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통합 제104회 총회 마지막날 발표된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의 '명성교회 수습안' 통과를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수습안은 기본적으로는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옳지 않다는 지난 8월 7일 재심 판결 결과를 양측이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의미이다.

총회는 논의 종결... 명성교회 교인들 선택 남아
수습안, 세습 인정 아닌 분쟁에 대한 '화해 조정'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는 이에 공개적인 불복 의사와 재재심 청구 의지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1년 전 판결에서는 서울동남노회 비대위에서 청빙 인정 판결에 반발했고, 총대들의 의지까지 더해져 원심 판결은 무효화됐다.

이번 수습안에 의해 김하나 목사의 청빙은 무효화됐고, 노회는 이로 인한 담임목사 공석 기간 임시당회장을 파송하며, 2021년 1월 1일 이후 새 담임 청빙이 가능하다.

여기에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경우"라는 조항이 들어있어, 일반 언론은 "사실상 세습 허용"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공은 총회가 아닌, '명성교회'로 넘어간 것이다. 당회는가 김하나 목사 재청빙을 시도하더라도, 성도들이 김하나 목사를 다시 선택할지, 그간 겪었던 안팎의 분쟁과 피로감 등에 의해 다른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수습전권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한 교단 관계자도 "이번 수습안은 세습을 인정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분쟁이 끝나지 않는 양측을 중재하는 안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대형교회 세습에 반대하고, 우리 교회 정관에도 세습이 금지돼 있다"며 "다만 이번 결정이 젊은 사람들에게 교회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더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7번 항의 '잠재했다'는 용어는 일반 사회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이해하기도 힘들 것"이라며 "교단 내에서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을 은혜로 덮자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총회장 김태영 목사가 기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총회장 김태영 목사가 기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수영 목사 "돈의 위세에 굴복한 것, 참담해"
손봉호 장로 "기독교 근본 정신과 상식 어긋나"

온·오프라인의 반응도 다양하다. 지난 2013년 세습방지법 입법을 주도했던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은퇴)는 "명성 집단(차마 교회라고 부르기 민망하여 그렇게 부르는지 오래입니다)의 세습과 관련하여, 이번 총회가 내린 결정은 신사참배 결의 이후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신사참배 때는 외세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고, 이번에는 돈의 위세에 굴복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단정한다"며 "이 교단에 소속된 목사라는 것이 오늘처럼 부끄러울 수 없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한 SNS 단체채팅방에서 밝혔다고 한다.

손봉호 장로(고신대 석좌교수)도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독교의 근본 정신에도 어긋나고 건전한 상식에도 어긋난 대단히 잘못된 결정"이라며 "통합 교단은 한국 기독교의 아주 큰 수치로,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매우 부끄럽다"고 답했다.

손 박사는 "작은 교회 세습은 묵과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교인 수가 얼마 이상 되는 교회는 일체 세습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기독교는 돈, 명예, 권력 같은 것이 개입되면 반드시 타락하게 돼 있다. 철저히 낮아지고 겸손하고 가난하고 섬기는 자세를 해야 교회가 살지, 지금 이렇게 계속하면 한국교회는 망한다"고 주장했다.

세습 반대 기도회에서 설교하는 김동호 목사.
세습 반대 기도회에서 설교하는 김동호 목사.

김동호 목사 "선 행하되 낙심 말아야"
하나님께 맡기자는 반응 신앙적이나
총대들 결의 신사참배 운운에 "글쎄"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전 대표)도 SNS에서 "우리 통합 측 교단이 81년 만에 또 다시 신사참배 결의에 버금가는 역대급 결의를 하게 된 것이 속상하고 안타깝고, 그리고 부끄럽다"며 "하나님과 후배들에게 죄송하다"고 전했다.

또 "그런데 과연 저들이 하나님도 뚫을 수 있을까? 하나님도 이겨낼 수 있을까"라며 "2021년까지 버티고 있으면 그냥 자동적으로 자기들의 뜻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일까? 글쎄"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 인간의 노력과 수가 한계에 부닥친 이 때, 괴물과 같은 저들을 하나님은 어떻게 상대하실지 궁금하다"며 "그동안 저들의 불법과 총회의 우유부단함을 막으려고 애썼던, 그래서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을 동지들에게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루매 거두리라(갈 6:9)'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김동호 목사의 글에 대한 반응이 다양하다. "하나님께 맡기자는 말씀에 콧등이 찡하다", "자괴감이 들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하나님 앞에 맡기자는 것이 너무나 인상적" 등이다. "하나님께 심판을 맡기자는 것이 신앙인의 자세"라고 평가하는 글도 있었다.

그러나 '81년 만의 신사참배'라는 글에 대해 "분쟁 중인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청취해 수습안을 도출했고, 자유투표를 통해 총대 900명 이상의 결의로 결정한 일을 강압에 의한 신사참배 결의에 빗대는 것은 무리하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위원장 채영남 목사가 전권위 보고를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위원장 채영남 목사가 전권위 보고를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5년 후 세습 가능 시행령 개정'은 '가짜뉴스'
헌법위 관련 규정 1년 연구 외에는 결의 없어

또 일부 언론에서는 '5년 후 세습 가능 시행령 개정'이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예장 통합 제104회 총회에서는 목사의 청빙 자격을 규정한 세습방지법 조항인 헌법 제28조 6항의 여러 부작용을 호소하는 노회들의 헌의에 의해 헌법위원회에서 1년간 연구하기로 했을 뿐, 다른 결정을 한 일은 없다.

물론 '5년 후 세습 가능'안이 총회 전후 거론되고 있는 만큼, 1년 연구 뒤 제105회 총회에서 이 안이 상정될 수도 있다. 마침 2021년은 지난 2015년 말 은퇴한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지 5년이 넘어서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5년'이라는 기간을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은퇴하는 목사가 일단 직계비속이 아닌 목회자로 임시 담임을 세워놓고, 5년이나 그 이후 다시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자신의 직계비속을 데려오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요즘 많은 교회들이 '당회원 7년 재신임'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를 통한 '편법 세습'이 난무할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5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다. 임시로 온 목회자라 해도 본인 역량에 따라 충분히 5년간 역량을 인정받고 신임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원로목사 측과 담임목사 측의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처럼 '5년 후 세습 가능' 제도는 만약 시행된다면 그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삼환 목사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삼환 목사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취지 인정하나 졸속 탄생... 개정 요구 계속돼
작은교회는 세습 묵과? 기준 놓고 오락가락

이와는 별개로 예장 통합 총회 헌법 제28조 6항의 일명 '세습방지법(대물림방지법)'은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애초 현 세습방지법 조항이 헌법개정위원회 등의 연구를 거쳐 제정된 법안이 아니라, 지난 2013년 제98회 총회에서 총대들의 결의로 즉석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이 제정된 제98회 총회가 서울 명성교회에서 열렸다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총회 안팎에서는 "세습이 어찌 목사·장로에게만 해당되는가? 권사와 안수집사의 직계비속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장로·권사의 아들이 장로가 되고, 장로·권사의 딸이 권사가 되는 건 괜찮은가", "은퇴하는 목사가 아들·딸 청빙을 반대하지만 절대 다수의 교인들이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는 조항부터 바꿔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교회 리더십이 원만하게 교체되려면 그 교회의 분위기와 비전, 방향 등을 잘 아는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원천 봉쇄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손봉호 장로가 언급했던 '작은교회 세습 묵과'에 대한 견해도 각기 다르다. 같은 사안에도 "요즘은 작은교회라도 가고 싶어하는 목회자들이 많다"거나 "농어촌 교회의 경우 오려는 목회자가 없는데, 아들에게도 못 주면 문 닫아야 한다"는 정반대 입장이 있는 것.

이 밖에 "세습이 가능한 교회 규모의 기준이 무엇인가", "교회 규모는 작아도 재산이 많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목소리도 있다. 원천적으로 세습방지법 자체가 '교회(교인)의 자유'를 규정한 장로교 정치원리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