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박사가 언론(조선일보 19일 보도)과 '마지막' 인터뷰를 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그는 암에 걸렸지만 현재 항암치료는 받고 있지 않다. 이 박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자신의 딸 故 이민아 목사와,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담담히 고백했다.

이 박사는 "성경에는 나중 난 자가 먼저 된다는 말이 있다. 내 딸이 그랬다. 그 애는 죽음 앞에서 두려워 벌벌 떨지 않았다. '지금 나가면 3개월, 치료받으면 6개월' 선고를 듣고도 태연하니까, 도리어 의사가 놀라서 김이 빠졌다"고 했다.

그는 "(딸이) 혼자 미국에 가서 무척 고생을 했다. 3년 만에 법대 나오고 외롭게 애 키울 때, '아버지!'하고 목이 쉬도록 울 때, 그때 나의 대역을 누군가 해줬다. 그분이 하나님"이라며 "내가 못 해준 걸 신이 해줬으니 내가 갚아야겠다, 이혼하고도 편지 한 장 안 쓰던 쿨한 애가, '아빠가 예수님 믿는 게 소원'이라면 내가 믿어볼 만 하겠다, 그렇게 (기독교 신앙을) 시작했다. 딸이 아버지를 따라가야 하는데 아버지가 딸의 뒤를 좇고 있다"고 했다.

이 박사는 또 "옛날엔 나는 약하니 욥 같은 시험에 들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지금은... 병을 고쳐달라는 기도는 안 한다. 역사적으로도 부활의 기적은 오로지 예수 한 분뿐이니까"라며 "나의 기도는 이것이다. '어느 날 문득 눈뜨지 않게 해주소서.' 내가 갈피를 넘기던 책, 내가 쓰던 차가운 컴퓨터... 그 일상에 둘러싸여 눈을 감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신은 생명을 평등하게 만들었다. 능력과 환경이 같아서 평등한 게 아니다. 다 다르고 유일하다는 게 평등"이라며 "햇빛만 받아 울창한 나무든 그늘 속에서 야윈 나무든 다 제 몫의 임무가 있는 유일한 생명이다. 그 유니크함이 놀라운 평등이다. 또 하나. 살아있는 것은 공평하게 다 죽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