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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플리카>와 인간복제, 기독교적 인간 이해

기독일보

입력 Sep 23, 2019 09:26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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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욱주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인공지능 개발의 사상적 배경, 유물론

이번 박욱주 교수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25일 개봉하는 제프리 나크마노프 감독, 키아누 리브스(윌 포스터), 앨리스 이브(모나 포스터), 토머스 미들디치(에드 휘틀) 주연 영화 《레플리카》에 대해 분석합니다. 이 영화는 AI 기술 발달에 의한 인간복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인공지능, 정신전송, 복제인간, 휴머노이드를 소재로 삼는 영화, <레플리카>
인공지능, 정신전송, 복제인간, 휴머노이드를 소재로 삼는 영화, <레플리카>

기술과 대중문화: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예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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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개봉하는 영화 《레플리카》(Replicas, 2018)는 인공지능, 정신전송(mind transfer), 복제인간, 휴머노이드 등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요소들을 소재로 삼은 영화다.

해외에서는 작년에 이미 개봉했고, 평단의 평가와 흥행 양측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작품이다. 아마도 서사의 식상함이 문제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기독교인 입장에서는 이 영화가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의 서사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 나쁘지 않은 내용조차 식상해 보일 정도로 대중문화가 인공지능과 정신 전송에 관련된 작품을 연달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1968년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개봉되었을 때,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가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관객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1979년에 《에일리언 1》(Alien)이, 1984년에 《터미네이터 1》(Terminator)이 개봉했을 당시에도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만행에 대해 관객들은 몸서리를 쳐야 했다.

《에일리언 1》의 주된 공포 대상은 무시무시한 외계생명체 에일리언(페이스 허거+체스트 버스터)이었지만, 그 외계생명체가 수송선 안에서 승무원들을 죽도록 환경을 조작한 것은 인간을 섬기라고 만든 인공지능 로봇 애쉬(이언 홀름 분)였다. 그만큼 인공지능이 소재로서 가진 참신함이 관객들에게 크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그동안 인공지능 관련 영화, TV 시리즈는 계속해서 제작됐고, 현재는 《웨스트월드》(Westworld, 2016)나 《얼터드 카본》(Altered Carbon, 2018) 정도의 대작이 아니고서는 관심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작품이 넘쳐난다.

대중문화계와는 별개로, 국내에서 기계학습 기반 인공지능 기술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이세돌 9단 대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성사되었을 당시부터다. 다섯 번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이세돌 9단에게 4번의 패배를 안겨주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선사했고, 인공지능이 열어갈 미래에 대한 관심, 기대, 우려가 뒤섞인 감정을 심어주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장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장면.

사실 인공지능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열렬한 관심과 반응은 인공지능 연구, 특히 기계학습 기술 개발의 최일선에 선 미국에 비하면 한참 늦은 것이다.

미국의 산업계와 학계는 이미 2006년 제프리 힌튼(Geoffrey E. Hinton) 교수가 혁신적인 성능을 보이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한 때부터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상에 대해 깊게 고민해 왔다.

현대 인공지능 연구의 본격적인 출발점은 영국이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2015)으로 유명한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은 1936년에 '튜링 일반 기계(Turing general machine)'라는 개념을 통해 '범용적'(general)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연산용 기계의 출현을 예고했다.

약 10년 후인 1945년에는 헝가리 출신의 미국 수학자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이 '폰 노이만 구조'를 구상한 덕에 실용적인 범용 연산기계 설계가 구체화될 수 있었다.

1956년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Conference, 미국 각지의 수학자 및 컴퓨터 공학자들이 모여 인공지능 기술의 앞날을 구상한 회의)에서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개념이 최초로 소개되기도 했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실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나 워크 스테이션은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는 노력의 부산물로 나온 것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컴퓨터 개발의 선구자들 다수는 처음부터 수동적 연산기계가 아닌 능동적 지능과 의식을 가진 기계를 창조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인간을 '자율적으로' 섬기는 새로운 인격의 창조를 꿈꿔왔던 것이다.

기술과 인격: 인간의 지능과 인격은 어디로부터 생겨나는가?

현대적인 인공지능 개념은 1930년대부터 회자되어 왔다. 그러나 인공적 의식의 창조에 대한 전망은 이미 고대로부터 출발해 서구 철학사 전체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현대의 인공지능 기술은 그런 사고와 전망들이 기계공학 및 전자공학 발전에 힘입어 현실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 인공지능 연구의 철학적 기원을 찾는 이들은 주전 4세기경 활동한 마케도니아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영혼에 관하여》에서 인간의 지성이 몸과 분리된 상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함으로써, '사람의 몸 없이 작동할 수 있는 지능'의 개념, 그리고 정신전송 기술에 대한 개념의 사상적 기원을 마련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향 데살로니가 지역에 세워진 그의 동상.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향 데살로니가 지역에 세워진 그의 동상.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인간 영혼의 본질을 지적 능력이라고 보았다. 다만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과 달랐던 것은 이 지적 능력이 감각적 경험자료를 통해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점이다.

이런 생각은 유럽 전역이 플라톤 철학에 깊게 영향을 받은 아우구스티누스 신학을 추종하던 시기, 즉 중세 초기와 중반까지는 잘못된 것으로 여겨졌다. 플라톤과 아우구스티누스는 모두 감각적 경험을 통하지 않고 신으로부터 인간 영혼에 직접 수여되는 영감을 통해 얻는 지식을 중시했던 것이다.

지식의 기원에 대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견은 서구 철학사 내내 유심론(唯心論) 전통과 유물론(唯物論)적 사고방식 간의 대립을 유발했다.

중세 전반기 내내 인정받지 못하던 유물론적 지성 이해는 중세 말 12-13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재발견되면서, 그리고 15세기 이후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점차 그 영향력을 회복해 갔다.

근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유물론 사상을 되살린 것은 17세기 영국 경험론자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와 존 로크(John Locke)였다. 홉스와 로크 두 사람은 지식과 인격의 출처와 관련해서 명백히 유물론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사물에 대한 감각적 경험이 지식, 지능, 사고, 인격의 출발점이라 믿었던 것이다.

특히 홉스의 경우, 만일 사람이 아닌 사물도 인간과 같이 감각을 갖고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지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인공지능 기술의 출현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영국 경험론의 유물론적 사고는 비슷한 시기 프랑스의 과학주의 유물론에서도 발견되며, 19세기에는 포이어바흐와 마르크스의 철학적 무신론에서도 확인된다.

이 철학 사조들은 모두 인간의 지성은 감각적 경험의 반복과 누적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따라서 인간의 마음, 지능, 정신 등은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감각 자료를 통해 스스로 형성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발전에 커다란 기대감을 갖는 이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인간 수준의 의식과 인격을 창조해낼 수 있다고 믿는 이들 대부분은 바로 이런 유물론적 인간이해 전통을 따른다.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은 신경과학의 발전과 함께 더 확고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신경과학은 인간의 정신활동 전체를 순전히 신경세포의 전기적, 화학적 자극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본다. 신경세포만 있던 낮은 수준의 생물이 진화의 과정에서 자기복제와 생존에 유리하도록 뇌라는 기관을 만들어냈고 그로부터 정신활동이 나온 것이라 가르친다.

이러한 사고 모두는 과학적 측면에서는 물리주의(physicalism, 정신 역시 물질의 일종이며 신경계의 총합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속하고, 철학적 측면에서는 유물론에 속한다.

정신 전송을 위해 복제인간을 만드는 장면. <레플리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및 정신전송 기술은 유물론적 철학전통을 사상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정신 전송을 위해 복제인간을 만드는 장면. <레플리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및 정신전송 기술은 유물론적 철학전통을 사상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사고가 순전히 물리-생화학적 작용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고 믿는 경우, 그 기제를 알고 재현하면 지성, 마음, 정신을 창조하거나, 복제하거나, 이전할 수 있다는 확신에 이르게 된다.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계산과 문제 해결을 돕는 기계 창조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의 사이버네틱스는 유물론적 확신을 토대로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지능과 인격을 갖는, 혹은 인간을 초월해 거의 신적인 수준의 지능과 인격을 갖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의 개발을 최종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로써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인공지능 연구가 점점 더 큰 성과를 얻고, 생활의 모든 측면을 인공지능 기술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하게될 것이 확실한 가까운 미래에는, 유물론적 사고와 상충되는 모든 인간 이해가 구시대적이고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도태될지 모를 인간 이해 가운데는 기독교적 인간 이해 역시 포함된다. 성경은 인간의 지능과 인격을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의 핵심요소이자 영적 존재가 갖는 중요한 특성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삶의 전반을 지배하게 되는 시대, 유물론적 사고가 삶을 전면적으로 지배하는 시대에는 이러한 기독교적 인간 이해 역시 사회 전반에서 거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계속>

<레플리카>의 주인공 윌(키아누 리브스 분)은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의 정신을 인공지능 형태로 저장한 뒤, 복제한 신체에 주입한다.
<레플리카>의 주인공 윌(키아누 리브스 분)은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의 정신을 인공지능 형태로 저장한 뒤, 복제한 신체에 주입한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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