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본문 연구

신성욱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 프레토리아 대학(Ph.D.). 저서로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목사님, 설교 최고예요》 등이 있다.
신성욱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 프레토리아 대학(Ph.D.). 저서로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목사님, 설교 최고예요》 등이 있다.

본문이 의도하는 바가 한 마디로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지금까지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해왔다.설교가 아무리 드라마틱하게 감동적이고 역동적으로 흘러간다 할지라도 본문의 내용이 충실하게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강해설교라 하기 어렵다.

본문의 핵심을 파헤치기 위해 필자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질문하는 것이다.본문에서 제기될 만한 중요한 질문 몇 개를 떠올리고 그에 대한 답을 본문 속에서 찾아보라. 그러면 그것들이 본문 전체의 핵심 메시지를 파악하고 설교 원고의 상당부분을 메우는데 큰유익을 준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질문〉

1) 삭개오가 주님을 먼저 찾았나, 주님이 삭개오를 먼저 찾으셨나? 이것은 기존의 잘못된 생각을완전히 뒤엎어버리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삭개오가 주님을 찾아갔다는 지식에 의한설교자들의 삼대지 설교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중대한 실수이다. 삭개오가 주님을찾기(2절) 전에 주님이 먼저 삭개오를 찾아서 가신 사실(1절)에 주목해야 한다. 설교자가 이본문으로 율법적이고 도덕적인 설교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리스도의 선행적 은혜와 사랑에 의한구속사적 설교를 할 것인가가 이 질문 하나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2) 삭개오의 변화의 결단(회개)이 먼저인가, 주님의 은혜 베푸심이 먼저인가? 이 역시 첫 번째질문과 비슷하게 율법적 설교냐 주님의 은혜가 선행적으로 역사하신 것이냐를 판가름하는 좋은질문이 될 것이다.

3) 7절의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하시니'에서 '유하여야 하겠다'는 무슨 뜻인가?당시 '유한다'라는 동사의 의미는 '하룻밤을 옷을 벗고(take off) 완전히 무장해제를 하다'란 뜻을갖고 있다. 이것은 그 집의 일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4) 어째서 주님은 굳이 삭개오에 집에 가셔서 머무셔야만 했던 것인가? 십자가 대속이라는하나님의 시간표를 향해 가고 있던 주님은 굳이 삭개오의 집에 머무실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삭개오에게 구원을 선포하시곤 곧장 떠나실 수 있었다. 그럼에도 주님이 삭개오의 집에 머무신이유를 제대로 드러내게 되면 엄청난 은혜를 받을 것이다.

5)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뉘 것을 토색한 일이 있으면 사 배나갚겠나이다'(8절)란 삭개오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는 바는 무엇인가? 구두쇠 같았던 삭개오가 자기재산의 절반을 내어놓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당시 규례대로 한다면 토색한것의 두 배나 갚으면 됐음에도 네 배나 갚겠다고 한 것은 믿을 수 없으리만치 확실한 믿음과회심의 결과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여기서 재산의 갑절을 내어놓고 빼앗은 것의 네 배나 갚겠다고 한 내용을 한 번 유추해보라.무얼 알 수 있나? 그의 말대로 한다면 한 마디로 'bankruptcy', 즉 '파산'이다. 망하는 지름길이란말이다. 이 말은 자기의 전 재산을 몽땅 다 잃어버려도 좋다는 각오로, 망해도 개의치 않겠다는삭개오의 결심을 엿보게 한다.

6) 수전노 같았던 삭개오로 하여금 믿을 수 없는 회개와 변화를 가져다 준 근본적인 원인은무엇인가? 본문을 알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님을 먼저 찾은 이도 삭개오였고,돌무화나무에 올라가는 액션을 먼저 취한 이도 삭개오였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그처럼주님을 찾아야 한다고 설교한다. 그리고 찾을 때는 수치와 조롱도 무릅써야 한다고 가르친다.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먼저 모험을 하고 액션을 취할 때 하나님도 도와주신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것은 복음이 아니다. 삭개오가 주님을 먼저 찾은 것이 아니라 주님이 먼저 삭개오를위해 움직이셨다. 주님의 액션은 삭개오의 액션이 있기 전인 19장 1절부터 시작된다. "예수께서여리고로 들어가 지나가시더라"(1). 주님은 삭개오처럼 잃어버린 자를 찾아서 이 땅에오셨다(10절). 삭개오가 주님을 찾아 출발했지만, 그를 찾고자 하신 하나님의 계획은 만세 전부터시작된다. 그 때가 찼을 때 주님이 이 땅에 오셔서 그보다 먼저 그를 향해 출발하신 것이다.구원과 천국백성이란 엄청난 선물을 가지고서 말이다. 그게 바로 주님의 신적인 사명(dei, divineappointment)이셨기 때문이다.

기독교와 타종교의 차이점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타종교는 인간이 신을 향해 찾아가지만기독교는 신이 우리를 찾아오신다. 그렇다. 주님이 삭개오를 미리 아시고 찾아오신 것이다.삭개오는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주님을 찾아온 것이다.

알고 보니 주님이 먼저 삭개오를 찾아오신것이었다.그뿐이 아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외로운 집에 그 집의 참 주인이 되셨어야 할 주님이 그를초대하신 것이다. 이보다 더 큰 행복과 기쁨이 어디에 있겠는가? 돈과 권력을 주고도 살 수 없고세상 물질로도 얻을 수 없는, 견딜 수 없는 인간의 지복이 바로 주님을 만나 그분으로부터 은혜와사랑의 혜택을 누리는 일 아니던가. 바로 이것이 죄인을 의롭고 죄 없고 깨끗한 자 삭개오로변화시킨 근본적인 동기이다.