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교단들의 정기총회에서 공통의 관심사가 됐던 사안들 중 하나는, 바로 정동수 목사(사랑침례교회) 건이었다. 정 목사에 대해 예장 합동은 지난 총회의 결의대로 '참여 금지'를 유지하기로, 예장 고신은 1년간 연구하기로, 예장 백석은 이단으로 각각 결의했다.

정동수 목사(현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독립침례교회인 사랑침례교회를 담임하면서 킹제임스성경 흠정역 번역을 주도해 왔고,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보수적 신념을 거침없이 드러내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던 터였다. 따라서 그에 대한 주요 교단들의 결의는 교계 안팎으로 관심 뿐 아니라, 소위 '킹제임스 성경 유일주의'에 대한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이에 본지는 정 목사를 비판하는 교단들의 주된 입장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정 목사의 입장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합동측과 백석측의 보고서 내용은 거의 동일한데, 특히 정 목사를 이단 규정한 백석측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분석해 봤다. -편집자 주

정동수 목사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킹제임스 성경 유일주의'로 요약될 수 있다. 킹제임스성경(The King James Version, KJV)은 1611년 영국의 왕 제임스 1세의 지시에 따라 번역돼 1970년대 NIV 등의 현대 역본들이 나오기까지 약 360년 동안 영미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가장 널리 사용된 성경이다. 현재에도 미국의 보수적인 교회들과 신학교들은 킹제임스 성경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일부 극단적인 킹제임스 성경 유일주의자들의 경우 다른 번역본을 지나치게 폄하하고, 더 나아가 "킹제임스 성경 외의 번역본을 읽으면 구원받지 못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예장 합동과 백석 등은 그가 바로 이러한 극단적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백석측의 보고서를 보면 조사 경위에 대해 "(정동수 목사는) 영어 킹제임스 성경만이 하나님께서 완전하게 보존해 주신 성경임을 100% 확신하고, 킹제임스 성경에 따라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친다고 강조하면서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사용한 개역성경과 개역개정성경에 대한 비판과 폄하로 말미암아 한국교회에 성경에 대한 혼돈과 번역 성경들에 대한 오해를 가져오게 하여 성도들을 혼돈케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 목사는 "본인과 본인의 가족들도 개역성경으로 구원받았고, 개역성경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성경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구원으로 인도한 성경이라고 이미 공적 강의 및 설교와 유튜브 영상 등에서 수십 차례 밝혀 왔다"며 "개역성경이 우리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좋은 성경이지만, 신천지와 여호와의 증인 등과 같은 이단들이 악용하는 명백한 오역들이 그 안에 있으므로 이것들을 조심해야 하며 대한성서공회가 이것들을 교정해야 한다고 말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백석측은 또 정 목사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서 기독교 이단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가장 큰 것이 개역성경 때문이고, 개역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알고 깊이 연구하면 할수록 이단에 빠지게 되며, 우리말 성경이 이단이라는 흡혈 기생충들이 우글거리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으며, 개역성경이 아니었다면 신천지라든지 베뢰아라든지 박태선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이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장은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사용하는 개역성경에 대한 모독이고, 이단들이 접근하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기성교회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매우 염려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목사는 "신천지, 베뢰아 같은 이단을 언급한 것은 기존 개역성경의 번역상 오류가 그들만의 독특한 이단적 해석을 낳았음을 지적한 것이다. 게다가 본인은 박태선 등은 언급한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그가 주로 지적하는 구절은 특히 신천지가 오용하는 마태복음 13장 34절 "예수께서 이 모든 것을 무리에게 비유로 말씀하시고 비유가 아니면 아무것도 말씀하지 아니하셨으니" 중 "비유가 아니면"인데, KJV와 NIV는 이를 각각 "비유가 없으면"과 "비유를 사용하지 않고서는(without using a parable)"으로 번역했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모든 주요 번역본은 개역성경처럼 "비유가 아니면"으로 번역했고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만 "비유가 없이는"으로 되어 있다. 정 목사는 이것은 영어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명백한 오역'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신천지는 이 구절을 이용해 성경 말씀 전체를 비유로 보고 그런 비유를 자기들만 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정 목사가 이 구절을 지적하여 고쳐야 한다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단체가 신천지이고 정 목사의 이단 발표를 기사화하며 반기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본인은 단 한 번도 '우리말 성경이 흡혈 기생충들을 우글거리게 하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백석측은 "정동수와 그의 교회에서는 킹제임스 흠정역을 오류가 없는 완전한 성경이라고 믿고 있다"며 "이들은 완전한 성경과 마귀가 부패한 불완전한 성경이라는 이분법적 성경관에 갇혀 있다. 정동수와 사랑침례교회 측의 주장은 많은 사본이 킹제임스 성경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킹제임스 성경이 권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본이 완전한 것이 아닌데 사본을 근거로 번역한 킹제임스 성경이 유일한 성경이고 오히려 원본과 같거나 더 완벽한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목사는 "기독교의 근본 교리 중 첫째 교리는 성경의 무오성을 믿는 것이다. 따라서 이 믿음의 기초 위에 수많은 성경 역본들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여 복음을 선포하고 교리를 가르치는 것은 그 목사와 교회의 자유 선택의 영역"이라며 "장로교회의 근간인 1647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하나님께서 원어 성경기록들을 영감으로 주시고 사상 유례 없는 보호와 섭리로 순수하게 보존하셨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사본들이 다 불완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장로교 청교도 선조들의 믿음에서 떠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본인은 번역된 성경이 원본보다 더 완벽하다는 주장을 일생에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백석측은 정 목사에 대해 "여타 한국교회는 다 잘못된 성경을 가지고 있는, 잘못된 교회로 매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동수 목사는 킹제임스 성경만이 유일한 성경이며 자신이 주장하는 킹제임스 성경을 통해서 바르게 구원을 받을 수 있으며 바르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개역성경(한글 개역판)이 거의 모든 교리에서 심각한 오류를 보이고 있다는 정동수의 주장의 근거는 이 번역본이 토대한 사본들에 담긴 본문이 부패하였다는 것인데, 이러한 주장은 사본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정 목사는 "개역성경이 조직신학의 여러 주제 면에서 오역 구절들을 담고 있다는 것은 본인만의 주장이 아니라 한국 교계의 수많은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이 이를 인정하고 주장하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 총신대 총장 정성구 박사가 "바른성경과 바른사본을 찾아서"의 추천사에서 "성경은 어느 사본, 어느 역본에서 어떤 신학적 입장에서 번역했는가가 아주 중요하다. 킹제임스 성경은 그 당시 종교개혁의 정신인 오직 성경, 또는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정신 위에 공인역을 바탕으로 번역했다. 하지만 20세기의 영어 성경들 특히 NIV는 대중들의 인기에 영합하면서 성경 번역에 심대한 번역의 오류를 범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힌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백석측은 정동수 목사가 십일조, 주기도, 사도신경, 통성기도, 새벽기도, 축도 등에 대해 부정적이고, 심지어 칼빈주의 5대 교리가 비성경적인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장로교가 그 잘못된 토대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현상들은 이단들이 보여주는 통상적인 현상으로 기성교회를 부정하는 현상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에 정 목사는 "전 세계 대부분의 침례교회는 주기도, 사도신경, 새벽기도, 축도를 하지 않는다. 본인은 침례교 목사이므로 왜 그것들을 안 하는지 교인들에게 설명하였을 뿐 한국교회를 매도할 목적이 전혀 없다. 또 사랑침례교회 헌법은 '교회 회원은 수입의 십 분의 일을 자발적으로 주님께 드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했다. 칼빈주의에 대해서도 "전 세계 모든 감리교회와 성결교회, 그리고 순복음 계통의 오순절 교회, 대다수 침례교회는 칼빈주의를 믿지 않기에 그 이유에 대해 교인들에게 한두 번 설명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본인은 존 파이퍼, 존 맥아더 등과 같은 여러 칼빈주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을 존경하며 그들의 서적을 교인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고 했다.

한편 정 목사 측은 백석측이 이 같은 조사와 결의 과정에서 자신에게 한 번도 소명과 변론의 기회를 주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또한 "이런 식으로 소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한 목사와 교회를 이단으로 정죄하여 기독교계에서 씻기 어려운 모욕을 주고 명예를 훼손한 것은, 단지 교단이 크다는 이유로 소수의 양심의 자유를 짓밟는 일이고 세상 어떤 기관도 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일이므로 이에 대해 분명하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