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채 목사(71·향상교회 은퇴)는 교단(예장 고신) 안팎에서 종종 '진보' 혹은 '개혁' 진영으로 분류된다. 그런 그가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 전 장관 뿐 아니다. 그를 임명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금 시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근 정 목사를 만나 그 견해를 들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조국, 가족 연루된 의혹에 아버지로서 책임
현 정부, 北에 신기할 정도로 많이 인내·관용"

-조국 전 법무부 정관의 어떤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봤나?

"내 관심은 정치보다 도덕성에 있다. 정치에 대해선 자신의 성향에 따라 달리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목사다. '조 전 장관에게 얼마나 법의식이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물론 그 자신이 범죄한 건 없을 수 있다. 문 대통령도 '그가 범죄한 일이 없지 않느냐'는 식으로 이야기 했지만, 우리가 사람의 인격을 판단할 때 범법 여부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그 전에 윤리와 도덕이 중요하다. 조 전 장관에게 범법 행위가 없었다 할지라도 그의 가족이 연루된 의혹에 대해 아버지로서 책임이 있다."

-조국 전 장관 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도 비판했다.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정 목사는 지난 15일 그가 발행인으로 있는 '코람데오닷컴'에 '조국 난(亂)이 남긴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이 함께 벌인 국정농단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난(亂)이었다"고 했다-편집자 주)까지 썼다.

"'과한 표현이었나' 하는 생각도 좀 들었다. 다만 말하려 했던 점은, 이번 조국 사태가 국민들에게 그 만큼 큰 충격을 주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사회주의도 비판했는데, 지금 우리 정부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경향과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조국 전 장관은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직접 표현하진 않았지만, 그의 통치 방향을 보면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때로 신기할 정도로, 많이 인내하고 관용하는데, 이런 점도 그런 의심을 키운다.

물론 사회주의가 가진 좋은 점도 있다.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은, 과격하고 급속한 사회주의 혁명이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사회주의 사상, 유물론에서 시작
좌우 치우치면 안돼... 문제는 극단"

-기독교는 왜 사회주의를 배척해야 하나?

"이 점은 우리가 많이 생각하고 토론해야 할 주제다. 성경에는 '과부와 고아'처럼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사상 자체는 마르크시즘이나 유물론에서 시작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회주의를 가장 비판하는 곳도 기독교다."

-기독교는 우파여야 하나?

"꼭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적 입장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성경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고 말씀하고 있다. 문제는 극좌와 극우다. 자기들에 대한 비판을 적으로 돌리는 행태다. 그런 식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 좌나 우나 다 나라를 도탄에 빠지게 만들 것이다."

"北에 굴종하고 페이스에 말려드는 듯
비참한 北 주민들 모습에 분노 치밀어
'강도 만난 이웃' 지하 교인... 기도해야"

-현 정권의 대북 정책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이전 정권보다 북한에 대한 관심을 더 갖는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북한을 무조건 적으로 돌리는 것도 좋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지금과 같은 자세는 지나치다. 북한에 굴종하고 그들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고 있는 것 아닌가? 처음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점점 깨지고 무너졌다."

-'북한 인권'은 어떻게 보나?

"북한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그 때마다 정말 분노가 치민다. 며칠 만에 몸살이 날 정도다. '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할만큼 주민들의 생활이 비참하다. 여길 하루빨리 해방시켜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을 보면 눈물을 흘르지 않을 수 없다. 먹지 못해서 배만 볼록하다. 외국인들이 오면 그 아이들이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추는데, 로봇이나 다름 없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 아파서 줄줄이 방에 누운 모습들을 보면 기가막힌다. 그러니 우리가 정치적으로는 북한과 단절하더라도 민간 차원에선 북한 주민들을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북한 정권과 주민은 분리했으면 한다."

-그곳에 소위 '지하 교인'들도 많다고 한다.

"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1990년대만 해도 2~3만 명 정도로 추정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지금은 대략 10만 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박해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마치 강도 만난 이웃과 같다. 한국교회가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다."

"광화문 집회 인파, 그야말로 놀랄만한 일
도덕·윤리성 문제에 기독교인들 반응한 듯
기독교, '생명·인권·자유'의 자유민주 지향"

최근 광화문 집회 인파에 놀라움을 표시한 정 목사는 “그러나 이것이 단지 분노로만 끝나선 안 될 것”이라며 “이 사회가 좀 더 공평하고 정의롭게 될 수 있도록 우파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신의 기자
최근 광화문 집회 인파에 놀라움을 표시한 정 목사는 “그러나 이것이 단지 분노로만 끝나선 안 될 것”이라며 “이 사회가 좀 더 공평하고 정의롭게 될 수 있도록 우파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신의 기자

-지난 10월 3일과 9일 광화문 일대서 열린 대규모 집회를 어떻게 평가하나?

"본래 보수주의자들이나 우파는 거리로 나서 데모 같은 걸 잘 못한다. 그래서 옳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실현하고, 반대에 맞서 돌파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광화문 집회에 모여든 인파는 그야말로 놀랄만한 일이었다. 그 배경에는 조국 전 정관과 그를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단지 분노로만 끝나선 안 될 것이다. 이 사회가 좀 더 공평하고 정의롭게 될 수 있도록 우파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광화문 집회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참여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한국 기독교가 보수성이 강하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단순히 정치 문제라기보다 하나의 도덕·윤리성과 연관되어 있기에 기독교인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

-당시 '자유민주주의 수호'도 집회 구호 중 하나였다.

"유럽과 미국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역사적 맥락을 보면, 기독교가 그것을 이끌어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세 가지 속성은 생명, 인권, 자유다. 우선 생명은 그 자체로 존귀하고 귀하다. 그리고 인권의 기초가 된다. 생명과 인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또 인권은 자유 없이 성립할 수 없다. 이 생명, 인권, 자유가 바로 기독교 사상이다. 그렇기에 기독교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종교의 자유, 간접적으로 많이 조여와
동성애, 결과적으로 창조 질서에 도전
전광훈 목사, 한기총 내걸지 않았으면"

-종교의 자유를 염려하는 기독교인들도 많다.

"종교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억압하거나 탄압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많이 조여오고 있다. 특히 성정체성에 있어서 기독교를 공격하고 있다. 성(性)은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에 기독교가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동성애는 결과적으로 창조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성경도 분명히 동성애를 정죄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의 잘못된 모습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증오심을 갖고 대하는 건 다른 문제다. 언젠가 공개적으로 전도하는 것도 금지시키지 않을지 염려된다."

-전광훈 목사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적 견해나 사상에 대해선 따지고 싶지 않다. 다만 전 목사님이 이런 운동을 하실려면 기독 정당이나 그런 조직을 통해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름으로 하고 있는데,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조건 대통령 반대보다 사랑과 의 위해"

-현 시국에서 한국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한 나라의 정체성은 무엇을 이념으로 삼고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가령 북한의 이념은 주체사상이고,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 그리고 기독교에 있어 하나님 나라의 통치 이념은 사랑과 의다. 기독교인들은 마땅히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헌신해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을 반대하고 무조건 반공만 외치면 여느 사회단체와 다를 것이 없다."

정주채 목사는

1948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고려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를 전공(Th.M.)했다. 이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00년부터 향상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다 2013년 65세의 나이로 조기은퇴했다. 현재 사단법인 여명 이사장, 바른교회아카데미 이사장, 사단법인 열방네트워크(선교회) 이사장, 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