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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칼럼]페루의 쿠스코와 리마에서의 묵상

기독일보

입력 Aug 19, 2019 02:27 P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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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목사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교회설립 34주년 집회를 마치고, 페루와 칠레를 방문하는 탐사팀은 저와 이융훈 장로님 부부, 정승우 장로님 부부 5명이었습니다. 야간 비행기를 타고 캘리포니아를 급히 떠나 페루의 리마로 갔습니다. 한 주간 동안 페루와 칠레를 방문하여 선교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 그 임무였습니다. 잉카제국의 영광이 서려있는 페루를 방문하면, 여지없이 마음이 아프고 괴로워집니다. 에쿠아돌, 페루, 볼리비아, 칠레에 이르는 잉카제국의 영광은 간 곳이 없고, 사회의 하층민으로 전락한 잉카 원주민의 모습이 아픔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페루에서 우리를 인도한 안내자는 잉카의 케추아 언어를 구사하는 셀소 카요(Celso Cayo)입니다. 그는 자신이 스페인의 혈통과 잉카 원주민의 피를 이어받은 메스티조라 했습니다. 그는 영어, 스페인어와 케추아어를 사용하였는데, 민족 정체성은 여지없이 잉카 용사의 영혼입니다. 많은 케추아어 중에서 쿠스코 근처의 언어를 사용하는 그는 잉카의 영토와 문화와 흘러간 영광이 마치 자기 것인 것처럼 열정으로 설명하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적으로 나눈 이야기 속에서 '민족의 과거가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아내 베로니카와 결혼하여 두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베로니카 산, 약 6,000미터가 넘는 눈 덮인 산을 자신의 아내라고 부르면서 웃었습니다. 그 산의 케추아 이름은 "와카이윌카" 곧 "신성한 눈물"(The Sacred Tear)입니다. 그 물이 흘러내린 계곡은 "신성한 계곡"(Sacred Valley)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잉카의 언어 케추아어를 사용하는 원주민은 800만에서 1,000만에 이르는데, 통일된 문법이나 문자는 없고, 케추아어 방언으로 지금도 성경번역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선교단체의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자신의 언어로 된 케추아 문법책이나 성경을 읽지 못했다는 셀소의 말처럼 미진하나마 한편에서는 성경번역과 주요 책자가 번역되고, 복음전도가 지속되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페루의 잉카 원주민과 스페인 혈통이 섞인 신학자 중에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구스타보 구티에레즈(Gustavo Gutiérrez, 1928-)입니다. 20세기 후반을 살면서 제3세계의 신학자로서 서구 중심의 신학에 도전을 던진 그는 바로 페루의 리마에서 잉카의 혈통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고난을 체험하면서 목회한 도미니칸 신부입니다. "해방신학"이라는 장르를 통하여 그는 세계 신학계에 논쟁을 일으켰으며, 그 신학의 핵심 의미는 "개인"의 중생과 회심을 강조한 당시의 서구 신학계에 죄와 회심은 "구조"(structure)의 차원에서 해석하여야 한다는 논점을 제공한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회개하여도 아직 남은 죄의 증상을 발견한 그는 "구조악"(structural evil) "집단적 죄"(collective sin) 그리고 "사회적 죄"(social sin)라는 개념으로 인간과 세상을 바라본 것입니다. 페루의 쿠스코와 리마에서 삶의 족적을 남기고 있는 두 잉카혈통의 사람을 생각하면서, 며칠을 보냈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알 수 없는 며칠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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