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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영 칼럼] 칼빈주의에서의 직업과 소명(召命)

기독일보

입력 Oct 10, 2019 12:04 P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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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으로 본 직업과 소명

(Photo : )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직업에는 당연히 귀천이 없습니다. 반성경적 직업이 아니라면 모든 일은 귀한 것이고 하나님이 주신 선하신 것(소명)입니다. 소명(call, 라틴어 vocare)은 본래는 구원과 관련된 (하나님의) 부르심인데, 이 단어에서 영어 vocation(직업, 천직)이 왔습니다. 즉 직업 속에는 하나님이 부르신 천직(天職)으로서의 소명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무슨 일이든 열심히 노동(일)에 종사하고 거기서 얻게 되는 선한 열매(수입)는 정당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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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제사장들이나 말씀 사역자들도 당연한 공급을 받았습니다(고전 9:7-10, 13). 사도 바울은 신명기(25:4)를 인용하면서 교회가 말씀을 전하는 자들을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역설합니다. 다만 사도 바울은 복음을 위해 교회의 마땅한 후원을 절제하면서 자비량 선교사(텐트 메이커)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사도 바울의 복음을 향한 남다른 열정과 절제와 겸손을 엿볼 수 있지요(고전 9:15-17). 칼빈이 제네바로 올 때(1541년)에도 제네바 시 당국은 그에게 다른 성직자의 두 배의 사례비와 수당을 책정합니다. 곡식을 밟아 떠는 소에게 망을 씌우지 않듯 말씀 사역자들을 위한 교회의 돌봄은 당연한 것입니다.

칼빈주의와 직업

중세 프랑스의 칼빈주의 개신교인들(위그노, Huguenot)이 신앙을 바탕으로 직업정신에 충실한 "앙트레 프레너"(기도자, 기업가, 혁신가)들이 되어 핍박을 피해 흩어지면서 지금의 네덜란드, 독일, 영국, 스위스 등을 세계 선진국으로 이끈 것은 바로 칼빈주의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아야겠지요.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오늘날 자본주의 발달에 칼빈주의가 공헌했다고 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대부분 자신의 분야에서 장인(匠人)들이었던 프랑스의 개신교인들이었던 위그노들이 프랑스에서 이웃 국가들로 이동한 것은 "짐(朕)이 곧 국가다"라고 말한 그 유명한 절대왕정의 루이 14세(1638~1715)가 자기 할아버지 앙리 4세(1553~1610)가 낭트칙령(1598년 4월 13일)으로 허락한 위그노(칼빈파 프랑스 개신교인)들에 대한 차별 금지를 철폐하고 위그노들을 다시 탄압할 때, 위그노들은 이웃국가들로 피신을 가게 됩니다. 유럽의 혁신을 주도하던 프랑스 사회가 침체에 빠지고 반대로 낙후되었던 영국,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등이 유럽을 주도하는 산업 국가들로 두각을 보이게 된 것은 바로 이들 위그노들의 공헌이 큽니다.

유럽의 그리스도교가 간과(看過)한 것

그런데 그리스도교가 실패한 것이 있습니다. 프란시스 쉐퍼 박사가 지적하듯 기독교는 두 가지(노예제도에 대한 단호한 배격을 하지 못한 점과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하지 못한 점)에서 잘못하였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자본을 축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으나, 그 수입을 자신의 만족이나 탐욕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성경적 율례에 맞게 사용해야 되었던 것이지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 유럽 사회는 그것을 간과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합니다.

특별히 약자를 위한 배려(구제, "쩨다카")를 해야 합니다. 성경은 늘 약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구약학자는 구약의 하나님은 노골적으로 약자편이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히브리어의 구제("쩨다카")는 정의와도 통하는 말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대인들이 구제에 열심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대인들은 구제할 때 먼저 부부 간 서로 구제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부모 구제 그리고 자녀 구제, 형제, 가까운 친척, 가까운 이웃의 순서로 구제하는 데 우리들에게도 참고가 될 만합니다. 그 이외 더 큰 구제는 국가가 감당해야 하겠지요. 유대인들은 구제도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구제의 대상의 되지 않도록 도움, 돕는 자와 받는 자가 서로 서로 모르게 도움, 돕는 자는 누구를 돕는지 알지만 받는 자는 모르게 도움, 받는 사람은 알지만 주는 사람은 누구를 돕는지 모르게 도움, 요청하지 않았으나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 등의 질서와 순서를 따라 합니다. 성경에서 구체적 구제의 질서와 순서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니나 이것도 그리스도인들이 참고는 할 수 있겠지요.

그리스도인들도 이렇게 세상 사람들처럼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얻은 소득으로 삶을 영위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사치나 탐욕을 채우려 사는 게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의 계율에 따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즉 재물과 직업과 직분이란 세상 살 동안 창조주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잠시잠간 청지기로 맡겨주신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이것이 세상과 다른 그리스도인들의 직업적 소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평택대 <과학과 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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