를 해결하게 됐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매주 교회를 찾는 어르신들이 늘면서 초기에 20kg 쌀 2포대만 필요했던 '사랑의 쌀'이 5포대 정도 필요하게 된 것. 한 때는 노숙자 기관에서 쌀 후원을 받았지만, 그 길이 막히자 페이스북, 블로그, 밴드 등 모든 SNS를 활용해 말씀 큐티와 매일의 사역 보고를 하며 후원을 모으고 있다.

또 그는 개척 후 256주가 지난 현재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1시 실버 세대를 대상으로 한 예배를 날씨와 공휴일과 관계 없이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진행해오고 있었다. 30여명 오던 인원은 1년 후 5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부터 100명 가량이 되면서 계단에 서서 예배를 드리는 지경이 됐다. 그리고 기도 끝에 부모님의 도움으로 같은 건물의 또 다른 층에 월세 임대를 하고 예배당 수리를 하게 됐다.

이 목사는 "솔직히 다시 개척하라고 하면 자신이 없을 정도로 개척교회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제게 큰 유익을 가져다 줬다. 성격을 보는 눈이 많이 다듬어지는 기회를 얻었을 뿐 아니라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낮아지는 훈련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오직 영혼 구원만 생각하니 다른 모든 불평과 원망이 사라질 수 있었다. 주는 자의 복을 누리게 되었고 구원받은 백성으로 천국백성의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실천하게 하는 시간이기에 하나님이 제일 기뻐하는 사역자로 나가고 있다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소형교회를 섬기며 주변의 한 영혼을 돕고자 몸부림치며 기도하는 목회자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가난하고 힘겨운 삶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한 분만을 의지하며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려고 눈물로 순례자의 길을 걸어가는 목회자들이 주변에 많다"며 "그분들을 볼 때마다 나 자신의 사명을 다잡는 기회로 삼고 있다. 하나님께서 소형교회 목회를 하면서 충성을 다하는 목회자들에게 은혜와 긍휼과 능력을 부어주시길 기도할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