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은 목사가 지난 9월 8일 지구촌교회 제3대 담임목사로 취임했다. 교회를 개척한 이동원 원로목사와 그의 후임인 진재혁 목사에 이어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를 이끌게 됐다. 최 목사는 전임 진 목사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목회해 왔다. 이번에 24년 만에 다시 한국에 왔다고. 그의 지구촌교회, 그리고 한국교회를 향한 시각과 감정이 남다를 듯하다. 취임 후 열흘만인 지난 18일, 지구촌교회에서 그와 마주했다. 아래는 최 목사와의 일문일답.

"부족한 자 부르신 감사와 거룩한 부담으로
성실하게 설교 준비한다면 진심 전달될 것
한국 오래 떠나 있었으나 복음은 모두 같아"

-취임 소감 먼저 부탁드립니다.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거룩한 부담감이랄까요. 더욱이 지구촌교회는 대형교회라 더 부담이 큰 것 같습니다. 또 24년 만에 돌아왔기 때문에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이렇게 부족한 사람을 하나님께서 왜 부르셨을까'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 결론은 '나 같은 자를 불러주셔서 감사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감사, 그리고 거룩한 부담감을 가지고, 저를 부르신 주님께서 제게 능력주셔서 이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구촌교회 하면 '이동원 목사'와 그의 '설교'가 먼저 떠오릅니다. 부담이 더 하실 것 같아요.

"사실 타코마제일침례교회에서 목회할 때도 문창선 원로목사님이 계셨습니다. 미국의 '이동원 목사'라 불리는 분이죠. 그분 앞에서 9년 동안 설교했습니다. 어찌 대충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거룩한 두려움을 갖고 설교해 왔던 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지구촌교회에서 설교한다는 게 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마태 마가 누가 요한도 저마다 다른 말과 시각으로 예수님을 그렸듯이, 저와 이동원 목사님은 분명 다르지만, 같은 복음을 전하기에, 성실함으로 준비한다면 그 진심이 전달되리라 믿습니다."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이 십자가에 못박하신 것 외에는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는 것, 이것이 설교자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요? 강단이 변질되는 가장 큰 원인은 순수한 복음에 물을 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 한 분만으로 충분하다'는 고백이 설교자의 가슴에 있다면, 그 어떤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전할 것입니다."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던 것에 대한 걱정은 없으십니까?

"없지 않지만, 미국이든 한국이든, 인간이 처한 상황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어느 나라에 사는 누구라도 복음이 필요한 것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복음의 분명한 메시지, 곧 '텍스트'(Text)를 계속 선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황이라는 '콘텍스트'(Context)를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복음의 본질이지 않습니까? '영원불변'한 하나님의 말씀인 텍스트를, '오늘 여기'라는 콘텍스트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전, 교회 크기와 상관 없어... 중요한 건 영향력"

-대형교회로서 지구촌교회가 갖는 '공공성'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지구촌교회는 단순히 하나의 지역교회는 아닐 것입니다. 이미 이름부터 '지구촌'이잖아요. 그래서 우리 교회의 비전은 '민족 치유 세상 변화'입니다. 지구촌교회가 꼭 대형교회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비전은 교회의 크기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세이비어처치는 교인이 150명 정도지만 1년 예산이 무려 2천만 달러, 우리돈 약 240억이나 된다고 합니다. 교인 전원이 모두 사역자라는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예산입니다. 이처럼 교인은 1백 명이지만 1만 명 같은 교회가 있는가 하면, 1만 명이지만 1백 명 같은 교회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라 영향력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제가 미국 생활을 오래 했기에 다민족 선교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에 있는 이주 노동자 숫자만 5백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체 인구의 10분의 1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죠. 한국교회가 이들을 품어야 할 것입니다. 지구촌교회 역시 그 이름에 걸맞게 이러한 사역들을 감당해 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미국서 날 맞어주었던 6.25 참전 용사들
'홈리스' 된 용사들 만난 뒤 책임감 느껴
한국 위해 피흘린 이들에게 예수님 전해"

-미국에서 목회하실 때 6.25 참전 용사들을 여러 번 교회로 초청해 '보은행사'를 가지셨습니다. 이유가 있으신가요?

"24년 전, 처음 미국에 갔을 때 한국인인 절 제일 먼저 따뜻하게 맞아주고 인사해주었던 분들이 다름 아닌 미국인 6.25 참전 용사들이셨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에게 한국은 생소한 나라였습니다. 대부분 제게 일본인, 아니면 중국인인지 묻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6.25에 참전했던 미국인들에게 한국은 각별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내슈빌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홈리스(Homeless, 노숙자) 사역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그 중에 쌍둥이 형제가 놀랍게도 6.25 참전 용사셨습니다. '알지도 못한 먼 나라에서 젊음을 바쳤는데 지금은 홈리스가 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한국인으로서 많이 미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종의 책임감 같은 걸 느꼈어요. '그냥 있어선 안 되겠다' 싶어 내슈빌에 있는 6.25 참전 용사들 약 40명을 교회로 초청해 잔치를 열었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타코마제일침례교회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땐 2백 명 이상의 참전 용사들이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그 분들에게 '한국을 위해 피를 흘려주어 정말 고맙다, 그 희생으로 지금 한국이 존재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평생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그분들이 천국에 가실 수 있도록 예수님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목사인 제가 할 수 있는 보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눈물로 예수님을 영접하셨습니다. '60년 만에 처음으로 전쟁의 상처를 내려놓는다'고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정말이지 목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최 목사는 “다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붙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영 기자
최 목사는 “다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붙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영 기자

"한국, 80년대 후반부터 기독교 후기 사회로
'기독교 세계관' 교육해 주님 나라 보게 해야"

-한국교회가 위기라고들 합니다. 목사님은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여러 면에서 위기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하나로 '반기독교 문화'를 꼽고 싶습니다. 한국은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기독교 후기 사회로 빠르게 진입했습니다. 다만 그 때는 그래도 교세가 컸기에 당장 피부로 느끼지 못했을 뿐이죠. 그래서 미리 준비하지 못했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는 유럽에서 먼저 나타났던 현상이기도 합니다.

다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붙들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엔 이런 말들이 우리 가슴을 뛰게 했지만 지금은 가장 인기 없는 주제가 되어 버렸어요. 대신 개인의 치유와 회복을 우선합니다. 당연히 이것이 중요하고 우리의 신앙에서 매우 필수적인 부분인 것만은 변함이 없으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교인들로 하여금 그런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 또한 설교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설교의 초점이 지나치게 개인에만 맞춰지면 하나님 나라를 보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균형 잡힌 설교로 기독교인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사명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바로 '기독교 세계관'입니다. 그런 확고한 세계관이 있어야 그것을 가지고 교회 안에서만이 아닌 밖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뤄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이런 점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저 스스로도 반성해 봅니다."

-미국에 있는 한국인 기독교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짝사랑'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워하는 마음이 큽니다. 그들이 자주 쓰는 '조국'(祖國)이라는 말에 그런 감정이 진하게 배어 있어요. 그런 조국이 없다면 이민자로서 그들의 정체성도 사라지는 것이기에, 한국을 걱정하는 마음이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신 더 큰 것 같습니다. 또 한국을 밖에서 볼 수 있으니 좀 더 객관적인 시각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민 교계가 한국을 위해 기도를 정말 많이 하고 있어요. 이스라엘의 역사에서도 사실 이민자들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야곱, 요셉, 느헤미야, 에스더, 다니엘 등이 다 그런 이민자들이었으니까요. 하나님께서 광야의 훈련을 통해 이민자들로 하여금 조국을 더 사랑하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고난받는 北 기독교인들 위해 기도해야
타코마제일침례교회에 감사함 전하고파"

-북한에 있는 많은 믿음의 형제·자매들이 고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늘 중보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20~30명이 모여 시작된 독일 라이프치히 니콜라이교회의 기도회가 훗날 독일 통일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하늘을 움직이는 기도는 그 만큼 중요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 있는 탈북민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교회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 함께 예배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지구촌교회도 매주일 오후 2시 통일비전 주일예배를 별도로 드리고 있고, 탈북민들을 위한 복지사역도 펼치고 있습니다."

-끝으로 못다한 말씀이 있다면.

"타코마제일침례교회 교우들에게 '그 동안 고마웠고, 또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쉽지 않은 일이었음에도, 기도와 격려로 담임목사였던 저를 흔쾌히 조국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한편 그 과정에서 마음이 힘들었던 이들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미안합니다. 끝으로 지금까지 부족한 사람을 기꺼이 목자로 섬겨주어서 정말 고마웠다고 다시 한 번 전하고 싶습니다."

최성은 목사는

침례신학대를 졸업하고 미국 남침례신학대학원(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학석사(M.Div)와 박사학위(Ph.D)를 취득했다. 수원중앙침례교회 대학부 전도사를 거쳐 2004년 10월 미국 남침례교단 소속 미국 내 선교사로 다리놓는교회(Bridge Community Church)를 개척했다. 2011년부터 9년 동안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제일침례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