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이재열 | 21세기북스 | 304쪽 

이생망? 노오력? 현실 반영 신조어
국민 소득은 3만 달러 시대라는데,
국민 행복감 떨어지고 자살률 최고

'이생망'이라는 말이 있다. '이번 생은 망했어'를 줄여서 말하는 신조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로 쓰이는 자조 섞인 유행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자신의 삶은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는 의미다. 노력을 넘어 노오력(노력보다 더 큰 노력을 하라는 신조어)을 해도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을 희화화한 표현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음 생은 없다. 만일 다음 생이 있다 해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들려오는 뉴스를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무엇 하나 밝은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 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어가는 시대가 되었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여긴다. 행복감은 떨어지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가 되었다. 다시 태어나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재열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회학 교수다. 그는 한국의 과거를 진단하고 미래를 그리는 사회학자다. 그가 쓴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기 위한 연구의 결과가 담겨 있는 책이다.

한국 사회, 불신·불만·불안 3不 진단
불신: 제도나 시스템 신뢰 힘든 경험
불만: 성장기 익숙해진 관습 그대로
불안: 미래, 특히 노후 준비 안 돼서

저자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불신', '불만', '불안', 3불(不)로 진단한다. 한국은 성공적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기적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인들의 마음은 '3불'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불신, 불만, 불안의 '3불 사회'라고 했는데 그 원인을 간략히 살펴보자. 먼저 '불신'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것은 무엇보다 과거의 경험, 즉 제도나 시스템을 믿을 수 없었다는 경험에서 온다.

왜 '불만'이 많은가? 그동안 지속적 경제 성장으로 인해 사람들의 눈높이가 대단히 높아지다 보니 웬만한 성취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고도성장기가 지나고 이제는 저성장기에 들어선 것이 분명한데, 성장에 익숙해진 관습이 바뀌지 않으니 여전히 불만이 많다.

왜 '불안'한가? 앞으로 닥칠 미래, 특히 노후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정치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정작 선거 때가 되면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

사회에 대한 강한 불신도 있다.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낮게 인식하고 있다. 사회적 불신이 가장 강한 영역은 조세와 각종 보험 관련 부분이다. 세금이나 보험료가 공정하게 쓰이는지에 대한 의심이 상당하다.

"세계투명성협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의 투명성 지수는 대개 10점 만점에 5점에서 5.6점 사이를 왔다 갔다고 하고, 순위로 보면 전 세계에서 40위권에서 50위권 사이를 오르내리는데, 최근에는 50위권으로 떨어졌다."

불안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사회적 트라우마가 되었다.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인은 늘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경험했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했으며, 그 기대가 충족되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외환위기는 그런 기대가 틀렸다는 것을 집단으로 체험하게 했다.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직종의 사람들이 맨바닥으로 추락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외환위기 이전에 '희망의 문화'가 지배했다면, 외환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불안 사회' 증후군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신', '불만', '불안'의 3불이 한국 사회를 '모래알 사회'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모래알은 서로 모이지 않는다. 끈기가 없어 아무리 모아도 다시 흐트러지고 만다. 배려와 공존, 신뢰와 의지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도, 국가에도 '격'이 중요
정의와 평등, 자율성과 유대감 등
사회적 가치 잘 구현돼야 품격 사회

저자는 이런 문제의 해답으로 '품격'을 제시한다.

"사람은 겪어봐야 됨됨이를 알 수 있다. 그 됨됨이를 '인품'이라 칭하듯, 사회에도 '품격'이 있다. GDP(국내총생산)처럼 화폐가치로 환산해 측정하기 어렵고, 직선제처럼 가시적 제도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품격 있는 사회여야 경제성장도, 민주주의도 제대로 된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사전에서 '격(格)'의 의미를 찾아보면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라고 정의되어 있다. 사람에게도 '격'이 중요하듯이 국가에도 '격'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안심하고, 포용하고, 신뢰하며, 활력 넘치는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정의와 평등, 개인 자율성과 사회적 유대감 등 '사회적 가치'가 잘 구현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최소한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라고 보았다.

'평등'은 모든 사람이 시스템이나 제도상의 차별 없이 고른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다. '사회적 유대감'은 각 개인이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과 응집성을 가져야 함을 말한다. 또 개인이 자기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2011년 OECD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사회의 품격을 평가한 결과 덴마크가 가장 품격이 높은 나라였고, 한국은 30개 국가 중 28위였다.

이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품격이 그리 높지 않은 나라다. 현실만 보면 암담하다. 그러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말한다. 갈등은 오히려 생명력을 만들어낸다. 살아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반항하고 저항하는 것이다.

"무균실 안에서 보호받는 생명은 생동력이 없듯이, 갈등 없는 사회는 이상적일 수 없다. 오히려 갈등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관리하고 통합해내는 역량을 갖춘 사회가 훨씬 더 건강하다."

갈등 없고 문제 없는 사회 없어
그래서 예수님 십자가 지셨고
우리에게 천국을 선물해주셨다
성도, 삶에서 하늘나라 만들자

갈등 없는 사회는 없다. 문제없는 사회도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둡고 문제투성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천국을 선물하셨다.

그리스도인들은 늘 천국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 천국은 죽어서 가는 하늘나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곳이 하늘나라, 천국이다. 찬송가 438장의 가사는 이렇다.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성도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하늘나라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우리가 사는 시대가 '불신', '불만',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해도 성도는 그곳을 하늘나라로 만들어 낼 힘이 있다. 그것이 십자가의 능력이다. 불신을 신뢰로, 불만을 감사로 불안을 평안으로 바꿀 힘이 있다.

세대 간의 격차도, 이념 간의 갈등도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통합되기를 소망한다. 나라의 품격은 개인의 품격에서 온다.

거듭난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진정한 품격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그 품격이 이웃을 바꾸고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한국을 정말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 것이다.

김현수 목사
행복한나무교회 담임, 저서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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