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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요 칼럼]주는 일에 숨어 따르는 허영과 자만심

기독일보

입력 Sep 23, 2019 11:06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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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요 목사(베델한인교회)
김한요 목사(베델한인교회)

하나님께서는 가정의 청사진을 주시면서 언뜻 이해가 안가는 룰 넘버원을 주셨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룰 넘버원은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한 몸을 이루는..."(창 2:24) 것입니다. 여기서 부모를 떠난다는 것은 물리적인 의미가 아니라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합니다. 경제적인 자립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이보다 더 큰 의미는 정신적인 자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상의하고 부모의 도움을 받아 모든 일을 결정해왔던 자녀가 배우자를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부모를 떠나' 스스로 결정하는 것, 부모보다 배우자와 먼저 의논하여 일을 처리하는 성숙과 자립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험이 많은 부모님과 상의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겠지만 더는 '의존적 관계'로 부모와 묶여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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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이 부모로부터 자립을 선언하고 나가고 싶은데, 실제로 부모들이 자녀들을 붙들고 있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아직 자녀들이 어리고 안쓰러워 그럴 수도 있지만, 늘 자신에게 기대던 자녀가 결혼하여 배우자에게 가버리면 더는 자신이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자녀들에게 집착하는 현상 입니다. 이것을 '상호의존 관계(codependency)'라 할 수 있습니다. 한쪽은 전적으로 도움만 받고 다른 한쪽은 전적으로 도움만 주는 관계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사람도 도움을 주면서 자신의 존재감 혹은 살아가는 이유를 확인 하는 정신적 의존을 말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남을 위한 도움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남을 돕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입니다. 오랜 지병으로 고생하는 배우자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다가 배우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배우자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지키는 것입니다. 늘 돌보던 사람이 사라졌을 때 오는 정신적 자괴감과 싸워 이기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자녀가 결혼하여 부모를 떠나야 하듯이 정서적으로 배우자를 지나치게 의존했던 불안감에서 떠나 자립하는 성숙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해인 씨의 "어떤 후회"라는 시를 보면 의미심장한 말이 나옵니다. "물건이든 마음이든 무조건 주는 걸 좋아했고 남에게 주는 기쁨이 모여야만 행복이 된다고 생각했어. 어느 날 곰곰 생각해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더라구... 주는 일에 숨어 따르는 허영과 자만심을 경계하라던 그대의 말을 다시 기억했어..."

주는 일에 숨어 따르는 허영과 자만심! 평생 남을 섬기며 자신을 주는 일에 익숙한 수녀 시인의 깨달음이 예사롭지 않음은 자기만 챙기는 인색한 자를 너그럽게 베풀도록 훈련하는 일뿐만 아니라 주는 일에 숨어 있는 허영과 자만심도 일깨워 회개하도록 하는 일이 목회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베풀고 난 뒤에 따라오는 허영과 자만심을 차단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받는 것도 겸손히 잘 해야 하지만 실은 주는 것은 더 겸손히 잘 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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