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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그릇’을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

기독일보

입력 Sep 10, 2019 08:54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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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제공

ⓒ작가 제공 (포토 : )

사람들은 각기 좋아하는 물건이 있다. 남자들은 대개 자동차 같은 것을, 여자들은 핸드백 같은 것을 좋아한다. 물론 개인에 따라 다르므로 정형화할 수는 없지만.

그런데 가만히 보면 여자들은 예쁜 접시나 그릇, 찻잔 같은 걸 의외로 좋아한다. 사는 것도 좋아하고 쓰는 것도 좋아하고, 구경하는 것도 좋아한다.

이국적인 그릇을 파는 상점과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교외의 한 매장은 여성들에게 늘 인기다. 장식용으로도 예쁘고, 음식을 빛나게 해주는 도구라서 그런 모양이다. 여성들은 그런 예쁜 그릇을 잘 보관했다가, 귀한 손님이 오는 날이나 특별한 날 꺼내 음식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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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여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행복하다. 여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면, 이걸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이 돼서 선물하기도 어렵고 아끼는 이유도 잘 모른다.

여자들은 상점에 진열된 예쁘고 우아한 빈 그릇을 좋아하지만, 그녀들이 좋아하는 빈 그릇은 또 있다. 그것은 식사를 마친 후에 남은 그릇이다.

밥을 남기면 음식물 쓰레기도 처치 곤란이고 설거지하기도 번거롭다. 반찬도 자꾸 남으면 상하기 쉽고, 다시 담았다 꺼냈다 하기도 귀찮다. 그래서 일단 차려준 음식은 오래 두고 먹는 밑반찬 외에는 빈 그릇으로 나오는 것을 여자들은 반긴다.

꼭 치우기 귀찮아서가 아니다. 누구라도 차려준 밥은 깨끗이 비우는 것이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이고 기쁨을 주는 일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사람들이 상다리를 부러지게 차려놓고도 손님에게 "차린 건 없지만..."이라고 말하는데 그건 겸양이 아닌 것 같다고, 자신은 "제 아내가 정성껏 차린 음식이니 많이 드십시오"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렸고 선생님은 은퇴를 앞둔 어르신이었지만, 그런 생각이 좋아 보였다.

그렇게 정성껏 차린 상에서 빈 그릇이 계속 나오고, 손님들로부터 '리필' 요청이 나오면 여자는 바빠도 신이 나는 법이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원래 소식하는 편이고, 특히 반찬을 적게 먹는 편이라 밥을 자주 남겨서 결혼 전 어머니로부터도 잔소리를 엄청 들었다. 영 밥해줄 맛이 안 나는 스타일이라는 이유인데, 지금도 집에서 늘 듣는 이야기다.

사위로서도 입맛이 까다로우면 불편한 사람이 되고, 별로 환영받기 어렵다. 남김없이 잘 먹으면 식당 아주머니에게조차 이쁨 받는다.

여자가 좋아하는 빈 그릇은 그뿐만이 아니다. 여자들은 손에 물을 안 묻혔는데 설거지가 다 된, 빈 그릇을 좋아한다. 말하자면 남자가 설거지를 해주면 무척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매일 하는 일인데도 할 때마다 귀찮고 별로 재미도 없는 것이 설거지다. 남자가 가끔씩 도와주면 꼭 노동력을 제공받아서 맛이 아니라, 도우려는 마음 때문에 고맙고 기쁜 법이다.

가정적인 남자, 자상한 남자는 모든 여자의 로망이기 때문에, 건조대에서 물이 떨어지는 빈 그릇은 새 그릇보다도 반짝거리는 법이다.

남자들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빈 그릇 세 가지를 기억하면 어떨까.

상점에 진열된 꽃무늬의 예쁜 그릇은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실 가족 모두를 만족시킬 풍성한 음식과 함께할 미래를 꿈꾸게 한다.

정성껏 만든 음식을 나누고 난 텅 빈 그릇들은 꽉 채워졌을 때보다 더 마음을 채울 수 있다. 거기엔 건강한 가족들의 고마운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고마움을 담아 어울리지 않는 고무장갑을 끼고 돕는 남자의 손에서 탄생한 빈 그릇은 함께하는 기쁨과 함께 보너스를 받은 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

또 왜 여자만 밥을 해야 하느냐고 따지는 독자는 없길 바란다. 그릇이라는 매개물로 바라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도 우리를 그릇이라고 말씀하시듯이 비유적, 은유적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빈 그릇은 채울 것이 있는 그릇이다. 진열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그릇은 마음을 준 사람의 소유물이 된다. 거기 채워진 사랑은 비웠다가도 또 채우고, 내일을 위해 다시 닦아낸다.

항상 아름답고 풍성하거나 날마다 깨끗할 순 없지만, 그릇처럼 비우고 채우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가끔 놓쳐서 아깝게 깨뜨리기도 하지만 크게 다치지만 않았으면 다행인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니겠는가.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www.woogy6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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