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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석 칼럼]집을 나간 아들 이야기

기독일보

입력 Oct 06, 2019 06:35 P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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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더럴웨이중앙장로교회 장홍석 목사
훼더럴웨이중앙장로교회 장홍석 목사

재수를 하던 시절 가출을 한 적이 있습니다. 권위적이셨던 아버지를 향한 반항심 때문에 무작정 짐을 싸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왜 집을 나오게 됐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남겼던 것 같습니다. "제 힘으로 대학에 입학한 후에 들어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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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집을 나오자 마자 서울 어딘가에서 일을 하며 밤에는 학원에 나가 공부도 하고 있었어야 할 텐데, 두 달이 되도록 그런 아르바이트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방을 구하느라 가지고 있던 돈은 다 떨어지고, 이제는 당장 뭘 먹어야 할 지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곰팡이가 쓴 김치를 물에 씻어 먹고 있었습니다. 쌀이 좀 남아 있어서 그래도 밥은 지어 먹을 수 있었는데, 반찬을 구할 돈이 없었습니다. 궁리 끝에 곰팡이가 쓴 김치를 물에 씻어서 밥에 얹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밥을 먹으며 눈물이 났습니다.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러다가 종로에 있는 직업소개소를 찾아갔습니다.

'방산시장'에 있던 순대국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수는 한 달에 10만원...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손님들의 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배달도 가야하는 중노동이었습니다. 아무리 80년대 중반이라 해도 임금 착취였습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거기서 일을 했던 이유는, 한가한 오후에 3시간 정도 학원에 갈 수 있게 해준다는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첫 월급을 타는 날,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것 저것 제하고 학원비도 내야 해서 좋은 것은 사드릴 수 없었지만, 저 때문에 맘 고생하시는 어머님께 밥 한끼라도 사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울면을 시켜놓고 우셨습니다. 괜한 고생 말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도 예전 같지 않으니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제 입으로 한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일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6개월이 지나면서, 이런 저런 일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특히 열악한 주거 환경 탓에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연락을 받고 오신 부모님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자마자 어머니는 제게 저녁을 차려 주셨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한창 식욕이 왕성하던 시절, 순대국집 아주머니는 제게 그 흔한 순대국 한 그릇도 말아 주신 적이 없었습니다. 손님이 남기고 간 순대를 몇 점 집어먹어도 소리를 지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찬 바람이 부는 초 겨울 밤 보일러가 켜진 따뜻한 제 방에서 어머니의 밥상을 받으니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제가 성경을 알았더라면, 아마도 눅 15장 탕자의 이야기가 생각났을 것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버지는 저를 부르셨습니다. '이젠 죽었구나'하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한번 집을 나간 놈은 또 나간다더라. 나는 네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뜻밖이었습니다. 방을 나오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이젠 떠 미셔도 안 나갑니다..."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자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은혜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누리고 있는 것을 잃은 후에야 그것의 귀중함을 깨닫는 미련함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일상의 감사를 회복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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